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하녀' 이은심 "전도연의 '하녀' 잘 봤다. 훨씬 월등"(인터뷰)

부산=전형화 기자 / 입력 : 2015.10.04 14:01 / 조회 : 2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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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심/사진=박찬하 인턴기자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년) 주연 배우 이은심(80)이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33년 만에 고국을 찾았다.

이은심은 4일 오후 부산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인터뷰룸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났다. 하얗게 센 머리에 선글라스를 끼고 나타난 이은심은 여든 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사했다. 귀가 잘 안 들려 질문을 크게 해달라고는 했지만 당시를 떠올리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

1959년 영화 '조춘'으로 데뷔한 이은심은 '하녀'의 성공으로 이름을 알렸다. '하녀'는 2010년 임상수 감독이 리메이크할 만큼 빼어난 완성도로 당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은심은 '하녀' 이후 '그토록 오랜 이별' '사랑도 슬픔도 세월이 가면' 등에 출연하며 활발한 연기활동을 펼치다가 '사랑도 슬픔도 세월이 가면'의 연출자 이성구 감독과 결혼하면서 은퇴했다. 이후 지난 1982년 남편인 고 이성구 감독과 함께 브라질로 이민을 떠났었다.

이은심은 "30여년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며 "젊은 관객들과 다시 '하녀'를 보게 되니 정말 영광이다"고 말했다.

이은심은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특별기획 프로그램 '아시아영화 100'에 선정된 '하녀' 무대 인사를 위해 한국을 다시 찾았다. 같이 영화를 본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이은심은 "당시 김기영 감독이 내가 신인이고 연기를 전혀 모르니깐, 배우는 인형이다며 자기가 원하는 연기를 해달라고 했었다"며 "자기가 직접 연기를 하면서 지도를 해줬다. 그러니 딱히 내가 연기라고 할 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워낙 촬영 스태프 등 주위에서 잘 해줘서 연기가 별로 어려운 건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녀'에서 이은심은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당대에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당시 분위기에선 여자가 공개적인 곳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은심은 "글쎄, '하녀'를 찍을 때나 찍고 난 뒤에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 다만 담배 피울 줄을 몰라서 찍을 때 고생하긴 했다"고 설명했다.

이은심은 결혼과 동시에 은퇴했다가 남편과 돌연 브라질로 떠났기에 연기 활동에 그리움도 있었을 법 하지만 "전혀 영화에 대한 그리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능력이 없어서 연기에 대한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이은심은 "원래 난 영화배우 자격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 예쁘지도 않고 키도 작았기 때문"이라며 "호기심에 영화배우들이 잘 가는 다방에 갔다가 김기영 감독의 눈에 띄어서 영화배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를)잘 할 자신이 있었으면 계속 했겠지만 그렇지 않아서 다시는 안하기로 했다"며 "김기영 감독은 지도를 잘 해줘서 전혀 힘들지 않았지만 다른 영화들은 시나리오만 보고는 할 자신이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은심은 "다른 작품 출연 제안도 왔지만 다 거절했다. 다만 '내일의 광장'이란 영화는 워낙 예술영화라 하고 싶다는 생각에 몇 번 찍었다가 도저히 못하겠다고 그만 뒀었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방에게 감정을 전달해줘야 하는데 그걸 잘 못했다. 그러니깐 상대방이 이렇게 하면서 어떻게 '하녀'를 했냐며 나와 못하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도 못하겠다고 했고 그리고 끝이었다"고 덧붙였다. '내일의 광장'은 이은심이 중도하차하자 '지게꾼'이란 제목으로 상영됐다.

브라질로 떠난 뒤 한국 영화계와 인연을 완전히 끊었다는 이은심은 그럼에도 임상수 감독이 리메이크한 '하녀'는 찾아봤다고 했다. 이은심은 "큰 화면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작은 컴퓨터로 봐서 큰 감동은 없었다"면서도 "(전도연이)연기도 잘하고, 내가 한 '하녀'보다 훨씬 월등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은심은 이번 영화제에서 고인이 된 남편 이성구 감독을 대신해 '한국영화회고전의 밤'에서 디렉터스체어상을 받기도 했다. 이성구 감독의 '장군의 수염'도 이번 영화제 '한국영화 회고전-1960년대 숨은 걸작' 부문에서 상영됐다.

이은심은 "워낙 오랜만에 한국에 왔더니 처음에는 신성일도 몰라봤다"며 "'하녀'를 다시 보니 같이 출연했던 김진규와 자리를 함께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영화제에서 두 달 동안 내 연락처를 찾아서 연락했다더라"며 "나이가 들어서 혼자 한국을 못 찾는데 특별히 초청해줘서 딸과 손녀랑 같이 한국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이은심은 "이번이 부산영화제에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다"며 "좋은 추억을 갖게 돼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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