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한국 야구와 축구 ‘세계 경쟁력’ 상실 충격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4.07.0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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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와의 조별 예선 3차전이 끝난 후 홍명보 감독이 선수들을 다독이고 있다. /사진=OSEN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 국가 대표팀이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승도 못 거두고 1무2패로 예선 탈락한 것은 충격적인 결과였다. 단순하게 책임론을 운운하며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식의 분석을 내놓는 것에 그쳐야 할 일이 아니다. 한국 야구에 이어 축구마저 ‘세계(world)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 극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굳이 ‘세계’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한국야구는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orld Baseball Classic, 이하 WBC)에서 아무도 예상 못한 지역 예선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이어 한국축구가 2014 브라질 월드컵(World Cup) 본선 무대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국민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한국 야구와 축구가 세계 무대에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야구와 축구가 몰락해 가고 있는 과정 역시 비슷하다. 올림픽 성공에 이은 세계 대회 참패로 이어졌다.

한국야구는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4강에 진출해 준결승전에서 일본에 0-6으로 패했다. 당시 결승전에서는 일본과 쿠바가 맞붙어 일본이 10-6으로 승리해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사령탑은 김인식 감독이었다.


그 다음에 있었던 한국야구의 세계 무대는 2008 베이징 올림픽이다. 김경문 감독이 이끈 한국대표팀은 베이징 우커송 구장에서 열린 야구에서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룩했다. 아마야구 세계 최강이라는 쿠바가 결승에서 한국에 패해 은메달, 메이저리그를 자랑하는 미국은 동메달에 머물렀다.

한국야구는 세계 무대에서 절정의 실력을 보여주기 시작해 이듬해 2009년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결승까지 진출했다. 정상에 오를 기회에서 일본에 3-5로 패해 준우승에 그쳤으나 한국 야구가 세계 무대의 중심에 서는 성과를 올렸다. 더 이상 야구 변방이 아니란 것을 과시했다. 감독은 김인식 감독으로 그는 ‘국민 감독’의 위치에 올랐다.

그런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야구는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탈락했다. 4년 후에 열린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야구는 자취를 감추었다. 런던 올림픽에서는 야구의 영광을 축구가 재현했다. 홍명보 감독의 지휘 하에 한국축구는 동메달을 따냈다. 일본과의 3,4위전에서 박주영과 구자철의 골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이 시기까지 한국 야구와 축구는 마침내 세계 정상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착각이었을까? 아니면 오만해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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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감독이 이끈 한국 야구 대표팀은 지난해 3월 대만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이라는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사진=OSEN





한국야구는 지난해 3월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제3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지역 예선 1라운드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대만 호주 네덜란드와 B조를 이뤘는데 유럽의 네덜란드와의 첫 경기에서 0-5로 영봉패 당해 비상이 걸렸고 호주를 6-0, 대만을 3-2로 제압해 2승1패를 기록했으나 결국 2라운드 진출 티켓 2장을 네덜란드와 대만에 내주었다.

야구에 약한 유럽의 네덜란드가 성장한 것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2라운드에서 네덜란드는 쿠바를 꺾고 일본과 함께 결선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제3회 WBC에서는 도미니카 공화국이 결승전에서 푸에르토리코를 3-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1, 2회 대회 우승국 일본은 준결승전에서 푸에르토리코에 1-3으로 졌고, 네덜란드가 4강까지 올랐다가 도미니카 공화국에 1-4로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전통의 강호 쿠바와 미국이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역시 최고의 이변은 삼성 류중일 감독이 이끈 한국야구가 지역 예선 1라운드도 통과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는 사실이다.

이번에는 한국 축구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뤄낸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의 기억이 생생한 가운데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2패로 예선 탈락했다. 전 대회인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뤘고 올림픽 동메달이 이어졌기에 그 어느 대회보다 국민적인 기대감이 컸었다.

세계 정상권에 근접해가던 한국 야구와 축구에 왜 이런 참담한 현실이 닥쳤을까? 더 큰 문제는 ‘날개 없는 추락’이 드디어 시작됐다는 것이다. 국가 대표팀이 구성되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여러 논란이 결국 나쁜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도 비슷하다. 2013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는 현역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규정으로 정해 놓은 대로 전년도 한국시리즈 우승팀 류중일 감독이 사령탑을 맡았는데 지역 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축구도 지역 예선에서 조광래 감독, 최강희 감독을 거치는 과정을 거쳤고 결국 처음에는 고사하던 홍명보 감독이 맡게 됐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예선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은 세계 축구의 강호 이탈리아의 경우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이 탈락이 확정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곧바로 사퇴를 발표했다. 자신이 부족했음을 밝히고 스스로 물러난 것이다.

한국 야구와 축구가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뼈를 깎는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게 없다. 그 대신 변명만 하고 있다.

세계 정상급이 되기 위해서는 한국만이 할 수 있는 야구와 축구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세계 정상권 야구와 축구 ‘따라 하기’와 ‘흉내 내기’에 총력을 기울였던 것은 아닐까.

한국 야구의 에이스였던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도 정상급의 투구 능력을 갖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이근호 김신욱이 팀내 해외파들에 뒤지지 않고 세계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다만 걱정은 올시즌 한국프로야구가 급격히 수준이 떨어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고 프로축구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야구와 축구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자국 리그의 수준을 끌어 올려야 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이를 바탕으로 지도자와 선수들을 발굴해 저변을 튼튼히 해야 한다. 결국 방향은 하나로 모아진다. 그 선결 조건이 더 중요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축구협회(KFA)가 비전과 조직력을 갖추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월드베이스볼 클래식과 월드컵은 4년 마다 열린다. EPL의 전설적인 감독으로 2013년 은퇴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73) 감독은 ‘성공적인 팀은 4년 주기로 돌아간다. 항상 4년 후의 팀을 그리며 결단을 내려라. 결코 리빌딩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기초에서, 제일 낮은 부분에서부터 팀을 만들어 가라’고 했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changyh21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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