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류현진 30세 FA 선언 ‘1000억 원’ 몸값 가능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4.06.0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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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콜로라도전서 시즌 7승째를 거둔 류현진. /사진=OSEN





LA 다저스의 좌완 류현진(27)이 자신의 미(美) 콜로라도 덴버 쿠어스 필드 첫 등판이었던 7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6이닝 8피안타 2탈삼진 2실점으로 팀의 7-2 승리를 주도하며 7승(2패) 째를 따낸 것은 승수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덴버는 공식적으로 해수면보다 1마일(1609.3m) 높은 고지대에 위치한 도시로 일명 ‘마일 하이 씨티(Mile-High City)’라고 불린다. 덴버 도심에 위치한 ‘쿠어스 필드(Coors Field)’는 고도의 영향으로 공기 저항이 적어 변화구가 잘 듣지 않고, 타구는 멀리 날아가 ‘투수들의 무덤(the pitcher’s grave)’이라는 악명을 가지고 있다.

투수에 초점을 맞춰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고 있으나 공이 건조한 탓에 타구 역시 빨라 수비 부담도 매우 크다. 쿠어스(Coors)는 로키 산맥의 맑은 물로 만든다는 맥주 이름이다.

여담이지만 쿠어스 필드에서 열리는 경기를 관전할 때는 콜로라도 로키스 만의 ‘야구공 저장소’를 한번쯤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덴버가 고지대이기 때문에 더워질 수록 습도가 10% 이하로 떨어진다. 당연히 가죽으로 만든 야구공도 건조해져 투수들의 그립이 불편하고, 타구 역시 빠르고 멀리 날아가게 된다. 습기가 없이 메마른 공을 투수들이 컨트롤하기가 어렵다.


콜로라도 로키스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팀으로 창단해 시작한 첫 시즌은 1993년이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구단을 사서 콜로라도로 옮겨오려고 하던 시도가 실패하고 메이저리그 확장 정책에 의해 플로리다(현 마이애미) 말린스와 함께 창단해 리그에 들어왔다.

첫 두 시즌(1993~1994)은 미 프로풋볼(NFL) 덴버 브롱커스의 홈 구장이었던 ‘마일 하이 스타디움(Mile High Stadium)’을 같이 쓰다가 쿠어스필드가 완공되면서 1995시즌 ‘투수들의 무덤’의 역사가 시작됐다.

콜로라도 로키스와 덴버 쿠어스필드의 야구는 2002년 획기적인 변화를 맞게 된다. 이른바 야구공 저장소인 온도 습도를 조절하는 ‘휴미더(humidor)’가 등장한 것이다.

구단의 엔지니어였던 토니 코웰(Tony Cowell)이 자신의 사냥용 가죽 부츠가 여름에 특히 더 건조해지면서 타이트하게 되는 것을 발견하고 야구공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콜로라도 구단의 엔지니어들이 연구를 해서 야구공 제조사인 롤링스(Rawlings)가 규정한 화씨(F) 70도, 섭씨(C) 약 21도, 습도 50%에 야구공들을 보관하는 저장소를 만들었다. 공식 명칭은 번역하기가 쉽지 않은 ‘Environmental Storage Chamber(ESC)’인데 ‘환경을 조정해 저장하는 방’ 정도로 보면 된다.

콜로라도를 상대로 시즌 7승 째를 따낸 류현진도 ‘특수 저장소’에서 가지고 온 야구공을 던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이 스트라이크 존 상한보다 높게 들어가 아예 포수 미트 아래를 보고 던질 정도로 컨트롤하기 힘들었다고 하니 ‘휴미더(humidor)’가 생기기 전에는 투수들이 더 곤욕을 치렀음이 확실하다.

박찬호가 LA 다저스에서 선발로 뛰던 시절에는 ‘휴미더’가 개발되지 않았다. 박찬호는 2001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가 돼 2002시즌 아메리칸리그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었고 2002년 처음으로 콜로라도가 ‘휴미더’에 보관한 공을 경기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박찬호가 쿠어스필드에서 6승2패의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으나 평균 자책점은 6.02로 나쁜 이유 중의 하나이다.

류현진의 쿠어스필드 첫 등판 첫 승은 여러 측면에서 각별한 가치를 가진다.

먼저 투수로서 장기 계약이 가능한 내구성(耐久性, durability)를 메이저리그 전체를 상대로 확실하게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류현진은 지난 달 어깨 통증으로 4월29일자로 소급해 15일 부상자 명단(DL)에 처음으로 올랐고 24일 휴식을 취한 뒤 5월22일 뉴욕 메츠를 상대로 복귀전을 가졌다. 이후 콜로라도 전 승리로 DL에서 돌아온 후 신시내티전 7이닝 퍼펙트 등의 빼어난 투구 내용을 보이며 4연승을 하고 있다. 어깨 허리 등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시켜 줌과 동시에 쿠어스필드에서도 자신의 투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한 것이다.

발표된 바와 같이 류현진은 LA 다저스와 6년간(2013~2018시즌) 계약금 500만달러(약 51억원, 이하 1달러 1022원 환산)) 포함 3600만달러(약 367억원)에 계약돼 있다. 시즌 투구 이닝 수 등에 대한 옵션은 별도이다.

그런데 류현진이 현재의 페이스와 투구 능력을 내년시즌까지 계속해 꾸준하게 보여준다면 LA 다저스 구단은 ‘ 딴 생각’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류현진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옵션이 있기 때문이다. 6시즌이 아닌 5시즌을 마친, 만 30세의 마지막 시점에 투구 이닝이 750이닝 이상을 기록하면 계약에서 풀려나 FA를 선언할 수 있는 ‘옵트 아웃(opt out)’ 조건을 가지고 있다.

LA 다저스는 지난 1월 초 연봉 조정 신청을 한 좌완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25)에게 7년간 총 연봉 2억1500만달러(약 2197억원)의 엄청난 대우를 해주며 장기 계약을 맺었다.

따라서 750이닝 투구로 1년 빠르게 FA가 될 수 있는 류현진에게 3시즌 후 새롭게 연장 계약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LA 다저스는 박찬호가 3시즌을 훌륭하게 마치자 1999시즌 초 5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추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물론 그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FA 시장에서 몸값을 평가 받자는 전략을 펼 것이 분명하다. LA 다저스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 한 조기 재계약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LA 다저스는 쓸 준비가 돼 있다. 현재 LA 다저스의 선발 진에 있는 잭 그레인키에게 지난 해 12월9일 6년간 1억4700만달러(약 1500억원)의 대형 계약을 안겨주었다.

류현진의 가치가 점차 높아가고 있다. 이미 너무 싸게 계약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러나 스캇 보라스가 류현진의 계약을 6년 장기로 해줘 류현진이 아플 때 편하게 쉴 수 있다는 점도 그가 부상 복귀 후 좋은 투구를 할 수 있는 배경이다.

박찬호는 FA 선언을 앞 두고 마지막 시즌이었던 2001년 절대로 DL에 오르지 않겠다고 무리한 투구를 한 영향이 이후 투수 인생에 나쁘게 작용했다. 박찬호는 텍사스로 이적한 2002시즌 처음으로 DL에 오르게 됐다.

류현진이 추신수에 이어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 두 번 째 1억달러, ‘1000억원 사나이’가 어느 시점에서 될 것인지 벌써부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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