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을 바라보는 연예계, 날카롭기만 하다

[기자수첩]

윤상근 기자 / 입력 : 2015.01.13 07:35 / 조회 : 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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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위)과 박창진 사무장 /사진제공=SBS


'땅콩회항'의 파장은 엄청났다. 아직까지도 그 여운은 좀처럼 가시질 않고 있다. 비행기 안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대한민국에 '갑(甲)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최대 화두로서 한 획을 큼지막하게 긋고 있다.

2014년 12월5일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출발하려던 대한항공 086편 내에서 땅콩회항 사건은 시작됐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승무원의 마카다미아 너트 제공이 잘못됐다며 항공기를 아예 회항시키고, 사무장을 불러 하차시켰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사상 초유의 '갑질' 논란 파장을 일으켰고, 대한항공의 안이한 대응 등은 담당자의 처벌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연예계는 이 이야기를 여러 콘텐츠를 빌려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예능, 드라마, 시사 교양 등 포맷에 상관없이 땅콩회항은 여러 차례 다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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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개그콘서트' 코너 '가장자리'에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패러디한 개그우먼 이현정 /사진=해당 화면 캡쳐


KBS 2TV '개그콘서트'는 몇몇 코너에서 땅콩회항과 관련된 부분을 직접 언급하거나 묘사하며 시선을 모았다.

사회적인 이슈를 절묘하게 풍자하며 시선을 모으고 있는 코너 '도찐개찐'은 지난해 12월14일 방송에서 땅콩회항과 관련, 조현아 전 부사장이 탄 비행기를 초보운전 김여사에 비유하며 "자기 마음대로 후진한다. 도찐개찐(도긴 개긴)"이라는 말로 비유, 현장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낸 바 있다.

또한 지난해 12월21일 방송에서는 코너 '젊은이의 양지'의 김원효가 여자친구에게 명품 선물을 할 수 없어 고민하는 이찬에게 크루즈 여행을 해줄 것을 권하며 "크루즈 여행 해봤자 땅콩을 봉지 째로 준다고 한다"고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또한 지난해 12월28일 방송에서는 '가장자리' 코너의 이현정이 아예 조현아 전 부사장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기도 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항공법 위반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등장해 취재진 앞에서 "죄송합니다"라고만 언급한 모습을 패러디한 것이다.

개그 코너에 등장해 웃음을 유발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전달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SBS 월화드라마 '펀치'에서는 이른바 비행기 회항 에피소드를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반부패부 검사 박정환(김래원 분) 등 검찰 조직에 속한 사람들의 치열한 대결을 그리고 있는 '펀치'는 오는 13일 방송분에서 비행기가 회항하는 상황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최명길이 연기하는 윤지숙 법무부장관이 아들의 병역 비리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브로커를 해외로 빼돌리려는 과정에서 차장검사 정국현(김응수 분)이 브로커를 잡기 위해 비행기를 회항하는 장면이 등장할 예정이다. 아주 비슷하진 않지만, 비행기가 회항한다는 점만 봤을 땐 자연스럽게 땅콩회항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이 역시 씁쓸함을 전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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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종합편성채널 JTBC '썰전' 방송화면


시사 프로그램들은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땅콩회항을 집중 조명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11일 방송에서 땅콩회항과 백화점 VIP모녀 사건을 집중 조명하며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사회에 팽배해진 갑질 논란을 전했다. 이와 함께 유한양행의 창업주가 전한 경영철학을 언급하며 갑(甲)의 위치에 선 사람들이 가져야 할 태도를 논했다.

또한 SBS '뉴스토리'는 지난해 12월16일 땅콩회항과 관련, 조현아 전 부사장의 행동이 새삼스럽지 않다, 터질 게 터졌고, 오너 일가와 그들의 관계는 주인과 하인 같다고까지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18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썰전'에서는 진행을 맡은 김구라, 강용석, 이철희가 아예 논란의 중심이 된 마카다미아 넛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직접 먹어보며 "마카다미아가 조현아 특수를 노리고 있다"는 업계의 동향도 언급했다.

이렇듯 땅콩회항은 때로는 심층적으로, 때로는 가볍고 유쾌하게 다뤄지며 TV 프로그램을 장악했다. 다루는 방식이나 콘셉트는 달랐지만, 연예계 내지는 방송계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분명 곱지만은 않았다. 사안 자체가 대한민국의 폐부를 너무나도 정확히 찌른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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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바비킴 /사진=스타뉴스


이 와중에 발생한 바비킴 기내 난동 사건은 안 그래도 날카롭게 바라보는 연예계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고 있다. 지난 9일 처음 보도된 이후 이 사건은 발생 초반만 하더라도 바비킴의 음주 후 기내 난동 및 성추행 사건으로 시선을 한 번에 받았지만 이후 당시 정황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대한항공 측이 바비킴에게 실수로 다른 사람의 항공권을 발권해 문제가 커졌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점차 새 국면을 맞이했다.

홧김에 화를 내고 소란을 피운 바비킴도 소속사 측을 통해 공식 사과하며 잘못을 인정했지만, 소란을 초래하고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자꾸만 의혹을 키워간 대한항공에도 땅콩회항 못지않은 비난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땅콩회항이 언제까지 주요 이슈로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렇기에 이를 바라보는 연예계의 시선 역시 촉각을 곤두세울 것 같다. 이 모든 일련의 상황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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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가요 담당 윤상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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