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강하늘·변요한·이제훈 모두 잘 돼도..지치지 않아"(인터뷰)

영화 '태양을 쏴라' 첸 역을 맡은 배우 박정민

김소연 기자 / 입력 : 2015.03.17 08:55 / 조회 : 14790
  • 글자크기조절
image
배우 박정민/사진=김창현 기자


"한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지쳐있진 않아요. 괜찮아요."

배우 박정민(28)은 첫 등장부터 강렬했다. 독립영화의 수작으로 불린 영화 '파수꾼'으로 2011년 데뷔해 될성부른 떡잎으로 일찌감치 눈도장을 찍었다. 배우 황정민이 '파수꾼' 속 박정민을 보고 바로 전속계약을 제안했을 정도.

하지만 '파수꾼'에 함께 출연했던 이제훈을 비롯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09학번 동기 변요한과 임지연, 같은 소속사 강하늘까지 대세로 올라섰지만 여전히 박정민은 '유망주'로 불리고 있다. 4년째 '유망주'라는 말을 듣는 것이 지칠 법도 하지만 박정민은 자신의 위치와 현재 상태를 냉정하게 분석하면서 배우로서 채찍질을 이어가고 있었다.

"요즘 들어 '괜찮냐'고 물어봐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감독님들께도 연락이 오고요. 물론 저도 한방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해요. 그 작품이 어떤 것이 될지는 모르지만요. 그렇다고 마냥 지쳐서 기다리고만 있진 않아요. 이전엔 '여기까지 준비했으니 한번 기회만 와봐라'라고 생각했다면 최근 들어 생각이 바뀌었어요."

박정민은 "나태한 부분이 있어 스스로 채찍질을 해야 발전하는 스타일"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하지만 박정민이 살아온 인생은 바른 청년이었고, 도전의 연속이었다.

전국 인재들이 모인다는 충남 공주 한일고 출신인 박정민은 2005년 고려대 인문학부에 합격했다. 누구나 선망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지만 박정민은 배우라는 꿈을 위해 이듬해 한예종 영화과에 다시 시험을 치고 입학했다. 이후 2009년 연기과로 전과했다. 한예종 안에서도 전례가 없었던 일이었다.

image
배우 박정민/사진=김창현 기자


19일 개봉을 앞둔 '태양을 쏴라'(감독 김태식·제작 필름라인)도 박정민에겐 도전적인 작품이었다.

'태양을 쏴라'는 인생의 마지막까지 떠밀려 미국 LA까지 오게 된 세 명의 젊은이들의 욕망과 꿈, 사랑을 담은 작품. 박정민은 우정도 중요하지만 돈 없이 떠도는 지긋지긋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인물 첸으로 분했다.

'태양을 쏴라'는 촬영장 분위기부터 이전과 달랐다. '태양을 쏴라'는 모든 촬영이 미국에서 진행됐다. 라스베가스와 로스앤젤레스를 오가는 빡빡한 스케줄 뿐 아니라 모든 상황이 열악했다. 그럼에도 박정민은 촬영 스태프들과 함께하며 영화를 만들어갔다.

"촬영 환경 자체가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었어요. 카메라 모니터도 제대로 할 수 없었거든요. 그럼에도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들과 뭔가를 해냈다는 게 재밌고 좋았던 일인 것 같아요."

모든 것이 부족했던 환경이었지만 박정민은 껄렁껄렁한 첸을 연기하며 이전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박정민의 이력을 알고 본다면 의외지만 극중 박정민은 자기 옷을 입은 듯 어색함 없는 연기를 펼쳤다. 박정민은 "제가 모범생처럼 보이지만 고등학교 때 많이 놀았다"며 "그런 저의 모습을 끄집어냈다"고 말했다.

"제가 중학교 때까진 조그맣고, 공부만 하는 지질이 이미지였어요.(웃음) 그런데 3년 동안 짝사랑했던 여자애가 제가 양아치면 되면 만나준다는 거예요. 그래서 아빠 담배를 훔쳐 중3때 처음 폈어요.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엔 저를 아는 사람들이 없으니 이전까지 모습을 모두 지우고 완전히 다른 아이처럼 행동했죠. 밴드도 하고, 힙합댄스 동아리도 들고, 가요제가 있으면 노래도 불렀어요."

이런 박정민의 일탈 아닌 일탈, 그리고 다양한 도전은 '태양을 쏴라' 뿐 아니라 다양한 작품 속에서 각기 다른 캐릭터를 끄집어낼 수 있는 자양분이 됐다. 다양한 사람들과 호흡하면서 스스로도 몰랐던 박정민의 모습을 깨닫고, 이를 캐릭터로 연결시킬 수 있었던 것.

"대학에 가고, 펜을 놓고 대학로에 입성하고, 또 한예종에 갔어요. 그곳엔 말도 안되는 애들도 많았고, 그런 애들과 놀다보니 저 역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저의 모습을 보게 됐어요."

image
배우 박정민/사진=김창현 기자


부모님의 기대, 좋은 학벌, 그리고 시간을 포기하면서까지 얻은 연기자 타이틀이었다. 그럼에도 박정민은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봐줬으면 한다는 생각은 없다"며 "그건 강요이자 폭력"이라고 정리했다.

"예전엔 제가 잘난 맛에 살았어요. 임기웅변 능력이 좋은 편이라 나태한 면이 있었죠. 요즘들어 가끔씩 찾아오는 우울함, 불안감이 오히려 저를 공부하게 하게 하더라고요. 조금 더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스스로를 볼 수 있도록 하고요. 그렇지만 제가 이렇게 노력한다고 해서 '누가 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박정민이 냉혹할 정도로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배경에는 주변에 좋은 멘토 들이 있는 덕분이다. 데뷔작 '파수꾼'을 함께 했던 윤성현 감독도 그 중 하나다.

"얼마 전 '파수꾼'을 함께 했던 윤성현 감독에게 '시나리오는 다 완성됐냐'고 문자를 보냈더니 '배우가 자기 연기가 완성됐다고 생각할 때 망하는 것처럼, 감독도 자기 글이 완성됐다고 생각할 때 망하는 거야'라고 답장을 줬어요. 그 말을 듣고 너무 좋아서 적어놓았어요."

박정민을 발굴한 인물이자 소속사 샘컴퍼니를 이끄는 황정민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박정민을 쉼 없이 달릴 수 있도록 한다.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지만 황정민 형을 따라갈 수 없어요. 항상 저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잡고 말해주시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저를 타박하세요. 그 말을 듣고 전 좌절하고, 술도 마시죠.(웃음) 하지만 애정이 담긴 것을 아니까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관련기사
  • 트위터
  • 페이스북
  • 라인
  • 웨이보
  • 프린트
  • 이메일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