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한국축구와 류현진 ‘운명의 23일 새벽’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4.06.21 09:00 / 조회 : 3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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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열린 러시아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예선 1차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이근호와 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는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 /사진=OSEN






2014년 6월 23일 새벽은 한국 스포츠 역사에 대단한 의미를 가지는 ‘잊지 못할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전·후반 90분인 축구가 ‘순간’은 아니겠지만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임을 고려하면 한국-알제리전은 실로 짧게만 느껴질 수도 있다.

러시아와의 브라질 월드컵 H조 조별 예선 1차전에서 1-1로 비긴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 대표팀은 한국시간으로 23일 새벽 4시 알제리와 브라질 월드컵 H조 조별 예선 2차전을 펼친다. 16강 진출이 걸린 한판 승부다. 이 경기는 남미(南美)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 위치한 베이라-히우 스타디움에서 현지 시각 22일 오후 4시에 열리며 한국보다 정확히 12시간이 늦다.

한편,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LA 다저스의 류현진은 이날 오전 5시 10분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9승째에 도전한다. 북미(北美)인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현지 시각으로는 22일 오후 1시 10분에 경기가 열린다.

류현진에게도 이날 승리는 매우 중요하다. 올스타전을 앞두고 9승을 올리면 올스타 후보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박찬호가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2000시즌 세운 메이저리그 한국인 투수 한 시즌 최다승인 18승(10패, 평균 자책점 3.27) 기록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공교롭게도 류현진은 지난 해 14승 8패를 기록했다. 박찬호가 풀타임 선발이 된 첫해인 1997시즌 14승 8패와 정확하게 같다. 다만 평균 자책점은 류현진이 3.00으로 박찬호의 3.38보다 좋았다. 14승을 거둔 박찬호는 다음 시즌인 1998년에 15승(9패, 평균 자책점 3.71)을 따내며 LA 다저스의 에이스급으로 성장했는데 현재 류현진의 행보도 그와 비슷하다.

이렇게 23일 새벽(현지 22일 오후) 아메리카 대륙 남과 북에서 한국축구와 한국야구는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치열한 승부에 나선다. 월드컵과 메이저리그는 누구나 인정하는 정상의 대회이고 리그이다. 같은 날 겨우 1시간여를 차이에 두고 국민적인 관심을 모으는 경기가 펼쳐지는 것도 선례를 찾기 어렵다.

한국 축구와 야구가 국가 대표급으로 동시에 경기를 펼친 가장 최근의 대회에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있다. 베이징 올림픽 기간 중인 8월 13일 한국 축구는 상하이에서 온두라스전을, 야구는 미국과의 첫 경기를 가졌다.

당시 한국축구는 베이징 올림픽 D조 조별 예선 1차전에서 카메룬과 무승부, 2차전에서 이탈리아에 패배, 3차전에서 온두라스에 승리를 거두며 1승 1무 1패를 기록했지만 아쉽게도 8강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박성화 감독이 이끈 23세 이하 베이징올림픽 국가 대표팀에는 박주영이 있었고 이번에 러시아와의 조별 예선 1차전에서 교체 투입돼 선제골을 넣은 이근호가 박주영과 함께 투톱을 이루기도 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의 주역들이 이번 월드컵에서도 간판 선수들로 활약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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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열린 러시아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예선 1차전서 후반 11분 교체돼 대신 그라운드를 밟는 이근호(왼쪽)에게 힘을 실어주는 박주영(오른쪽). /사진=OSEN





당시 베이징 올림픽 조별 예선에서 한국은 카메룬과의 1차전 때 박주영의 프리킥으로 1-0으로 앞섰지만 동점을 허용하며 1-1 무승부를 기록한 것이 뼈아팠다. 이번 월드컵 첫 경기였던 러시아전도 1-1 무승부였다. 베이징 올림픽 2차전에서는 세계 정상급인 이탈리아에 0-3으로 완패했고 3차전에서 온두라스를 상대로 1-0 승리를 거두었으나 예선 탈락하고 말았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김경문 현 NC 감독이 이끈 한국야구 대표팀은 축구 온두라스전이 열린 8월13일 강호 미국전에서 8-7, 한 점차 승리를 거두며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승승장구 예선 성적 7승 무패로 1위(쿠바 6승 1패, 2위)를 기록하며 4승 3패로 4위에 오른 일본과 준결승에서 격돌해 6-2로 승리했다.

한국은 미국을 10-2로 대파하고 결승에 오른 쿠바와 결승전에서 맞붙어 3-2 승리를 거두고 대망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실로 감동의 순간이었다. 당시 올림픽 대표팀에서는 현재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활약했다. 그리고 베이징올림픽 야구 대표팀에는 삼성으로 복귀한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소속 이승엽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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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한국 야구대표팀. /사진=OSEN





세계 최고의 프로 농구 리그인 미(美) NBA 최고 스타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미국의 올림픽 농구 대표팀은 항상 ‘드림팀’으로 불려왔다. 베이징 올림픽에도 LA 레이커스의 코비 브라이언트 등 천문학적인 몸값의 스타들이 국가대표로 참가했다. 그리고 결승에서 올림픽 2연패에 나선 스페인을 118-107로 누르고 금메달을 되찾았다. 미국이 자랑하는 농구 드림팀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동메달에 그쳐 ‘건방진 스타들’이라는 비난을 받은 바 있는데 그 명예 회복을 한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한국야구와 미국농구가 공통적으로 추구한 정신은 ‘팀(Team)’이다. ‘팀 코리아(Team Korea)’와 ‘팀(Team) USA’로 개인적인 명예욕과 이기심, 오만함을 버리고 조국을 대표하는 팀으로 거듭났다.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결승 투런 홈런을 날린 이승엽의 눈물에 전 국민이 모두 하나가 되는 감동을 이끌어낸 한국야구 대표팀은 쿠바와의 결승전 9회 포수 강민호가 퇴장을 당하는 위기를 극복하고 끝내 금메달을 따냈다. 야구는 베이징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제외 돼 언제 다시 올림픽 무대에서 태극 마크를 단 국가대표 야구 선수를 볼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세월호 참사로 우리나라는 큰 슬픔에 빠져 있다. 23일 새벽, ‘팀 코리아’라는 큰 함성으로 대한민국이 하나가 되며 일어서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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