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녀' 박흥식 감독 "7개월 기다려준 전도연·김고은, 그리고 이병헌"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연출자 박흥식 감독

김소연 기자 / 입력 : 2015.08.1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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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식 감독/사진=이정호 인턴기자


오랫동안 구상하긴 했지만 투자부터 캐스팅, 개봉까지 어떤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이 어느 때보다 컸다.

박흥식(50) 감독이 '협녀, 칼의 기억'(이하 '협녀')이란 작품을 구상하고 개봉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자그마치 11년. 6년 동안 구상했고, 3년 동안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5개월간 촬영을 하고 1년 가까이 개봉이 미뤄졌다. 그렇지만 박흥식 감독은 오히려 담담했다. 그동안의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작품을 갈고 닦는데 쓴 만큼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술술 대답했다. 그랬던 박흥식 감독이 특히 고마움을 드러냈던 사람들은 작품에 출연해 열연을 펼쳤던 배우들이었다.


"전도연과 김고은은 남자 배우가 캐스팅되지 않았을 때 7개월을 기다려줬어요. 그리고 이병헌 씨가 캐스팅되면서 본격적으로 투자가 됐고 촬영이 시작됐죠. 홍이의 성장기와 목숨을 함께 하는 로맨스를 그리고 싶었는데 배우들의 합이 잘 나온 것 같아요."

박흥식 감독은 2004년 영화 '인어공주'를 마무리할 때쯤 중국 소설 '사조영웅전'을 보고 '협녀'를 처음 구상하게 됐다. 그리고 당시 '인어공주' 주인공이었던 전도연에게 가장 먼저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고 자연스럽게 캐스팅까지 이뤄졌다. 그리고 김고은의 캐스팅까진 일사천리였다. 홍이의 성장이 극의 중심축인 만큼 발랄하면서도 슬픔을 표현할 수 있는 젊은 여배우를 찾던 박흥식 감독의 눈에 영화 '은교'가 들어왔다. 박흥식 감독은 "정말 강렬했다"며 "모델처럼 예쁘고 전형적인 미인 얼굴은 아니지만 매력이 있었다"며 김고은에 대한 인상을 전했다.

문제는 유백 역할을 맡을 배우를 찾는 것이었다. 어떤 유명 배우는 "'협녀'라는 제목 자체가 여자 영화인데, 굳이 내가 해야 하냐"며 거절을 하기도 했단다. 박흥식 감독은 "셋 중에 조연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며 "캐스팅에 난항을 겪고 있을 때 이전에 제안을 했던 이병헌에게 ''칼의 기억'이란 제목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면서 '시나리오를 다시 보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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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식 감독/사진=이정호 인턴기자


여자 검객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아직 한국 영화 중 한 번도 흥행에 성공한 적이 없는 무협이라는 장르였다. "시나리오는 재밌다"는 평가는 받았지만, "이게 과연 될 수 있겠냐"는 반신반의 때문에 투자를 받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상황도 이병헌의 캐스팅과 함께 모두 해결됐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박흥식 감독이 여성 검객의 이야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외국 영화에선 여전사들이 많은데, 왜 한국에선 여전사가 주인공인 작품을 하면 안되냐"는 단순한 마음에서였다.

"폼나게 성공시키고 싶었어요. 여자들도 칼을 들고 영화를 지배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죠. 그리고 이전의 무협 영화들이 액션이 주를 이루고 멜로가 부가적인 역할을 했다면, '협녀'는 액션과 멜로를 동시에 가도록 했습니다. 드라마의 밀도와 점도를 강화한거죠. 강한 여성상이 '거부감이 든다'가 아니라 '멋있네'로 받아들여질 때가 오지 않을까 싶어요."

어려움을 뚫고 촬영을 진행해서였을까. 모두들 새로운 영화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이전과는 다른 연기를 선보였다. 전도연과 이병헌은 말할 것도 없고, 김고은은 물론 '감시자들'로 막 데뷔한 이준호조차 자신의 몫을 해내면서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박흥식 감독은 "이준호의 캐스팅은 전도연의 추천이 있었다"며 "전도연의 안목이 좋다"는 말로 그를 칭찬했다.

어렵게 촬영까지 밀렸지만 이번엔 의도치않게 개봉까지 밀렸다. 하지만 박흥식 감독은 "오히려 편집을 하고 작품을 다듬는데 시간을 썼다"며 "지금 '해어화'라는 작품을 찍고 있지만, 일주일 전 언론시사회를 하기 전까지 '협녀' 후반 작업을 같이 해왔다"고 말했다. 박흥식 감독의 자신감도 여기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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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협녀, 칼의 기억' 스틸컷


'협녀' 공개 이후 쏟아지는 반응들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체크하고 있던 박흥식 감독은 "우리 작품은 아주 재밌게 보거나 재미없게 보는 두 가지 부류로 완전히 나뉘는 것 같다"며 "중간이 없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그런 부분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협녀'를 재밌게 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3분 안에 결정이 나요. 홍이가 해바라기를 앞에 두고 붕붕 날아 오를때 '뭐야, 저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영화를 보는 내내 재미가 없겠죠. 한국에서 이런 모습을 보지 않아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어요. 하지만 중국 영화에서만 이렇게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한국 무협 영화에도 이런 장면이 이전부터 연출됐어요. 정창화 감독의 '죽음의 다섯손가락'은 한국식 무협을 중국에 접목한 경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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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식 감독/사진=이정호 인턴기자


극중 캐릭터들의 설정과 행동 하나하나까지도 허투루 만든 것이 없었다. 월소가 눈이 먼 이유에 대해선 "18년 전 배신으로 스스로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버린 것"이라며 "그렇게 철저하게 자신과 세상을 분리시키며 모든 것에 초월한 사람이 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박흥식 감독이 가장 기뻤던 반응도 "영화 속에 심어놓았던 의도를 알아봐 줄 때"였다.

"어떤 평론가가 엔딩 부분에 '덕기야'하고 월소가 유백의 진짜 이름을 불러주는데, 그게 뭔지 알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극중 월소는 한 번도 유백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어요. 그런데 마지막에야 이름을 불러주는 거죠. 이 부분을 알아봐주신 게 감사하고 좋았어요."

힘들게 내놓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인터뷰 내내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던 박흥식 감독이었다. 하지만 흥행엔 초연한 모습이었다. 1000만 관객을 엿보고 있는 '암살',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베테랑' 그리고 후반 주자가 될 '뷰티 인사이드'까지 쟁쟁한 경쟁작들이 있는 상황에서 "다른 작품들이 더 잘될 것 같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협녀'가 관객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됐으면 한다는 바람은 숨기지 않았다.

"지금 한국영화들이 다들 잘되고 있는데, 모두가 윈윈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요즘 관객들은 붐이 형성되면 이 영화도 보고, 저 영화도 보는 것 같더라고요. '암살'을 본 분들이 '베테랑'도 보고, '협녀'까지 보면 좋죠. 그렇게 '협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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