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나라의앨리스' 제작비 2억의 기적, 이야기의 힘 발휘

김소연 기자 / 입력 : 2015.08.21 08:00 / 조회 : 6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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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포스터


"3만 명만 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던 이정현의 소망이 곧 이뤄질 전망이다.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감독 안국진·제작 KAFA)의 총 제작비는 2억 원. 마케팅비를 포함해도 3억 원 남짓이다.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이런 부족한 제작비를 눈치조차 채지 못할 정도다. 박찬욱 감독과 장훈 감독 등 내놓으라 하는 연출가들이 칭찬한 탄탄한 스토리와 연기 구멍 없는 출연진, 여기에 짜임새 있는 연출까지 작지만 알찬 영화라는데 이견이 없을 작품이다.

이런 입소문 때문일까.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 보내는 관객들의 관심도 뜨겁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상영관은 60여 개 정도. 상영 횟수 역시 200회가 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꾸준히 관객들을 동원하면서 개봉 일주일 만에 누적 관객수 2만5000만 명을 돌파했다. 시나리오에 반해 노개런티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이끈 이정현의 소박한 소원도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가 적은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작품으로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영화계에서 내놓으라 하는 베테랑들이 모였기 때문. 이정현은 "'명량' 촬영을 마치고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촬영장에 갔는데, '명량'때 본 분들이 그대로 계셨다"며 "저 뿐 아니라 특수효과, 음향, 촬영팀 모두 시나리오에 반해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했다"고 촬영장 분위기를 전했다.

수남(이정현 분)이 세탁소 세탁기에 갇힌 상태에서 물이 일렁이는 장면, 실감나는 가스 폭발신 등의 특수 효과 역시 '명량'의 특수효과 팀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여기에 안국진 감독의 발랄한 연출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몰입도를 더욱 끌어 올렸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남편과 행복하게 사는 것만이 삶의 목표였던 수남이 어이없게 사건에 휘말리고 살인자가 되는 과정을 총 3가지 챕터로 풀어냈다.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며 상담사를 찾아가 고민을 털어 놓으며 이야기를 시작하니 액자식구성인 듯 하다가도 이후에 펼쳐지는 전개들을 보면 평범하게만 흘러가지 않는다. 색다른 재미를 안기는 포인트다.

순수하고 성실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 수남을 통해 취업난, 주택 문제, 재계발 등 사회문제에 대한 냉혹하고 유쾌한 풍자가 펼쳐진다. 여기에 재계발 위원장 도남(명계남 분),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행동대장 형석(이준혁 분), 자기 몫만 챙기는 이기적인 상담사 서영화(경숙 분)까지 각각의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앙상블 역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친절한 금자씨',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 등 묘한 분위기의 여성이 등장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지점 등은 비슷한 분위기를 형성하지만,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만의 개성이 돋보이는 것도 이런 연출과 출연 배우들의 열연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한공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 이어 올해에도 '소셜포비아', '위플래쉬' 등 작지만 강렬한 개성을 가진 영화들이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지금까지의 분위기로만 본다면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가 이들의 뒤를 잇는 작품이 되는 것에 이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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