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가신 감독 "홍콩 시위 비통하지만 출구 없다"(인터뷰)

부산=전형화 기자 / 입력 : 2014.10.04 15:51 / 조회 :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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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가신 감독/사진=이기범 기자


"개인이 세상을 바꿀 순 없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순 없다."


'첨밀밀' '명장' 등으로 한국에 두터운 팬을 갖고 있는 홍콩의 진가신 감독이 최근 홍콩의 민주화 시위에 대해 비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진가신 감독은 4일 오후 부산 해운대 그랜드 호텔에서 한국과 중국, 홍콩, 태국 취재진과 만났다. 진가신 감독은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디어리스트'가 아시아 영화의 창에 초청돼 2011년 '무협' 이후 3년 만에 부산을 방문했다.

'디어리스트'는 중국의 대도시 심천에서 이혼한 부부가 잃어버린 아이를 찾아 나섰다가 몇 년이 지나 시골에서 다른 사람의 아이로 자라는 걸 알게 된 뒤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 시골에서 납치된 아이를 키우던 여자는 자신이 아이를 낳지 못하자 남편이 밖에서 낳아온 아이를 데리고 왔다고 해서 그 아이를 친자식처럼 정성스럽게 대했다. 남편이 죽은 뒤 아이를 친 자식처럼 키우던 여자는 납치된 아이의 부모가 찾아오자 큰 충격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진가신 감독은 '디어리스트'를 아이를 납치당한 사람들과 아이를 키운 사람, 모두가 피해자라는 시선으로 다뤘다. 진가신 감독은 실제 뉴스에서 이 사건을 접하고 영화로 만들었다.


진가신 감독은 그간 홍콩인으로 정체성을 드러내 왔는데 다가 '디어리스트'를 통해 중국의 사회 문제를 깊숙이 다뤘다. 때문에 그가 최근 벌어지고 있는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 궁금증이 쏠렸다. 현재 홍콩에선 2017년 행정장관 선거안을 놓고 대학생과 교수, 지식인들이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어 전 세계의 시선이 쏠려 있다.

진가신 감독은 민주화 시위에 대한 즉답은 피했다. 다만 그는 홍콩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디어리스트'처럼 다른 관점에서 영화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있냐는 질문을 받자 비로소 입을 열었다.

진가신 감독은 "진짜로 너무너무 비통하다. 하지만 이런 소재는 영화로는 만들 순 없을 것 같다"며 "왜냐하면 출구가 없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진가신 감독은 "홍콩 사람이라 매일매일 뉴스를 보고 있는데 학생들이 이렇게 열정적으로 자신들의 소리를 내는 건 당연하지만 결과가 없는 걸 보면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만든 '중국합화인'이란 영화에'개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천진하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없다'라는 대사가 있다"며 "요즘 내 생각과 가장 맞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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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가신 감독/사진=이기범 기자


진가신 감독은 "그동안 사랑 영화든 범죄 영화든 다양한 영화를 만들면서 표면적인 것만 다루지 않고 제도와 인생을 더해 사회성을 담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디어리스트'는 정말 기뻤다. 이전 작품들은 과거와 기억, 그리움을 다루면서 사회적인 문제를 이야기했지만 이번에는 가장 사회적인 문제를 가장 전면에서 다룰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진가신 감독은 "신문에 나왔던 소재를 갖고 영화를 만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년 전 이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너무나 드라마틱한 이야기라고 느꼈다. 어렵지만 여러 반전과 풍부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진가신 감독은 "지금 중국은 빈부의 격차가 커지고, 사람들이 돈을 쫓아 소도시에서 큰 도시로 이동을 한다. 그러다보니 이혼도 하게 된다. 돈을 많이 벌지만 그래서 아이를 잃게 되는 지금 중국의 사회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에도 나오지만 납치된 아이를 키우는 여인에겐 큰 아들과 작은 딸이 있었다. 이 딸도 아들처럼 남편이 밖에서 데리고 온 아이였다. 중국은 남아선호 사상으로 주로 남자 아이를 납치한다. 데리고 온 아이는 남자아이고, 버려진 아이는 여자아이라는 걸 통해 잘못된 남아선호 사상도 짚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진가신 감독은 "나는 중국 본토 감독은 아니지만 그렇게 중국 내 사회문제를 깊숙이 다룰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 만족하다곤 할 순 없지만 한 발 더 나갈 수 있었다는 게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또 진가신 감독은 "사람들이 아직도 '첨밀밀'을 이야기할 때는 답답하기도 하다. 난 개인적으로 '퍼헵스러브'에서 이미 '첨밀밀'을 넘었다고 생각한다"며 "'디어리스트'를 먼저 본 많은 관객들이 '첨밀밀'을 완전히 넘었다고 한다. 인간 본성을 좀 더 깊게 다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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