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휘 "아직도 사람들이 못 알아봐..그래도 행복해요"(인터뷰)

영화 '뷰티인사이드' 상백 역 이동휘

김소연 기자 / 입력 : 2015.08.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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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동휘/사진=홍봉진 기자


유명한 배우보다는 다양한 모습으로 기억되는 배우, 이동휘(30)가 꿈꾸는 모습이었다.

배우 이동휘가 대중 앞에 제대로 인사한지는 불과 2년. 하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는 비슷한 경력의 어떤 배우보다 화려하다. KBS 2TV '조선총잡이', 영화 '타짜-신의 손' 그리고 '베테랑'까지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오후 3시에 일어나 천장을 보며 "무엇을 할까" 고민하고, "제발 연기 좀 그만둬"라며 부모에게 타박 받던 청년은 이제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하는 촉망받는 연기자가 됐다. 그리고 오는 20일 개봉하는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 이동휘는 자신의 장점을 유감없이 드러내면서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이동휘는 '뷰티 인사이드'에서 얼굴이 바뀌지 않는 유일한 남자다. '뷰티 인사이드'는 매일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바뀌는 남자 우진과 그의 비밀까지 끌어안는 여자 이수(한효주 분)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 이동휘가 연기한 상백은 우진의 친구로서 가족 외에 유일하게 우진의 진짜 얼굴을 아는 사람이다.

때론 고민을 상담해주고, 우진의 비밀을 유쾌하고 긍정적으로 해석해주는 상백은 '뷰티 인사이드'의 활력소다. 자칫 지루하거나 늘어질 수 있는 이야기는 상백의 등장으로 숨 쉴 수 있는 여유가 만들어지고, 웃을 수 있다. 이동휘는 이런 상백의 역할을 능수능란하게 해내며 극의 긴장감을 쥐락펴락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상백은 돋보이는 역할이 아니라 관객이 느끼는 정서와 마음을 해소시켜주는 친구이자 배역이라 생각했어요. 커플들의 오글거리는 모습이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면 '밥맛 떨어진다. 그만해라' 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잖아요. 그걸 극에 가져와서 현실성을 부여하려했죠."


이동휘의 진가가 발휘됐던 장면은 우진의 바뀐 얼굴을 처음 알게 되는 부분이었다. 친구의 황당한 비밀을 알게 된 상백이 진짜 우진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애드리브는 극 초반 몰입도를 끌어올리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한국의 정서는 '그립다', '사랑한다'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밥은 먹고 다니지'라고 애 둘러 표현하는 거잖아요. 친구가 희귀한 병에 걸리고 걱정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웃음으로 위로를 한 거죠. 아오이 소라 드립도 그렇게 해서 나오게 된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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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동휘/사진=홍봉진 기자


연기에 대한 생각도 명확하고 캐릭터 분석도 철저하다. 스스로 프로필을 돌리며 조연과 단역을 따 내던 이동휘가 오디션도 없이 김윤석, 유해진 등이 속한 심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은 것도 현장에서의 입소문 덕택이었다.

어느 베테랑 배우 못지않게 자신에 대해서도 냉철하다. 이는 이동휘가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기 전인 7년여의 시간 동안 수많은 작품을 보고, 느끼고,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쌓인 부분이었다. 만화가를 꿈꾸다 연극영화과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기를 공부한 이동휘는 7년 동안 서울예대에 다녔다. 스스로 "시력 학점"이라고 칭할 만큼 학점이 높은 것은 아니었지만 "매일 아버지의 눈을 피해 영화를 봤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작품들을 섭렵했다.

"배우를 꿈꾸고 나서부터는 최대한 많은 영화를 보려했어요. 어떤 누군가를 만났을 때 어떤 작품이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고 말한다면 제 자신이 창피할 것 같았죠. 그 이후엔 영화를 보면서 위로를 받았어요. 프로필을 돌리고 할 때, 친구들이 떠났을 때에도 위로가 된 건 영화였죠. 그래서 7년의 시간이 부끄럽지 않아요. 따분하거나 지루한 시간도 아니었죠. 피가 되고 살이 됐어요."

덕분에 적지 않은 나이에 데뷔 했지만 이동휘를 찾는 곳은 끊임이 없다. 지금도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8'에 캐스팅 돼 촬영하느라 바쁘고, '도리화가'의 개봉도 기다리고 있다. 또 '키 오브 라이프'에도 캐스팅 돼 촬영이 예정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제는 집에서도 더 이상 구박받지 않는다.

"불과 2년 전만해도 부모님이 '제발 그만하라'고 부탁하셨어요. '만화가보다는 연기자가 낫다'면서 연극영화과에 보내주셨지만, '그만두라'는 말은 계속 하셨죠.(웃음) 그런데 지금은 제가 뭘 하든 별 말 안하세요. 이전엔 같은 디자인인데 색이 다른 운동화를 2개 사면 '갖다 버리라'고 했는데, 이젠 10개를 사도 '멋있다'고 하시고요."

많은 관심을 받고 정신없이 활동하고 있지만, 가지 않은 길 '만화가'에 대한 미련은 없을까.

"주어진 재능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손재주에 한계를 느꼈고, 그걸 어떻게 해소할 지 고민한 끝에 칸 밖으로 나온 것 같아요. 그리고 연기할 때 만화 속 장면 장면을 표현하는 방식들이 큰 도움이 되요. 제 인생의 8할은 만화를 통해 구축이 됐으니까요. 아직도 만화를 좋아하지만 일을 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은 연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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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동휘/사진=홍봉진 기자


대화를 할 수록 더욱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이동휘였다. 적절한 유머와 센스 있는 추임새까지 이동휘의 신스틸러 연기는 그냥 나오는 게 아님을 느끼도록 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이동휘는 인터뷰하기 힘든 배우로 꼽혔다. 학창시절 소개팅도 한 번 해본 적이 없다는 이동휘는 "누군가와 1대 1로 질문을 주고받는 상황이 낯설었다"며 "인터뷰가 잡혔을 때, 촬영을 할 때보다 더 잠을 못 잔다"고 털어 놓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눈도 마주치지 못했어요. 머릿속에 메뉴얼 자체가 없다보니 혼란스러웠던 것 같아요. 인터뷰라는 것에 대해 기본적인 대처법을 모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긴장했고요. 지금은 그때보단 낫지만 지금도 여전히 낯설고 어려워요."

하지만 이제는 어렵다는 인터뷰도 척척 해낼 만큼 성장한 모습이다. 이런 이동휘가 마지막까지 강조했던 것은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연기자로 사는 마지막가지 '이동휘는 어떤 배우'라고 정의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번엔 상백이라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또 다른 작품에선 새로운 도전을 할 테니까요. 사람들이 저를 몰라봐도 괜찮아요. 지금도 이렇게 다녀도 알아보는 분들이 없어요. 그래도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이런 노력하는 부분을 봐주시고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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