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벨'? '팅커벨'? 누가 BIFF에 색칠을 하나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부산=전형화 기자 / 입력 : 2014.10.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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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벨/사진출처=부산영화제 홈페이지


'다이빙벨'인가? '팅커벨'인가?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실체 없는 나비 한마리가 떠돌고 있다. 논란만 뜨겁고, 본질은 간데없다. 하지만 이 나비는 부산영화제를 통째로 흔들고 있다. 후유증은 더 심각할 수 있다.


1일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유족 대책위는 서병수 부산시장을 만나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의 부산영화제 상영 철회를 요청했다. 부산영화제 조직위원장이기도 한 서병수 시장은 "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서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영화제를 훼손하는 행위를 두고 볼 수 없어 지난 주 영화제 집행위에 상영 중단을 요구해 놓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유족 대책위는 이날 영화제 개막 막바지 준비에 한창인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찾아 '다이빙벨' 상영 철회를 요청했다. 이 자리에는 TV조선, 채널A 등이 동참했다.

결국 이용관 위원장은 영화제 개막일인 2일 개막작 '군중낙원' 기자회견에서 "(9월)영화제 기자회견 당시에 말씀을 드렸기 때문에 그것으로 답을 대신하고 싶다"라고 말해야 했다. 당시 314편의 영화가 상영된다고 했으니 그 말을 그대로 지킨다는 뜻이다. 영화제가 개막하는 날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외압 논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본질은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낀다.

'다이빙벨'은 올해 부산영화제 시작 전부터 영화제를 흔들었다. '다이빙벨'은 MBC 해직기자 출신으로 진도 팽목항에서 현장을 중계한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와 안해룡 감독이 공동연출을 맡은 작품. 세월호 사건 당시 다이빙벨 투입 논란 전말을 재구성해 세월호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의문점을 짚어보는 내용이다.

'다이빙벨' 논란은, 논란을 위한 논란이다. 색칠하기가 뚜렷하다.

'다이빙벨' 부산영화제 초청 소식이 알려지자 차세대문화인연대라는 단체가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영화를 상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성명을 배포했다. 논란을 점화한 것. 2010년 발족한 차세대문화인연대는 찾아가는 영화관 사업, 찾아가는 예술관 사업 등 주로 정부지원 사업을 해오던 단체다.

차세대문화인연대가 '다이빙 벨' 부산영화제 상영반대를 주장하자 동조하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영화제 운영의 독립성을 지켜줘야 했을 서병수 부산시장이 오히려 부산영화제에 '다이빙 벨' 상영이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상영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변방에서 불을 지르고, 돈줄과 권력을 쥔 사람들이 몸통을 흔든다.

지난달 29일에는 한국영화 각 단체가 부산시가 '다이빙벨' 상영 금지를 요청하는 건 영화제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압력 중단 요청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엔 몸통이 반대로 흔들렸다.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유족 대책위는 영화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3일 '다이빙벨' 상영금지를 촉구하는 시위를 부산영화제 주 상영장인 영화의 전당 앞에서 할 계획이다. 비슷한 시각, 비슷한 장소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영화인모임이 철저한 진상규명을 보장하는 특별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깃발은 나부끼지만 정작 영화제에서 영화는 실종됐다.

부산영화제 사람들은 '다이빙벨'을 '팅커벨'이라고 자조 섞인 말로 대신 부르고 있다. 요정처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누구나 본 것처럼 이야기한다. 살아나라고 응원도 한다.

도대체 세월호 사건의 본질과 부산영화제가 무슨 관련이 있기에 이렇게 흔들까?

그건 부산영화제가 누군가 바라는 약하고 유명한 적이기 때문이다. 큰소리로 허풍을 쳐서 겁을 주고, 유리한 곳에서 위협해도, 맞싸움을 할 수 없는 유명한 상대이기 때문이다. 논란으로 본질을 호도해 나비효과를 일으키기 안성맞춤인 상대다.

'다이빙벨' 논란'은 지난해 상영 반대 외압 논란이 일었던 '천안함 프로젝트'와 비슷하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직후 국방부에서 "사실을 왜곡해 국민의 혼란만 초래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후 해군에서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논란 속에 예정대로 개봉했던 '천안함 프로젝트'는 이후 상영 반대 외압 논란이 일고, 영화 각 단체의 외압 반대 성명 발표가 뒤따랐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논란의 중심에 있었지만 정작 관객들의 큰 호응은 얻지 못했다. 영화가 주장하는 바를 떠나 영화적 만듦새가 부족했던 탓이 컸다.

'다이빙벨'도 마찬가지다. 선택은 관객의 몫이다. 6일 부산에서 첫 공개되는 '다이빙벨'은 이미 매진됐다. 영화가 만듦새가 부족하다면 찻잔 속에 태풍이 될 것이며, 훌륭하다면 부산발 태풍이 될 것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부러진 화살'은 부산영화제 이후 태풍이 됐었다. 어쩌면 약하지만 유명한 적이 태풍을 만들어낼지 무서워 흔들 수도 있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2일 스타뉴스와 만나 이 모든 논란에 대해 "하나님은 아실 것"이라고 했다. 부산영화제의 하나님은 관객이다. 관객이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분명한 건 '다이빙벨'은 올해 부산에서 상영하는 29개국 314편 중 하나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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