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강정호의 4월은 화끈했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5.0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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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AFPBBNews=뉴스1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자신의 메이저리그 커리어 첫 달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지난 30일 벌어진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경기에서 3루수 겸 7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강정호는 2루타 포함, 4타수 3안타로 2타점을 뽑아냈고 도루까지 기록하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5회초엔 1-1 동점을 만드는 귀중한 투아웃 적시타를 때렸고 9회초엔 우중간 펜스를 직접 때리는 홈런성 2루타로 타점을 보태 시즌 타점을 6으로 올렸다. 1할대(.182)이던 타율은 하루밤새에 .269(26타수 7안타)까지 치솟았다. 3루수로서도 흠잡을 데 없는 안정된 수비력을 보여줬다.


강정호의 최근 페이스를 보면 그가 빅리그 투수들과의 승부에서 자신감을 얻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첫 13게임에서 13타수 1안타(타율 .077)로 출발했던 강정호는 이후 9게임에서 13타수 6안타(타율 .462)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이 기간 중 타점도 6개를 뽑아냈다. 팀내 타점랭킹 6위다. 주전선수들에 비해 출전기회가 절반도 안되는 백업선수치곤 상당히 괜찮은 성적이다. 첫 13경기와 다음 9경기에서 강정호의 성적을 비교해보면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음을 알 수 있다.<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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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팀 내에선 그에 대한 신뢰가 쌓여가고 있고 외부에서 그를 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이너에 가서 실전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으나 이젠 쑥 들어갔다.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은 30일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그(강정호)는 정말 좋은 선수다. 기술을 갖췄다”면서 “괜찮은 스윙을 갖고 있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모두가 그를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칭찬했다.


강정호의 성적을 또 선발로 출장한 경기와 대타 및 교체로 투입된 경기로 나눠 살펴보면 또 한 가지 추세를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선발 출전경기의 성적이 훨씬 좋다는 사실이다.<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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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샘플사이즈가 워낙 작은데다 이제 빅리그에 처음 적응하는 단계여서 이런 수치에 얼마나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강정호가 대타 또는 교체 출전한 경기보다는 선발로 나섰을 때 훨씬 자신있게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음은 감지할 수 있다.

심지어는 선발경기에서 삼진횟수가 많은 것조차 반드시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타석에서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스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대타로 나섰을 땐 자신 있는 스윙보다는 방망이에 볼을 맞추는데 집중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강정호가 마음먹고 방망이를 돌릴 때와 볼을 맞추는데 집중하는 스윙을 할 때의 차이점은 투스트라이크 이후의 성적에서 잘 나타난다. 강정호는 투스트라이크 이전엔 큰 레그킥으로 투구에 타이밍을 맞추고 타구에 힘을 실어가는 스윙을 하지만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는 레그킥을 자제하고 볼을 끝까지 보며 타구를 맞추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지금까지 친 2루타는 모두 초반이거나 볼카운트가 유리할 때 나왔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투스트라이크 이후 타율은 그 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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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지금까지 피츠버그가 치른 22경기 가운데 강정호는 6경기에 선발, 7경기에 대타 또는 교체멤버로 나섰고 나머지 9경기에서는 벤치를 지켰다. 피츠버그가 주전 내야진(외야진도 마찬가지다)이 워낙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는 팀이라 벤치멤버로 출전기회는 그만큼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피츠버그가 시즌 첫 2주 동안 주전 라인업을 거의 매게임 풀가동하고 백업멤버들은 주로 대타나 대수비, 대주자로 기용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유지했기에 강정호는 그만큼 출전기회를 얻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 경향에 다소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허들 감독이 후보들의 출전방식을 ‘뭉치기식’(Bundling)으로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즉 먼저 주전을 내보낸 뒤 경기 후반에 후보들을 대타나 대수비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기회가 오면 벤치멤버들을 한꺼번에 두 세 경기에 계속해 선발로 출전시키는 방식을 쓰겠다는 말이다.

사실 지금까지 강정호의 출전 패턴을 보면 바로 이런 ‘뭉치기식’ 기용이 보이고 있다. 강정호는 첫 4경기에선 한 번 밖에 타석에 나서지 못했다가 다음 두 경기에 선발로 나섰고 이어 6경기를 벤치에 앉았다가 연속 3경기에 선발 출전했으며 이후 5경기에서 1타수만 기록한 뒤 지난 두 게임에선 6타수를 기록하는 등 출전기회가 뭉치기식으로 오고 있다.

허들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고르게 타격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로테이션을 하고 있는데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상황이 오면 이런 방식(뭉치기식)으로 팀을 운용할 생각”이라면서 “앞으로 시즌이 계속되면 이런 경우가 더욱 잦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된다면 강정호가 최근 보여주고 있는 타격의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한층 더 많은 출전기회를 얻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런 의미에서도 최근 강정호의 상승세는 주목할 만하다. 30일 경기에서 3안타를 몰아친 덕에 강정호는 시즌 타율과 출루율에서 주전 유격수 조디 머시 및 3루수 조시 해리슨을 추월했다.<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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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12승10패)는 시즌 초반 팀 전체적으로 타격이 슬럼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팀 타율이 .230에 불과, 15개 내셔널리그 팀 가운데 12위에 그치고 있고 89득점은 NL 9위, 각각 .280과 .360인 출루율과 장타율은 모두 NL 13위로 최하위권이다. 반면 투수력은 상당히 안정된 면을 보여주고 있다. 팀 방어율(2.95)과 총 실점(71)이 모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이어 NL 2위를 달리고 있으며 탈삼진 수(195)는 LA 다저스(202)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198)에 이어 3위에 올라있다. 누가 봐도 팀 전체적으로 ‘투고타저’ 현상이 뚜렷하다. 초반 투수진의 빼어난 모습을 타자들이 까먹고 있는 양상이기에 타선을 살리는데 대책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시즌은 이제부터 시작이고 앞으로도 5개월에 걸친 마라톤 일정이 남아있다. 첫 한 달 결과를 놓고 만족하거나 흥분할 필요도, 실망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강정호가 이미 가능성을 충분히 입증했고 팀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도전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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