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버킷챌린지 열풍, 그 시작과 현재①

[★리포트]아이스버킷챌린지, 어디까지 왔니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4.08.30 19:00 / 조회 : 16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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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 환자인 야구선수 피트 프레이티스와 그의 SNS / 사진=ESPN 영상 캡처


루게릭병(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환자를 돕기 위한 기부 이벤트 아이스버킷챌린지(IceBucketChallenge)가 세계적인 화제다. '24시간 안에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아니면 100달러(약 10만 원)를 루게릭병 퇴치를 위해 기부하라'는 '재미있는 기부'가 미국을 넘어 한국까지 강타했다.


아이스버킷챌린지, 그 시초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처음부터 루게릭병이 대상은 아니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2013년부터 차가운 물에 뛰어드는 '콜드 워터 챌린지'라는 형태의 나눔 활동이 퍼졌다. 암 연구나 순직소방관을 위한 기부를 촉구하기도 했으나, 몸에 무리가 온다는 비판 속에 잠시 주춤해졌다. 그럼에도 이는 SNS를 통해 퍼져나갔고 비슷한 형태의 기부활동이 계속됐다. 지난 6월 초에는 유방암에 대한 인식개선과 관련 모급을 위해 애리조나 대학 여자야구 코치가 고안한 유사 형태의 이벤트인 '아이스콜드챌린지'가 미국 스포츠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배우 이켠이 SNS에 써서 널리 알려졌던, '아이스버킷챌린지를 할 때 차가운 물을 뒤집어쓰는 것은 근육이 수축되는 루게릭병 환자의 고통을 묘사한 것'이라는 이야기는 그 기원을 알고 보면 사실이 아닌 셈이다. 절묘한 적용임에는 틀림없다.

현재의 아이스버킷챌린지는 지난 6월30일(현지시각) 미국 NBC 골프 채널 아침방송 '모닝 드라이브'에서 진행자들이 최근 유행을 소개하겠다며 단체로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각기 지목한 단체에 기부를 한 일이 시작이 됐다고 알려졌다. 이것이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기부로 이어진 것은 지난 7월 중순 미국 골프선수 크리스 케네디가 얼음물 샤워를 하고 다음 주자로 루게릭병에 걸린 남편을 돌보고 있는 아내의 사촌 재닛을 지목하면서부터. 딸과 함께 얼음물을 뒤집어쓴 재닛은 이를 페이스북에 공개했고, 다른 루게릭병 환자가 이를 공유하면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2012년 루게릭병 진단을 받아 야구선수의 꿈을 접은 피트 프레이츠 역시 적극적으로 화답하며 아이스버킷챌린지 확산에 큰 몫을 했다. 보스턴 지역 운동선수들을 중심으로 퍼진 아이스버킷챌린지는 이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빌게이츠 MS공동창립자,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등 유명 인사들의 참여와 함께 미국 전역에 빠르게 번져나갔다. 열풍이 제대로 불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10만 달러(약 1억 원)를 함께 기부했고, 팝스타 저스틴 비버는 얼음물 샤워를 두 번이나 했으며, 배우 맷 데이먼은 물부족 문제를 지적하며 변기물을 뒤집어썼다.

한국에서 아이스버킷챌린지가 불붙기 시작한 것은 지난 17일 가수 팀이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가수 션 등을 지목하면서. 이에 션이 빅뱅의 지드래곤, 조인성을 지목하고, 이후 지드래곤과 조인성이 화답하면서 아이스버킷챌린지가 수많은 연예인들과 유명 인사들에게 번져갔다. 특히 유재석 현빈 김수현 박신혜 이종석 김우빈 최민식 설경구 류승룡 곽도원 황정민 박경림 박수홍 양동근 정준하 박명수 김희선 등 많은 스타들의 참여가 컸다. 정우성 김태희 등 기부만 한 스타도 상당하다. 외부 노출이 뜸한 원빈에 고현정까지 동참하며 아이스버킷챌린지로 연예계가 하나 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연예인을 넘어 사회 각층 유명인사, 정치인, 시민들의 기부, 동참도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루게릭병 환자를 위해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던 연예인들이 알려져 더욱 주목을 받았다. 루게릭병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명동 거리에서 아이스버킷챌린지를 했던 양동근은 10년째 루게릭병 투병 중인 박승일 농구코치(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와 수년 동안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무려 8명의 연예·문화계 인사로부터 지목받아 얼음물을 뒤집어 쓴 박경림은 3년 째 승일희망재단에 꾸준히 기부를 이어오며 도움을 주고 있는 대표 연예인이다. 연예계 대표 기부천사 중 한 명인 가수 션은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로도 활동 중이다.

아이스버킷챌린지와 함께 기부금은 크게 늘었다. 한국 측 승일희망재단은 물론이고 한국루게릭협회에도 기부액이 이전에 비해 급증했다. 열풍의 중심인 미국 ALS협회는 지난 29일(이하 현지시각) 아이스버킷챌린지 이후 기부금이 1억 달러(약 1100억 원)를 돌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배 증가했다.

물론 명과 암이 존재한다. 재미있는 기부라는 평가와 동시에 자기과시, 홍보수단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민준은 29일 방송되는 'SNL코리아'를 통해 스타들의 아이스버킷챌린지 세태를 풍자할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뜨겁게 타오른 만큼 금방 식어버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가장 많은 돈이 모인 지난 8월 21일에는 미국 ALS협회에 들어온 하루 기부금이 100만 달러(약 110억 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28일에는 그 30% 수준으로 뚝 떨어지기도 했다. 물론 여전히 많은 금액이지만 뜨겁게 불붙은 기부 열풍이 삽시간에 식을 수도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승일희망재단 박성자 이사는 "지금의 참여 열기를 어떻게 지속해가면서 좋은 방향으로 정착해갈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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