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을 명품으로..엄마·아빠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존재

[김수진의 ★공감]

김수진 기자 / 입력 : 2014.10.1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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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부호형(呼父呼兄),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한 홍길동의 이야기는 잘 알려진 고전이다. 호부호모(呼父呼母)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어머니를 어머니라고 부르지 못하는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지난 12일 종영된 MBC 주말극 '왔다 장보리', 뒤이어 방송되는 MBC '마마' 이야기다.

'왔다 장보리' (극본 김순옥·연출 백호민)는 친딸(오연서)과 양딸(이유리)이라는 신분이 뒤바뀐 상황과 각각 이들의 친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얽히고설키고 꼬이고 꼬인 캐릭터 설정으로 방송 초반 막장드라마라 불렸다.


시청률 40%대를 육박하는 인기를 받으며 막을 내린 이 드라마는 지난 12일 마지막 회 방송에서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드는 장면을 연출했다. 연민정(이유리)과 문지상(성혁) 사이에서 태어나 장보리(오연서)에 의해 성장한 비단(김지영)이가 오열한 것.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줄 정도로 비단이와 가족들만 몰랐던 출생의 비밀이 마지막 회에서 발가벗겨졌다.

비단이는 자신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 낸 문지상을 그리워하며 "아빠"라고 소리치며 울었다. "한 번도 아빠라고 부르지 못해 미안하다. 커서 20살이 되면 꼭 아빠라고 불러드리겠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비단이는 그렇게 한참을 "아빠"를 외치며 울었다. 짐작컨대, 비단이가 경찰에게 쫓기는 연민정을 도왔던 일도 자신의 어머니임을 알았기 때문이 일 것이다.

'암유발자' 연민정도 그토록 원망하고 존재를 부인하던 어머니 도씨(황영희)를 받아들였다. 살인미수 혐의로 교도소 생활을 마친 연민정이 향한 곳은 도씨의 품. 연민정은 자신의 투신시도 등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아 과거 기억을 상실한 도씨를 옆에서 보살폈다. 자신에게 욕을 해대며 보리만 딸이라고 기억하는 도씨지만.


'마마' (극본 유윤경·연출 김상협)역시 송윤아(한승희 역)와 윤찬영(한그루 역) 모자가 시청자를 울리고 있다. 이 드라마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싱글맘 여주인공이 세상에 홀로 남겨질 아들에게 가족을 만들어주기 위해 옛 남자의 아내와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다. 이 말도 안될 것 같은 상황 설정이 시청자를 울리고 있다. 오는 16일 종영을 앞둔 '마마'의 슬픔은 절정에 달했다. 죽음을 준비하며 세상에 홀로 남을 아들 걱정에 눈을 감지 못하는 송윤아의 섬세한 모성연기, 쿨 하게 아버지(정준호 분)의 존재를 덮어버렸지만 위기의 순간에 제발 도와 달라며 "아빠"라고 절규하는 윤찬영이 시청자를 울리고 있다.

두 편 드라마 초반 소재 면에서 막장이라는 시선을 피하지 못했던 작품. 막장도 부성과 모성 앞에선 소용이 없었다. 부성과 모성을 오롯이 안방에 전달한 두 작품은 '명품' 드라마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감동을 선사했다. 명불허전의 작가 필력, PD의 감각적인 연출력, 배우들의 호연이 '막장'을 '명품'으로 만든 셈이다.

어머니 아버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이름이다. 세상 모든 부모님의 존재를 다시금 깨닫게 한 '왔다 장보리'도, '마마'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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