김호정 "'화장'으로 자유로워졌다..다양한 모습 보여주고파"(인터뷰)

부산=전형화 기자 / 입력 : 2015.10.08 08:00 / 조회 :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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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사진=박찬하 인턴기자


김호정(48)이 다시 부산을 찾았다. 지난해 임권택 감독의 '화장'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던 김호정은 올해는 단편 경쟁부문인 선재상 심사위원으로 돌아왔다.


짧은 단발머리에 호쾌한 웃음, '화장' 속 그녀와는 180도 달랐다. 로카르노 청동표범상을 받은 ‘나비’부터 ‘화장’까지 스크린 속 김호정에게 덧쓰여진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김호정은 “‘화장’ 이후 어떤 규정에서 자유로워진 것 같다”며 “남이 나를 어떻게 보든 상관이 없어졌다”면서 웃었다.

김호정은 ‘화장’에서 병으로 죽어가는 아내 역할을 맡았었다. 투병을 했었던 실제 자신의 경험이 투영됐었다. 남들에게 이야기하진 않았고, 그래서 고민했지만, 그렇기에 결정하면서 수월해졌다.

“그전까진 연기가 즐겁지 않았어요. 역할에서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았고. 그런데 ‘화장’을 하면서 내 높았던 자존감이 오히려 열등감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었겠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죠.”


“‘화장’을 하면서 아무 생각이 없었다”던 그녀는 “죽어가는 역할이지만 살아 있는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내 경험이었으니깐. 그래서 끝나자마자 역할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심사위원을 맡을 수 있었던 것도 그 영향이 크다. 물론 좋은 인연 덕분도 크지만. 김호정은 “원래 남을 평가하는 걸 싫어해서 심사위원 제안을 많이 받았지만 다 거절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올해 같은 심사위원으로 예전에 ‘히로시마에서 온 편지’로 인연을 맺은 스와 노부히로 감독이 온다고 해서 두말없이 받아들였다”고 했다. ‘화장’으로 변했고, 좋은 인연이 이어져 예전이라면 피했을 일을 성큼 받아들이게 됐다는 것이다.

김호정은 “‘화장’ 이후 내 자신을 솔직하게 직면하게 됐다. 내가 어디까지 가야 할지 맞닥뜨린 영화니깐”이라고 말했다.

세상일이란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이 있는 법. ‘화장’으로 김호정은 적잖은 마음고생도 했었다. 영화 이야기보단 노출로 더 이름이 오르내렸다. 김호정은 “말 한마디, 단어 하나가 또 다른 규정이 돼서 사람을 죽일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그래도 그것마저 훌훌 털어버린 것 같았다.

“댓글 중에 ‘나이 먹고 뜨려고 벗으니깐 좋냐’란 것도 있었다. 너무 웃기지 않냐”며 푸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1991년 연극 무대에 오른 뒤 24년을 연극과 스크린을 오갔던 김호정을 ‘노출’이란 한 단어로만 규정했던 사람들조차 이제는 털어버린 것 같았다.

김호정은 차기작으로 박광현 감독의 ‘조작된 도시’에 출연한다. 상업적인 장르영화에 출연이라 의외다. 김호정은 “이제는 상업적인 영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희한하게도 ‘화장’ 영향 덕이다. 김호정은 “‘화장’을 하고 난 뒤 ‘난 이래야 한다’는 그런 마음을 비웠다. 마침 그런 차에 박광현 감독에게서 ‘화장’을 보고 출연 제안을 해왔다”고 했다.

당시 한참 ‘화장’으로 악성 댓글 때문에 마음이 어지러워 시나리오도 던져 놓은 채 홀로 집에 덩그러니 앉아있었다. 무심코 TV를 틀었는데 박광현 감독의 ‘웰컴 투 동막골’이 나왔다. 인연인가 싶었다.

김호정은 “인연이란 게 있는 것 같다. 스크린 속에서 그동안 어두웠던 내 모습만 보여줬는데 이제는 다양한 모습을 점점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화장'에서 김호정은 죽어서 재가 됐지만, 그녀는 '화장'으로 불사조처럼 되살아난 것 같았다. 부산영화제에서 만난 김호정은 그 만큼 싱그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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