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도원, 당신은 괴물.. 정체가 뭐야?

[김수진의 ★공감]

김수진 기자 / 입력 : 2014.01.0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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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곽도원/사진=이동훈 기자


2013년 10월 22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종로구 서린동 149번지 스타뉴스 편집국에서 그를 만났다. 첫눈에도 거대하진 않았지만 큼 몸짓에서 오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한 시간 남짓 그와 대화를 나눴다. 첫 인상과 달랐다.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웃음이 헤펐다. 옆집 아저씨? 옆집 오빠 같은 사람이었다. 스크린에서 TV에서 보는 곽도원과는 달랐다. 호탕하고 소박했다. 마주 앉아 근황을 물으니 "그간 못 마셨던 소주나 실컷 마셔야겠다"고 답했다. 건성 같지 않았다.

가벼운 인사가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지난 여름, 제주도에 다녀왔다고. 제주도 여행기에 대해 기자와 서로의 정보를 공유했다. 그는 여행얘기에 빠져 호탕한 웃음을 쉼 없이 내뱉었다. 그는 배우 곽도원(39)이다. 당시 그는 KBS 2TV '굿닥터'를 막 끝마친 상태였다. "소주나 한 잔해야겠다"는 그의 말의 의미는 '굿닥터'의 종영을 의미하며, 쓴 소주로 작품을 떠나보내겠다는 속내였다. 비워내야 또 다른 무언가를 담을 수 있을 테니.


사실 기자가 곽도원에게 눈길이 간 건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감독 윤종빈·2011년 작품)였다. 그는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민식을 상대하는 검사 조범석 역을 맡아 열연했다. 당시 곽도원을 보고, '저 배우 누구지?'싶었다. 알고 보니 '범죄와의 전쟁'에 앞서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수많은 작품이 나열되어 있었다.

기자가 '범죄와의 전쟁'이후 그를 다시 본 건 TV에서였다. (곽도원은 그 사이 영화 '베를린', '회사원', '분노의 윤리학', '점쟁이들' 등등에 출연했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송된 SBS 드라마 '유령'이다. '유령'에서 곽도원은 예리한 촉과 승부 근성을 지닌 강력반 형사를 연기했다. 사람들은 그의 드라마 출연은 '유령'이 처음이라고 생각한다. 기자 역시 그랬다. 알고 보니 드라마도 사실 처음은 아니었다. '유령'에 앞서 2011년 EBS 2부작 드라마 '울 엄마 오드리'에 출연했다.

'유령'에서 곽도원은 물 만난 고기처럼 연기했다. 그는 강력반 형사에서 소녀시대 태티서의 노래를 흥겨워하며 따라 부르는 형사아저씨의 모습까지 능수능란하게 연기했다. 능구렁이처럼 보일 정도였다. '뭐지, 귀엽기도 하네'라는 생각은 비단 기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그의 호연은 그해 열린 코리아 드라마 어워즈 트로피로 이어졌다. 곽도원은 수상 당시 무대 위에서 "연기를 시작한 지 십년이 넘었는데 상은 처음으로 받는다"며 울먹였다. 먼발치에서 본 곽도원의 모습은 생소했고, 인상적이었다. 곽도원은 수상 다음해 열린 코리아 드라마 어워즈에 시상자로 참석했다. 경남 진주에서 진행된 시상식인지라 수상자가 아닌 시상자로 참석하리라는 기대는 없었다. 마침 '굿닥터'의 촬영이 한창이었다. 예상은 반전됐다. "당연히 참석해야지"라고 했다는 말과 실제로 그가 시상자로 참석한 것이다.


'오! 괜찮은 배우인 것 같네'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곽도원을 만날 기회가 왔다. '굿닥터' 종영 이후 잡힌 인터뷰였다. 그는 호탕했고, 솔직했다.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진지했으며, 진정성이 엿보였다.

그와의 즐거운 기억 두 달 후 스크린에서 만난 그는 시쳇말로 '찌릿'했다. 눈이 내렸던 지난 12월 29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극장에서 '변호인'을 봤고, 영화에 등장한 곽도원은 기자의 동공과 뇌를 자극했다.

곽도원은 올해 2000만 관객을 동원했다는 '연기의 신' 송강호에 전혀 눌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눈물에, 핏대까지 세운 송강호의 소름끼치는 연기를, 곽도원은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으면서 맞받아쳤다. 송강호를 '신'에 비유한다면, 곽도원은 '괴물' 같았다.'뭐야 괴물이야? 정체가 뭐야? 무슨 연기를 왜 이렇게 잘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 곽도원은 6.25때 공산주의자들에게 학살당한 일제 고등계 형사의 아들 차동영 경감 역을 맡았다. 대공수사분야에서 혁혁한 공을 세워 훈장까지 받은 인물이다.

극장을 빠져나오며 곽도원이 두 달 전 인터뷰에서 한 말이 갑자기 뇌리를 스쳤다.

그는 당시 '변호인'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캐릭터 때문에 찌운 살을 빼야한다는 말과 이 말을 했다. "이번 영화 '변호인'은 사명감에서 출발했다. 나 자신을 남보다 얼마나 많이 들여다 볼 수 있느냐에 따라서 타인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지, 없는지가 결정되는 것 같다. 나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혜안을 갖고 싶다"고.

그 혜안, 곽도원은 이미 가졌다.

김수진 기자 skyarom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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