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벨' 상영, 부산영화제 존폐위기..왜?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부산=전형화 기자 / 입력 : 2014.10.06 09:19
  • 글자크기조절
image
'다이빙벨'로 논란에 휩싸인 부산국제영화제/사진출처=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및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19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존폐 위기를 맞았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로부터 '다이빙벨'을 상영할 경우 국고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초유의 사태다.

5일 늦은 저녁 부산 해운대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을 만난 이용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문화부로부터 '다이빙벨'을 상영할 경우 국고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앞서 부산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도 영화제에 '다이빙벨' 상영을 하지 말라고 했다는 사실을 밝혔었다.


이에 대해 이날 오후 부산영화제는 "'다이빙벨'은 예정대로 상영한다"며 "부산국제영화제는 19회를 이어오는 동안 외압에 의해 상영을 취소한 사례가 없다. 영화제의 독립성을 지키고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함이었다"며 공식입장을 밝혔다.

문화부의 국고 지원 중단 압력에 대해 전면으로 반발한 것. 또한 서병수 부산시장의 상영 중단 요청에 대해서도 확실한 반대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올해 부산영화제 예산은 123억 5000만원. 이중 문화부로부터 받는 정부 예산이 14억 6000만원이며, 부산시 예산이 60억 5000만원 가량이다. 문화부가 지원을 중단한다면 영화제가 뿌리부터 흔들린다. 더욱이 부산시장의 요구를 영화제가 거부했기에 부산시 지원도 후폭풍이 예상된다.


부산국제영화제로선 존폐의 위기를 맞은 셈이다.

'다이빙벨'은 MBC 해직기자 출신으로 진도 팽목항에서 현장을 중계한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와 안해룡 감독이 공동연출을 맡은 작품. 세월호 사건 당시 다이빙벨 투입 논란 전말을 재구성해 세월호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의문점을 짚어보는 내용이다.

부산영화제는 9월2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다이빙벨' 초청 사실을 공표했다. 이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차세대문화인연대라는 단체가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영화를 상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성명을 배포하며 논란을 점화했다. 이후 부산 해운대가 지역구인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다이빙벨' 상영 반대 주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서병수 부산시장도 동조했다.

부산영화제가 '다이빙벨' 상영 금지 압력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영화인들이 나섰다. 한국영화 각 단체는 9월 29일 '다이빙벨' 상영 금지를 요청하는 건 영화제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압력 중단 요청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유족 대책위가 문제 제기를 하면서 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영화제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유족 대책위는 서병수 부산시장을 만나 '다이빙벨'의 상영 철회를 요청했다. 이후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유족 대책위는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만나 역시 '다이빙벨' 상영 철회를 요구했다.

이와는 반대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영화인모임은 3일 부산 영화의 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이빙벨' 상영 중단 압력을 중단하라"고 입을 모았다.

논란이 논란을 낳으며 부산영화제를 존폐 위기까지 몰고 있다.

문제는 정작 부산영화제를 존폐 위기까지 몰고 간 '다이빙벨'을,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사람 중 누구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부산영화제는 공식 입장에서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에 대한 비판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작품에 대한 비판과 작품의 상영취소 요구는 별개의 문제"라며 "더군다나 '다이빙 벨'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작품"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지도 않은 작품에 대해 상영취소를 요구하는 것은 영화제의 정체성과 존립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부산영화제로선 '다이빙벨' 상영 취소 요구가 영화제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고 드러낸 것이다.

실제 이날 부산영화제 측은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김동호 명예 집행위원장까지 한 자리에 모여 내부논의를 하면서 공식 입장 문구를 가다듬었다. 영화제로선 6일 처음으로 '다이빙벨'이 상영되기 전에 확실한 입장 정리를 하기 위해 내부 논의 자리를 마련했다.

부산영화제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다이빙벨' 상영을 앞두고 경찰에 도움 요청까지 했다. 물리적인 충돌이 벌어질 경우 관람 방해를 막고 관객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동안 부산영화제는 논란이 일었던 영화를 적지 않게 상영했다.

1997년 제2회에는 제주 4.3 항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레드 헌트'를 상영했으며, 2003년에는 북한영화 7편을 상영했었다. 2012년에는 고 김근태 장관의 고문 실화를 다룬 '남영동 1985'를 초청했으며, 지난해에는 제주도 강정마을 사건을 다룬 '구럼비-바람이 분다'를 상영했었다. 당시도 논란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영화제를 존폐 위기까지 몰고 가지는 않았다. 선택은 관객의 몫이자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는 건 영화제의 본령이라는 대의가 컸기 때문이다.

올해 '다이빙벨'을 둘러싼 논란은 미국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가 대대적으로 보도할 정도로 외신의 관심도 크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 최대 영화제 인만큼 더욱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이용관 위원장은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털어놨다.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둔 부산영화제의 문제의식은 공식입장에 잘 담겨 있다. 부산영화제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비판이 활발하게 벌어지는 열린 공간의 장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해당 영화에 대해 상영을 반대하거나 찬성하시는 모든 분들께서는 작품 상영에 지장을 주는 과도한 행위는 자제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면서 "영화를 사랑하시는 모든 관객과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협조를 당부 드린다"고 당부했다.

누가 부산국제영화제를 흔드는가, 누가 부산영화제를 지키는가, 언제나 결론은 관객이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