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집으로 가는 길', 종배는 외로웠어요"(인터뷰)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의 종배 역 고수 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3.12.13 16:50 / 조회 : 1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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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수/사진=임성균 기자


'집으로 가는 길'의 고수와 인터뷰를 진행한 지난 12일, 영화의 개봉 첫 날 성적이 나왔다. 1위를 한 것을 축하한다며 소감을 묻자 그는 "1등만 대접받는 사회는 별로 안 좋아해요. 조장하면 안돼요"라고 엉뚱한 대답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이왕이면 '집으로 가는 길'이 1등이었으면"하고 덧붙였다. 영화 '반창꼬' 이후 1년 만에 만난 고수는 여전히 어디로 튈지 알 수가 없었다.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근황을 묻고, 커피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고수는 여전히 유쾌하고 엉뚱했지만 영화 얘기가 시작되자 그는 눈빛부터 달라졌다. 영화에 대한 질문에 한참이나 고민에 빠졌고, 긴 고민 끝에도 쉽사리 답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 해 겨울 '반창꼬'에서 까칠하지만 매력 있는 소방관 강일 역으로 관객을 만난 후 1년 만의 스크린 복귀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달라진 것이 있는지 묻자 고수는 "똑같은 것 같아요"라고 답하더니 "달라진 것이 뭐가 있지?"라며 자신만의 고민에 빠졌다.

"달라진 것이 분명히 있을 텐데. 캐릭터가 다르고 영화가 다르니까 접근 방식도 달랐을 거고, 저 역시 한 살 더 먹었고. 달라진 것이 분명히 있겠지만 뭐가 달라졌는지는 관객 여러분들이 극장에서 확인해주세요(웃음)."

말랑한 로맨스였던 '반창꼬'와는 달리 '집으로 가는 길'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다. 실제 사례가 다큐멘터리를 통해 공개된 적도 있으니 접근이 더욱 조심스러웠다.


"일부러 다큐멘터리는 보지 않았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걸 알았고 '진짜야?'하는 생각이 들었죠. 물론 실제 사건이지만 저는 시나리오를 받았으니 영화로 접근을 했어요. 실제 남편분은 전혀 관계가 없는 캐릭터니까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죠."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니 결말도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연이 프랑스로 향하게 되고, 그 곳에서 시련을 겪는 과정이 더욱 중요했다.

"우리 영화는 결말이 나와 있는 이야기잖아요. 어떻게든 정연(전도연 분)을 프랑스에 가도록 해야만 했어요. 남편이 얼마나 무능하면 정연이 그렇게 떠날 수 있었을까, 그걸 생각해보니 남자들이 밖에서는 부드럽고 사람들에게도 잘하면서 집에서는 괜히 큰소리를 치는 것이 있잖아요. 종배의 그런 면이 현실에도 꽤 많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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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수/사진=임성균 기자


'집으로 가는 길'의 종배에 대해 할 말은 많은데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수. 꽤 긴 시간 고민하던 그는 "아이, 소주나 한 잔 마시고 싶네"라고 스스로도 답답해했다. 그저 생각하도록 내버려뒀다. 고수는 한참 만에 '집으로 가는 길'의 종배에 대해 긴 설명을 내놓았다.

"종배는 처음부터 무능한 인물인데, 이걸 표현해야만 했어요. 초반에 아내와 가족에게 잘 하지도 못하고 버럭 하는 종배는 마치 주변에서 많이 보이는 아빠들 같았죠.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송사나 소송 이런 건 거리가 먼 이야기예요. 아내가 프랑스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종배는 과연 어떤 반응일까, 아마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말도 안하고 거길 갔냐고 오히려 소리를 치죠. 하루 이틀이면 돌아올 줄 알았는데 그 기간이 길어지고, 그 다음부터는 답답함의 끝이었어요. 아무리 방법을 모색하고 두드려 보지만 답변이 없으니까. 그래서 종배는 외로웠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그는 왜 이렇게 오랜 고민에 빠질까. 원래 말을 할 때 심사숙고하는 편인지 묻자 고수는 종배를 연기하며 느낀 답답함을 토로했다. 영화에서 해소되지 않은 답답함은 아직도 남아 있었다.

"종배는 자력으로 뭔가를 해결한 게 아니잖아요. 너무 현실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영화에서도 뭔가 종배의 노력으로 해결 된 것도 아니고, 계속 답답했던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보통 영화에서는 무언가 해결이 되고, 상황이 반전이 되고,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종배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끝이 나요. 가장으로서, 남자로서 한계에 부딪히고 약해지는 모습이 너무 현실적이었어요. 그래서 마지막까지 답답했던 것 같아요."

'집으로 가는 길'에서 무능한 종대를 연기하며 울분을 쌓았다는 고수. 그래서 다음 작품은 마음에 품은 야망을 마음껏 표현하는 SBS '황금의 제국'의 장태주였단다.

"그래서 '황금의 제국'을 했던 것 같아요. 태주는 스스로 다 결정하는 캐릭터였으니까요. 야망을 한없이 보여주고 죽을 순간까지 자신의 결정으로 움직이죠. 처음에 '황금의 제국'을 선택할 때는 몰랐어요. 그런데 분명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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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수/사진=임성균 기자


'반창꼬'의 홍보 막바지로 시작한 2013년, '황금의 제국'을 거쳐 '집으로 가는 길'까지 참 알차게 보냈다. 올해에 세운 계획은 다 이루었는지 묻자 "다양한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다 한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작이 목표는 아니지만 꾸준히 대중을 만나고 싶다는 고수. 지난해에는 '007' 시리즈 같은 액션 영화를 하고 싶다고 했던 그에게 액션 욕심은 변함이 없는지 물었다. 1년이 지나니 몸이 힘들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팬들에게 연말인사 겸 새해인사를 부탁했다. 그는 "또 한 해가 간다. 대체 몇 번째 인지"라며 햇수를 곱씹었다.

"올 연말에는 당연히 우리 영화를 보셔야죠(웃음). 영화를 한 편 보시고,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시고요. 좀 더 따뜻한 겨울을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올 한 해 잘 정리하시고 내년에도 시원하게 파이팅 하시고 힘찬 새 출발 하시길 바랍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느껴보시라 당부하는 그에게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지내는지 물었다. 아마 무대 인사를 할 것 같다는 그는 "가족이랑 지내라고 만든 영화인데!"라며 귀여운 투정을 부렸다.

종배를 연기하며 느낀 갈증을 흥행으로 풀 수 있을까. 지난 11일 개봉한 '집으로 가는 길'이 첫 주말을 기다리고 있다.

안이슬 기자 drunken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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