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 정진 "주병진 한 마디에 배우로"(인터뷰)

KBS 2TV '파랑새의 집', '바람은 소망하는 곳으로 분다' 정진 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5.04.06 15:50 / 조회 : 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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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진/사진=임성균 기자


참으로 오묘한 배우다. 착한 캐릭터를 입혀 놓으면 한 없이 순박한 청년이 되었다가도 악역을 맡으면 또 뼛속까지 악한 나쁜 놈으로 보이기도 한다.


코믹연기부터 살벌한 악역 연기까지 순식간에 오고가는 배우 정진(39)의 매력은 2015년 봄에도 발휘됐다. KBS 2TV '스파이'에서는 남파공작조직의 책임자 태식 역으로, '파랑새의 집'에서는 직업은 박사지만 연애에는 영 재주가 없는 맞선남 고장수로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지난 달 20일 방송한 KBS 2TV 드라마 스페셜 '바람은 소망하는 곳으로 분다'에서는 탈옥을 주도하는 박동팔 역으로 나섰다.

정진은 사람들이 자신이 어떤 역할을 했던 배우인지 매치를 시키지 못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웃는다. 모범답안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자신이 어디까지 변신 할 수 있을 지 시험하는 것은 연기자에게 주어진 묘미다.

"전혀 다른 모습을 오가는 게 저는 재미있어요. 여러 가지 삶을 살아서 재미있다고하기 보다는 또 다른 연기에 도전하게 되면 어떻게 보일까 하는 호기심이 강해요. 같은 악역이라도 같은 사람일 수는 없는 거니까. 사람들이 잘 알아보지 못할 때 재미있어요."

악역 일 때는 참 못 되 보이고, 코믹한 연기를 할 때는 또 평범하고 순해 보이는 기묘함의 근원, 정진은 "외모가 없어보여서"라며 웃었다. 때로는 악만 남은 것 같고, 때로는 짠해 보이는 어딘지 불쌍한 분위기가 있단다. 단지 '짠함' 만이 이유는 아닐 터. 그에게 자신의 강점을 물었다.


"저는 항상 두 가지를 얘기해요. 하나는 에너지예요. 에너지를 쏟아내는 연기를 정말 좋아해요. 미친 듯이 휘몰아져가는 전율과 감동?(웃음) 제가 가장 사랑하는 극단이 목화였어요. 관객들이 뒤로 밀려날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내는 극단이었죠. 그 연기를 정말 좋아했어요. 연습을 엄청나게 많이 했죠. 다른 하나는 몸에 배어 있는 짠함? 저도 모르게 짠한 연기를 잘해요. 화를 내도 짠해 보인대요. 마치 집이 쫄딱 망했는데 괜히 큰소리를 치는 짠함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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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진/사진=임성균 기자


드라마, 영화를 하면서도 정진은 꾸준히 연극 무대에 오르고 있다. 회당 10만 원도 되지 않는 돈을 받으면서도 관객들의 집중과 박수가 주는 쾌감은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저는 굉장히 현실적이고 숨기지 않는 사람이에요. 솔직하게 말해요. 전 박수 받는 게 좋아요. 대한민국에서 어떤 직업이 이렇게 박수를 받을 수 있겠어요. 나에게 쳐주는 박수가 너무나 좋았어요. 학교 다니면서 연기를 그만 둘까 하는 시절도 있었는데 박수를 받으면서 이게 내가 살아있는 힘이 구나 하고 느꼈어요. '나 혼자 너희를 핍박하리라' 마음먹었죠(웃음). 너무나 환상적이고 감동스러운 것 같아요."

연극만큼이나 정진이 사랑하는 것은 단막극이다. 연출자에게도, 배우에게도 단막극은 시도이고 도전이다. '바람은 소망하는 곳으로 분다'는 특히 김영철, 이원종, 김기천 등 중견배우들이 대거 모여 더욱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연기자가 아닌 가수 데프콘도 함께 했다.

"저도 깜짝 놀랐어요. 이런 선배님들이! 감독님의 힘이고, 드라마의 힘이죠. 종방연에서 다들 얘기 했어요. 어떻게 이런 조합을 만들었냐고요. 데프콘은 잘하는 척을 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요즘 신인배우들은 연기를 배워오고 '잘해야지. 다 보여줘야지'하고 생각해서 어색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데프콘은 솔직하게 말했어요. 저는 가수고 연기자가 아니니 어색할 수 있다고, 좋은 경험을 했다고요. 못하는데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시니 오히려 좋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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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진/사진=임성균 기자


연기를 시작한 것이 언제인지 묻자 정진은 한참을 고민했다. 고등학생 시절 연극 무대에서 '오염수에 중독된 허리 굽은 잉어' 역이 처음으로 맡은 배역이었고, 본격적으로 매체 연기를 한 것은 1999년 즈음. 젊은 시절을 모두 연기를 하면서 보냈지만 처음의 꿈은 개그맨이었다.

"사실 꿈은 개그맨이었어요. 고등학교 때 엄~청 잘나갔어요. 말발이 좋으니까(웃음). 축제 때문 재단에서 통합 사회를 뽑는데 거기에서도 뽑혀서 사회를 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개그맨 시험을 보면 다 떨어지는 거예요. 고민을 하다가 어린 마음에 학벌이 안 좋아서 떨어지는 거라고 생각을 해버렸어요. 그래서 중앙대학교로 편입을 했어요. 남들은 연기 연습을 하는데 전 죽어라 공부를 했어요."

모든 운이 맞아 떨어졌는지 정진은 그간 전례가 없었던 편입 전형에 합격했다. 그리고 중앙대학교에서 자신의 인생을 바꾼 조언을 해준 주병진을 만났다.

"제 인생에 가장 큰 변화를 준 사람이 병진이형이에요. 형의 한마디로 제 인생이 바뀌었어요. 다들 저를 핍박할 때도 형은 저를 천재라고 불렀어요. 그런데 형이 그러는 거예요. '내가 봤을 때 너는 개그는 안 맞아. 연기를 해'라고요. 그날 밤에 개그맨의 꿈을 딱 접었어요. 제가 세상에서 가장 웃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개그를 하지 말라니까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인생의 목표를 물었다. 역시나 입담이 빛났다. 최종 기착지가 있고, 거점이 있는데 중간 거점이 대통령이다. 어린 시절부터 꾸던 막연한 꿈. 마지막 목표는 삶이 끝나는 순간에 확인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는 유시어터 앞에 제 극장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어요. 유인촌 선생님을 정말 존경해요. 학교에서 애정을 많이 가져주셨던 선생님이셨어요. 그래서 유시어터 앞에 제 극장을 만들어서 함께 하고 싶었어요. 잘 성장한 후배를 보여주고 싶었죠. 선생님이 유시어터를 떠나지면서 그 목적의식은 사라졌지만 내 극장에서 내 극단의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건 변함없어요. 나중에 연습하다가 쓰러져서 죽음을 마주하게 됐을 때 극단 아이들에게 '잘 사셨습니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 목표예요. 그럴 수 있도록 잘 살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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