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중간결산]반환점 돈 BIFF, 새로운 변화 시작①

[★리포트]

부산=전형화 기자 / 입력 : 2013.10.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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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감독 하지원 엑소 이연희 옥택연 아일랜드 특별전 감독들 하정우(왼쪽위부터 시계방향)/사진=스타뉴스


지난 3일 개막한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반환점을 돌고 있다.

이용관 집행위원장 체제를 3년째 맞고 있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개막작을 한국에 생소한 부탄영화 '바라:축복'으로, 폐막작을 한국독립영화 '만찬'으로 선정한 것 자체가 올해 부산영화제가 달라졌다는 걸 상징한다.


내실은 안정적이다. 영화제 4일차인 6일 낮12시까지 티켓 판매는 약 16만 여장. 역대 최고를 기록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부산영화제를 찾는 관객이 최고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영화의 전당 3년차를 맞아 올해 부산영화제는 관객 중심으로 변화를 줬다. 지난해가 상대적으로 영화의 전당 운영을 위해 안정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관객이 영화제를 보다 즐길 수 있는데 주안을 뒀다. 영화의 전당 비프힐 1층을 관객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으며, KNN야외광장을 활용한 BIFF페스티벌로 관객의 즐거움을 키웠다.

관객 중심으로 변화는 영화제 프로그램 변화와 맞물려있다.


뉴 커런츠, 아시아 영화의 창,월드시네마, 와이드앵글, 플래시 포워드 등 섹션은 동일하지만 월드시네마 편수를 지난해 70편 이상에서 51편으로 축소하고 경쟁부문으로 10편을 선정하던 플래시 포워드를 비경쟁으로 전환하는 대신 31편으로 확대했다. 관객상도 신설했다.

프로그램의 이 같은 변화는 영화제를 찾은 시네필이 거장과 신인, 독립영화 등을 구분해 보다 다양하게 찾을 수 있게 만들었다. 남동철 아시안필름마켓 실장이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로 보직을 옮기면서 영화제에 초청된 한국영화도 차이를 드러냈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여름과 가을 극장에서 화제를 모은 한국영화들을 초청해 오픈토크 등으로 화제를 모았던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스타와 문제작으로 인한 화제는 줄어든 반면 '조난자들' 노영석, '10분'의 이용승 등 새로운 감독들의 작품들이 시네필의 관심을 끌었다. 외적인 화제보다는 내실을 택한 것이다.

비록 강동원의 공식행사 불참을 놓고 논란이 일었지만 이 문제도 부산영화제 변화와 맞물려있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부산영화제는 논란이 불거지자 영화제 이튿날인 4일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했다. 2007년 영화음악 거장 엔리오 모리꼬네 홀대 논란이 불거졌을 때 꾹 참다가 영화제 결산 즈음에 해명했던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영화제가 자신감이 붙었다는 뜻이다.

영화제 초반에는 삼성전자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이 걸린 노동자가 법정투쟁을 벌인 것을 다룬 '또 하나의 가족'과 웹툰 '미생'을 연상시키는 '10분', 외딴 산장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극을 그린 '조난자들'이 매진행렬을 기록하며 인기를 모았다.

김지운 감독이 극장 3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기술로 만든 '더 엑스', 박중훈과 하정우의 감독데뷔작인 '톱스타'와 '롤러코스터' 등도 관객이 줄을 섰다. 올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거머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베니스 황금사자상 수상작 '성스러운 도로'는 시네필의 사랑을 받았다. 일본영화의 강세도 두드러진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물론이며, '모라토리움기의 다마크', '지옥이 뭐가 나빠' 등이 대부분 매진됐다.

김지석 부산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는 "일본영화가 올해 유난히 많기도 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같은 유명감독 뿐 아니라 '당신을 위한 선물' 등 신인감독들의 영화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뉴커런츠와 한국영화 오늘 등에 초청된 영화들 수준이 대체로 고르게 높아졌다. 그래서 해외영화제에서 관심을 갖는 작품들이 예년보다 늘었다"고 설명했다.

거장들에 대한 조명도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임권택 감독의 전작전은 반응이 뜨겁다. 임권택 감독의 마스터클래스에선 즉석에서 오정해와 김명곤이 '진도 아리랑'을 불러 관객들의 합창까지 이뤄졌다. 김기덕 감독의 제자들이 모여 김기덕 감독처럼 영화만들기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아일랜드 감독전을 이끈 닐 조던 감독은 '크라잉 게임' 상영관이 매진된 것을 보고 놀랐다. 닐 조던 감독은 과거 '크라잉 게임'이 한국에서 개봉될 때 영화 반전이 편집될 뻔 했고, 그걸 당시 공윤 위원장이던 김동호 전 부산집행원장이 살려냈다는 에피소드를 듣고 더욱 놀랐다는 후문이다.

'외팔이' 왕우는 중년 관객들에게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왕우는 뜨거운 호응에 몹시 감격해 한국에서 영화출연을 요청하면 두말없이 하겠다고 자처할 정도였다.

3일부터 6일까지 부산의 밤은 연일 영화인들의 행사로 뜨거웠다. 3일 열린 개막식에 이어 4일 밤에는 배우들의 레드카펫 행사인 APAN 스타로드 등으로 해운대를 들썩이게 됐다. 엑소, 크레용팝 등 인기가수들의 공연도 부산의 밤을 달궜다.

영화제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문제점도 드러났다.

강동원의 관객과 대화 불참 소동은 두고두고 입방아에 오를 전망이다. 영화제의 자신감은 자칫 오만으로 비춰질 수 있다. 중앙아시아 영화들을 대거 초청하며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관객들의 관심은 아직 적다. 오만의 함정에 빠질 수 있는 부분이다.

새로운 영화의 발굴이라는 영화제 본연으로 내실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화제에는 작품이든 스타든 화제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논란이 불거진 문제작이나 빅스타도 적다. 늘 화제가 만발한 칸영화제가 독주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위상이 줄어들고 있는 베를린, 베니스영화제가 반면교사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정부의 예산이 3억원 줄어든 반면 개막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영화의 전당을 찾았다. 지원은 줄고, 관심은 커졌다는 뜻이다. 이는 향후 부산영화제 변화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화려했던 주말을 지나 이제 차분하게 영화를 즐기는 후반부로 접어든 부산국제영화제. 가을 태풍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부산영화제가 남은 기간 변화로 인한 결실을 얼마나 맺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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