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아직 '정처'없는 슈어저는 과연 어디로?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4.12.15 07:15
  • 글자크기조절
image
맥스 슈어저(30). /AFPBBNews=뉴스1



윈터 미팅 기간 중 용광로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던 스토브리그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앞두고 겨울잠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오프시즌은 언뜻 긴 것 같지만 사실 그리 길다고 할 수 없다. 월드시리즈가 끝나면 11월이 되는데 미국인에게 가장 큰 명절인 추수감사절(Thanksgiving)과 크리스마스 연휴가 잇달아 다가오기에 마지막 두 달은 정말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가게 마련이다.


이 두 연휴의 중간에 있는 윈터 미팅이 바로 오프시즌 스토브리그가 절정에 달하는 기간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메이저리그는 새해를 맞을 때까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겨울잠에 들어간다.

해가 바뀌면서 1월부터 스토브리그가 기지개를 켜면서 깨어나게 되는데 물론 대부분 팀들이 그 때까지 팀 정비를 마치지 못했기에 그때부터 스프링 캠프 때까지 계속해서 프리에이전트 계약과 트레이드 등 스토브리그 액션이 이어지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윈터 미팅 때처럼 열기가 달아오르진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아직 미정으로 남아있는 최대 관심사는 무엇일까. 단연 프리에이전트(FA) 가운데 넘버 1 투수로 꼽히는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맥스 슈어저의 행방이다. 그의 요구수준이 하도 높아 현 시점에서 슈어저가 어디로 가게 될지 그야말로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슈어저와 그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계약 협상의 출발선을 2억달러로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정도 엄청난 계약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 구단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한 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렇다면 지금쯤 후보가 뻔하게 나왔을 법 한데 실제론 꼭 그렇지도 않다. 대여섯 잠재적 후보들은 하나같이 아직 슈어저에겐 눈길조차 주고 있지 않다. 지금 같아서 과연 그를 데려갈 팀이 있을까 하는 의심마저 들 지경이다.

물론 내년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슈어저는 그 누군가로부터 억대 계약서를 받아 쥐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슈어저를 붙잡을 팀이 과연 누가 될 것인지 하는 것과 그가 목표인 ‘2억달러 플러스’ 계약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뿐이다.

슈어저 이름만 나오면 자동적으로 등장하는 팀의 이름은 물론 메이저리그 최고의 큰 손 뉴욕 양키스다. 하지만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양키스는 지금까지 구단 내부 회의에서 슈어저의 이름이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어차피 생각도 없고 가능성도 없는 선수를 놓고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소한 겉으로는 마치 소가 닭 보듯 하는 모습이다.

사실 양키스는 이번 오프시즌에 예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쯤 계약 총액 기준으로 5억달러 이상의 엄청난 돈을 FA시장에서 펑펑 쏟아 부었지만 결과는 그 전 시즌 85승에서 올해 84승으로 성적이 오히려 1승 줄면서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것에 적지 않게 쇼크를 먹은 모습이다. 이번엔 절대로 돈을 펑펑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작심한 모양인데 지난 주 윈터 미팅을 단 한 건의 트레이드나 FA 계약 없이 구경(?)만 하면서 지나보낸 사실에서 양키스의 각오가 자못 심각한 것을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많은 사람들은 양키스가 결국은 슈어저를 잡기 위해 지갑을 열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슈어저의 엄청난 요구조건을 실제로 수용할 수 있는 두 세 팀중 하나일뿐더러 그와 같은 에이스를 가장 간절히 필요로 하는 팀이기 때문이다. 마사히로 다나카와 CC 사바티아 등 팀의 탑2 에이스가 지난 시즌 부상에 발목을 잡힌 양키스로선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3년 연속 플레이오프 없이 시즌을 마치지 않으려면 슈어저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보라스는 벌써부터 양키스 관련 가능성을 흘리면서 은근히 부채질을 이어가고 있다. 디트로이트 스포츠 네이션에 따르면 이미 그는 양키스에 8년간 2억1,600만달러 계약을 제안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2억달러도 기가 막힌 데 다소 황당해 보이지만 보라스는 이전에도 황당해 보이는 계약을 실제로 끌어낸 인물이기에 마냥 웃어넘길 수만도 없다. 이미 슈어저는 친정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6년 1억4,400만달러의 연장계약 오퍼를 거절했을 때 이미 이 정도 액수를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2억1,600만달러라는 액수는 올해 초 클레이튼 커쇼가 LA 다저스와 7년간 2억1,500만달러에 연장 계약한 것보다 총액에서 100만달러 많은 것이다. 투수로서 역대 최고 개런티 계약을 요구한 셈이다. 단지 연수를 커쇼보다 1년 긴 8년으로 잡은 것은 커쇼보다 많은 평균연봉을 요구하긴 힘들다는 사실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슈어저가 아무리 뛰어난 투수라고 해도 이미 만 26세에 사이영상을 3번이나 수상하고 역사상 처음으로 4년 연속 메이저리그 방어율 챔피언에 오른 커쇼와 비교될 순 없다. 무엇보다 커쇼는 현재 만 26세로 30세인 슈어저보다 4살이나 젊다. 그는 앞으로 7년간 투수로서 기량이 절정에 달하는 시점을 맞게 되지만 슈어저는 길어야 3년 정도가 지나면 투수로서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할 것이 분명하다. 30세가 넘은 투수에게 8년짜리 계약을 준다는 것은 사실 구단 입장에선 정신 나간 행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보라스라고 해도 이것은 다소 무리다. 특히 양키스가 올해처럼 지갑을 풀 생각이 없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슈어저 영입에 나설 다른 후보들은 어떨까. 양키스의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는 잔 레스터 영입전에서 최고 1억3,500만달러 이상을 베팅하길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레스터를 놓친 다음 날 트레이드와 FA 계약을 통해 한꺼번에 3명의 선발투수를 영입했으나 아직 확실한 스태프 에이스는 잡지 못한 실정이다. 하지만 레스터 영입전에서 1억3,500만달러가 베팅의 상한선이었던 팀이 갑자기 슈어저에게 2억달러를 베팅하리라곤 생각하기 힘들다.

한편 슈어저의 친정팀인 타이거스는 이미 더 이상 슈어저를 붙잡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데이브 돔브라스키 단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현 시점에서 우리는 그(슈어저)와 계약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LA 다저스도 후보로 올라있긴 하지만 커쇼와 잭 그레인키가 원투펀치로 있는 상황에서 2억달러씩 쓰면서 슈어저 영입에 나설 가능성은 없다. 다저스는 지금 비싸지 않으면서 안정된 5선발 한 명만 있으면 되는 입장이다.

시카고 컵스는 이미 레스터를 붙잡았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슈어저의 어깨를 필요로 하지만 그의 요구조건은 감당할 능력은 못된다. 물론 계약 협상을 진행하다보면 계약기간과 총액이 내려갈 수도 있기에 이들을 모두 후보에서 제외시킬 수는 없지만 현 시점에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결국 따지다 보면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슈어저와 보라스의 요구를 받아줄 팀은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 현재의 이야기이고 두 달 뒤엔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번에는 정말 만만치 않아 보이는 이 상황에서 협상의 귀재 보라스가 과연 슈어저에게 어떤 계약을 안겨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