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AG] '외국 손님'들이 인천에서 맞이한 첫 '불금'은?

인천=김우종 기자 / 입력 : 2014.09.27 06:00 / 조회 :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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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고기뷔페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추억을 쌓지요'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 개막한 지 8일이 지났다. 반환점을 돈 지금, 이제 폐막까지 일주일밖에 안 남았다. 남은 기간은 일주일. 이미 끝난 종목이 있는가 하면,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종목들도 있다. 그리고 26일. 이날은 '불(火)타는' 금요일이었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위치한 구월아시아드선수촌. 아시안게임에 참가 중인 외국 선수들이 묵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경기가 없는 날 하루 종일 숙소에만 있기엔 무료할 터. 결국 '불금'이 되자 많은 외국 선수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이 향한 곳은 숙소로부터 걸어서 15~20분이면 갈 수 있는 곳. 바로 근처에서 가장 번화가인 구월동 로데오거리였다. 외국 선수들은 저마다 AD카드를 목에 건 채 한국의 밤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이들은 삼삼오오 혹은 10명 이상씩 몰려다니며 한쪽 길을 가득 메웠다. 반면 홀로 길거리를 배회하는 아프가니스탄 선수도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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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역도 대표팀(첫 번째 사진)과 홍콩 대표팀(두 번째). 그리고 홀로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선수(세 번째).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한 고기뷔페에 떼로 몰린 태국 역도 대표팀이었다. 이들은 고기뷔페에서 실컷 포식을 한 뒤 밖에 나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옆에는 홍콩 보트 대표팀도 서 있었다. 이들 일행 중 한 명은 "기숙사 생활이 지루해 밖으로 나왔다"며 "선수촌 안에서는 정말 할 게 없다"고 말했다.

뒤이어 훈훈한 장면이 목격됐다. 바로 홍콩 보트 대표팀의 한 선수가 일본 선수와 우연히 마주친 것. 이들은 길거리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기념사진을 찍었다. 비록 경기장에서는 정정당당하게 경쟁을 펼치는 적이었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모두가 친구였다.

다음으로 시선을 끈 곳은 편의점이었다. 편의점 앞 간이 테이블에서 맥주를 먹고 있는 앳된 두 태국 남자. 이들에게 운동선수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어느 종목이냐고 물었더니 야구라고 했다. '아, 우리 대표팀과 맞붙었던…. '그래서 우리가 15-0, 5회 콜드로 이겼던…'

둘 중 나이가 많은 싯띡케우 섹(23)은 한국전에서 우익수, 앞에 있는 소라홍 왓산(17)은 1루수를 봤다. 싯띡케우 섹은 "한국야구는 정말 강하다. 우리는 프로 팀이 없다. 이제 대회가 끝났으니 대표팀도 해체될 것이다. 대학생인 나는 태국으로 돌아가면 공부를 한다. 또 왓산은 스포츠를 배우는 고등학교로 돌아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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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에서 우익수로 출전했던 싯띡케우 섹(좌)과 1루수로 나섰던 소라홍 왓산. 편안한 복장으로 편의점 앞에서 컵라면을 먹고 있다가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묻자 흔쾌히 응했다.


필리핀 트라이애슬론 선수도 우연히 마주쳤다. 니코 브라이언(23)은 밖에 나온 이유에 대해 묻자 "한국을 느끼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한국 사람들과 거리, 한국 문화를 보기 위해 여기 왔다"며 "이 길거리를 한국에서는 뭐라고 부르느냐"고 되물었다. 이들 역시 중간에 우연히 만난 마카오 트라이애슬론 대표팀 선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뒤이어 방향을 선수들이 묵고 있는 선수촌으로 틀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또 한 외국 선수가 고성방가로 밤거리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횡단보도를 건너가기 전에는 춤까지 추기 시작했다. 남자 둘, 여자 둘. 이들은 필리핀 수영 선수(3명) 및 관계자였다.

춤의 주인공은 홀 조슈아(23). 조슈아는 "한국에 처음 왔는데, 정말 좋다. 안전하고 깨끗하다. 편안하다"고 말한 뒤 옆에 같이 있던 여자를 소개시켜줬다. 이 여자 선수는 수영 선수인 알카디 자스민. 그런데 특이한 것은 자스민의 손에 한가득 들려있는 시리얼이었다. 무려 4개를 한꺼번에 산 것. 그러나 자스민은 이런 자신이 부끄럽지 않다며 환하게 웃은 뒤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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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트라이애슬론 선수 니코 브라이언과 마카오 트라이애슬론 선수들이 우연히 만나 훈훈한 인사를 나누고 있다(위 사진). 알카디 자스민이 시리얼을 손에 든 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아래 사진).


이렇게 저마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은 경기가 없는 시간, 또 일정이 없을 때 한국에서 추억을 쌓고 있었다. 어쩌면 한국 땅이 처음일지도 모르는 그들. 또 다시는 한국에 오지 않을 수도 있는 그들. 이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는 어떤 인상으로 남게 될까. 선수촌 아파트 불이 아직 많이 꺼지지 않은 밤 10시께, 기자들의 출입이 금지된 선수촌을 뒤로 하고 발길을 다시 제자리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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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밤 10시께 구월아시아드선수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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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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