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울 "15년은 배움의 시간..박진영 원망 안해"(인터뷰①)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5.01.19 08:00 / 조회 : 12967
  • 글자크기조절
image
지소울(G.Soul) /사진=JYP엔터테인먼트


"15년간 정말 많이 배웠어요. 어른이 됐고, 사람으로서, 아티스트로서 많은 걸 배웠죠. (박)진영이형이요? 원망 안 해요."

지소울(G.Soul, 27, 본명 김지현)은 JYP엔터테인먼트 '최장기 연습생'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SBS '영재육성 프로젝트 99%'에 출연했다 박진영을 사로잡았다. 당시 지소울은 알 켈리의 '아이 빌리브 아이 캔 플라이'를 불렀는데, 박진영은 "흑인보다 더 흑인스러운 노래가 나왔다"고 회상했다.

"2001년 한 아이를 만났습니다. 사람들과 눈을 못 마주칠 정도로 수줍고 착한 초등학교 6학년이었는데 신기하게도 그의 입에선 흑인보다 더 흑인스러운 노래가 흘러 나왔습니다. 당시 힘들었던 가정환경을 두 달 동안 학교를 걸어 다니며 모은 버스토큰으로 산 Boyz II Men 테이프를 늘어지도록 들으면서 이겨내다 보니 그 감성이 몸에 스며들어 버렸던 것이었습니다."(박진영)

그는 이후 9년의 미국 유학 기간을 포함해 15년간 데뷔 준비를 했다. 그 사이 함께 연습생으로 발탁됐던 선예는 원더걸스로, 조권은 2AM으로 데뷔했다. 가수 겸 배우 비(정지훈)도 그가 JYP에 들어갔을 때 연습생이었다면, 그가 얼마나 오랜 기다림 속에서 데뷔를 준비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image
2001년 SBS '영재육성프로젝트 99%' 출연 당시 지소울의 모습(왼쪽)과 2015년 지소울. 박진영은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 얼굴에 나타나기 마련이죠. 15년의 세월이 얼굴을 이렇게 바꾸어 놓았습니다"라고 얘기했다. /사진=박진영 SNS


오죽하면 '지소울 영혼설'이 나왔을 정도. 이름은 있는데 실체가 없으니 마치 오래된 학교에 하나쯤 있는 전설처럼 그도 JYP의 '연습생 전설'로 15년을 보냈다. 지소울의 '15년 연습생' 이야기를 들으며 영화 '올드보이' 속 오대수(최민식 분)가 15년간 감금당한 채 만두만 먹던 모습을 떠올리는 건 비단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그런 그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지소울은 19일 데뷔앨범 '커밍홈(Coming Home)'을 발표하고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타이틀곡 '유(You)' 등 자작곡 6곡을 담았다. 지난 13일, 데뷔를 앞둔 지소울을 미리 만났다.

지소울은 "만두만 먹으며 기다렸던 건 아니죠?"라고 웃으며 물으니 "하하, 아니에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그런 질문을 익히 많이 들었던 표정이었다. 또 물었다. "15년이 지루하지 않았냐"고.

"많이 배웠어요. 정말, 정말 배웠습니다. 모든 걸요. 그 15년 동안 저는 어른이 됐고, 사람으로서, 아티스트로서 많은 걸 배웠어요. 정말 일찍 데뷔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해요."

15년 기다린 사람의 입에서 '천만다행'이라는 얘기가 나오다니 꽤나 긍정적인 친구란 생각이 들었다. 말이 15년이지. 시시각각 변하는 국내 가요계를 생각하면 단지 '긍정적'이라는 말로 지소울의 얘기를 들을 수만은 없었다.

image
지소울(G.Soul)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원망은 안했나요? 12살에 연습생이 됐는데 서른 살이 눈앞이잖아요?

▶저, 정말 나이 같은 거 신경 쓰지 않는 타입이에요. 아직도 20대잖아요(웃음). 제가 되고 싶은 아티스트는 어린 게 중요한 게 아니라서요. 어리면 물론 좋았겠죠. 그런데 전 진짜 성인으로서 표현할 수 있는, 저만의 것이 있잖아요.

-그 15년이란 사이에 선예나 조권은 데뷔를 하고 큰 인기도 얻었는데요.

▶정말 좋았어요. 정말 정말 정말 선예와 조권이 자랑스러웠어요. 선예와 조권은 친척같은 친구들이니까요. 그 친구들도 먼 길을 돌아온 친구들이니 잘 되니까 좋았죠. 조바심 같은 건 없었어요. 남의 인생이잖아요. 제 인생이 아니니 제 길도 다른 거죠.

박진영은 앞서 지소울의 데뷔 소식을 알리며 "미국 금융위기 당시 JYP의 모든 신인 가수들의 미국 데뷔 프로젝트들은 백지화되고 결국 얼마 후 우리는 미국에서 철수하게 됐다. 그러나 그 때 그 아이는 혼자 미국에 남겠다고 했다. 자신은 여기서 아직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고. 저는 지금 이 실력으로 한국에 가면 넌 최고로 인정받을 거라며 한국 데뷔를 제안했지만 그의 마음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결국 혼자 남았다"고 했다.

-JYP가 미국에서 철수하는데 본인만 남았을 때 외롭지 않았나요?

▶굳이 혼자 남겠다고 거창하게 얘기했던 건 아니었어요(웃음). 하나 다행인 건 있어요. 그 때 준비도 안됐는데 떠밀려서 데뷔하지 않은 거요. 그렇다고 지금 준비가 완벽하거나 제가 최고라는 얘기는 물론 아니에요. 지금쯤은 이제 제가 신인 아티스트로서 인사를 드리고, 성장을 시작하면 되겠다는 느낌이 들어요. 작년부터 아, 이제 나도 아티스트로서 성장을 할 때가 됐구나하고 생각을 했어요.

-15년 중 9년이나 미국에 있었는데 부모님의 기다림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아요.

▶그 기간 동안 한국에 3~4번 들어왔어요. 부모님은 거의 못 본 셈이죠. 당연히 가족들은 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일단 제가 아티스트로서 잘 준비하는 게 더 중요했죠. 제가 워낙 어릴 적부터 독립적이었고 혼자 있는 걸 좋아했거든요. 부모님은, 데뷔한다고 하니까 좋아하세요. 미국에 있을 때도 부모님은 늘 그러셨어요. 너 하고 싶은 것 하고 먹고 싶은 것 잘 먹고 지내라고. 그래서 부담 없이 맘 편히 미국에 있을 수 있었어요.

-올해 만으로 27살인데, 군대 문제는 해결했나요?

▶2, 3년은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군대는 가야죠. 당연히 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뉴욕 브루클린대학에서 공부했죠? 음악을 공부한 건가요?

▶미술과 심리학을 복수 전공했어요. 음악은 누가하지 말라고 해도 어떻게든 했으니까요(웃음). 아티스트가 되려면 더 많은 걸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미술은 어릴 때부터 공부했고, 심리학도 관심이 있어서 대학에서 공부했죠.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대학을 졸업한 게 정말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아티스트가 된다는 게 노래만 하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제 생각에는, 지금의 제가 아티스트로서 첫 받을 내딛는데 대학에서 여러 가지를 배운 게 바탕이 됐다고 봐요. 물론, 음악도 더 풍부하게 됐고요.

-대학 다니면서는 어떤 음악 활동을 했나요?

▶열심히, 열심히 했습니다. 언제나 음악을 생각했어요. 백그라운드 보컬로도 활동하고, 뉴욕 지하철에서 2~3년 동안 노래도 했어요. 전 주어진 상황에 대해 늘 긍정적이에요. 내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늘 생각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15년이 됐네요(웃음). 저도 놀랐어요. 15년이나 흐른지. 사람들이 하도 얘기를 많이 하니까 아, 15년이 흘렀구나 실감을 하는 거죠. 제가 비현실적으로 긍정적이에요(웃음).

(인터뷰②로 계속)

기자 프로필
문완식 | munwansik@mt.co.kr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연예국장 문완식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