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 "여진구는 미래 기대..박유천은 믿음 간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3.09.26 10:43 / 조회 : 12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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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사진=홍봉진 기자


김윤석은 불같은 배우다. 활활 타오르는 그의 에너지는 곧잘 현장을 잡아먹고, 스크린을 넘어 관객을 불태운다. 그런 에너지는 종종 오해를 사기도 한다.

하지만 김윤석은 고난을 피하지 않고,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제멋대로 일진 모르지만 적당한 사람은 아니다. 그는 연극무대부터 단련한 대로 좌절을 되풀이하고, 재능을 연마하고, 자신을 긍정하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선다.

10월9일 개봉하는 '화이'는 그런 김윤석이 차가운 불처럼 연기한 영화다. '화이'는 다섯 명의 살인청부업자를 아빠로 여기며 자라온 17살 소년 화이(여진구)가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된 뒤 벌어지는 일을 그린 하드보일드 영화다. 김윤석은 다섯 명의 살인청부업자 중 화이에게 유일하게 아빠가 아닌 아버지라고 불리는 인물을 맡았다. 괴물을 잊기 위해 괴물이 된 남자.

김윤석은 "뼈와 살을 발라내고 내 속으로 더 파고 들어가 더욱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 보려 했다"고 말했다.

-'화이'가 셰익스피어 비극 같은 원초적인 이야기라 선택했을 것 같은데.

▶그렇다. 시나리오의 클래식함이 끌렸다. 어떤 이유가 있다기보다 순수한 악의 결정체라는 점이 마음에 와 닿았다. 운명을 거스르는 듯 한 이야기. 그런 영화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리어왕' 같은 고뇌랄까? 늘 사랑을 받고 싶지만 사랑 받을 수 없는 남자를 택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좀 더 인간 본성에 깊게 접근한 것 같고.

▶악 중의 악 같은 느낌이었다. 여자나 형제 같은 동료들보다 자신의 분신 같은 화이를 더 사랑하고, 그러면서도 결국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남자. 내 피와 살을 발라내서 속으로 더욱 깊이 파고 들어가 보자 생각했다. 그렇게 파고 들어가면 남는 감정은 뭘까를 확인해 보고 싶었다.

-장준환 감독이 '지구를 지켜라' 이후 10년 동안 칼을 갈아서 그런지 카메라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더라. 극단적인 클로즈업과 팬이나 카체이싱 등이 놀랍던데.

▶장준환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는 순간 영화의 90%를 완성시켜놓는 사람이다. 머릿속에 이미 영화가 다 만들어져 있다. 아무리 고된 일이 있어도 머릿속에 있는 그림대로 만들어간다. 절대 길을 잃지 않는다.

-엔딩이 약간 바뀌었다. 쿠키도 없던 것이었고. 원래 버전이 더 감독의 의도에 충실했던 게 아닌가싶던데.

▶장준환 감독이 많은 고민을 한 결과다. 하나만 이야기 하자면 장준환 감독과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이 영화는 클리셰 투성이다. 그런데 오죽 이야기가 좋으면 계속 이런 이야기가 반복 되서 만들어지겠냐고 했다. 그러니 끝까지 가보자고 했다. 그렇게 의기투합했다.

-후배 복이 많다. '화이'에선 여진구가 대단하던데. 미성년자가 이런 역할을 해도 돼냐는 차지하고 상당했다. 김윤석이 차가운 불 같다면 여진구는 작지만 뜨거운 불 같던데.

▶글마들이 선배 복은 많은 건 아니고.(웃음) 후배 복이 많으니 헛짓거리를 못한다. 일적으로 더욱 제대로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깐. 그게 선배의 몫인 것 같다. 여진구는 무기가 없는 게 무기다. 있는 그대로 받아서 하니깐 정말 대단하더라. 던지면 다 받아낸다. 커 가는 걸 옆에서 지켜보고 싶다. 여진구가 미성년자라 혹시 모르니 정신 클리닉까지 준비할 정도로 여러 가지 준비를 했다. 어머니도 촬영장에 오셨다. 그런데 여진구가 대단한 게 카메라가 꺼지면 다시 그 나이 소년으로 돌아간다. 너무 순수하다. 의사가 그러더라. 죽었던 배우들이 카메라 꺼지고 다시 일어나 여진구와 즐겁게 어울리면 트라우마가 안 생긴다고. 선배들, 특히 조진웅이 정말 잘 챙겨줬다. 물론 여진구가 너무 잘했고.

-말한 것처럼 이번에는 차가운 불 같던데.

▶맞다. 불의 가장 깊은 곳, 파란 색의 불꽃. 그렇게 순수하게 극점까지 가보자고 했다. 내 마음을 더 깊게 긁어내는 걸 멈추지 말자고 결심했다. 장준환 감독이 나를 자극시키고 분발시키는 영화를 만드는데 배우로서 응답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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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사진=홍봉진 기자


-극 중 화이가 유일하게 아버지라고 부르다가 아빠라고 부르는 순간이 있다. 명장면인데. 장준환 감독이 10년 만에 영화를 만들지 않고 몇 차례 더 만들었다면 그 장면에 더 힘을 줄 수 있는 주위 환경이 만들어졌을텐데란 아쉬움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명장면 중 하나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내 눈이 흔들리고, 아빠들의 얼굴이 팬으로 돈다. 정말 이 영화는 흥행이 잘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장준환이란 감독이 자신의 역량을 더욱 발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천 조직에서 문성근의 부하로 나온 유연석은 어땠나. 왜 저런 모습일까 싶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던데.

▶유연석은 정말 떠오르는 후배다. 나도 그 장면을 보고 어어 대단한데라고 생각했다. 경찰로 나온 박용우도 정말 잘 했고. 모든 배우들이 제 몫을 한 것 같다.

-시멘트공장 장면은 처음에는 '저수지의 개들'을 떠올렸는데 그렇게 안 풀어서 참 좋던데. 액션의 동선도 아주 좋고. 용달차로 벌이는 카체이싱이라니 감탄도 나오고.

▶장준환 감독이 영화 미학을 얼마나 잘 쓸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시멘트 공장에는 파키스탄 유학생들이 외국킬러로 출연했었다. 카이스트에 다니는 유학생들인데 한국영화에 꼭 출연하고 싶다고 해서 왔다. 처음에는 정말 화기애애했는데 한 4일이 지나니 말들이 없어지더라. 많이 춥고 지독한 현장이었으니깐. 나중에 끝나고 다들 안아주고 사진도 찍었는데 다시는 한국영화에 출연 안 한다더라. 그런데 연출부가 집에 가셨다가 이틀 뒤에 또 오셔야해요,라고 해서 한바탕 소동이 났었다.

-엔딩크레딧에 소개되는 그림들은 영화를 응축해서 보여주는데. 사슴벌레도 인상 깊었고.

▶장준환 감독이 그림 그리시는 분에게 한 장면 한 장면 다 설명하면서 만들었다. 기자시사회가 끝나고도 계속 작업하고 있다.

-차기작이 '해무'인데. 강렬한 역할을 계속 이어가는데. 한동안 강렬한 배역과 유연한 배역을 오가더니 그만둔 건가.

▶이제는 그런 것을 신경 안 쓰기로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쭉 밀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해무'에선 박유천과 함께 하는데. 또 후배복이 있을까.

▶나랑 직접 부딪히는 장면은 그리 많지는 않다. 그래도 박유천은 믿음이 가더라. 엄청 털털한 게 우리과다. 만나서 술한잔하고 걸어가다가 "너 걸어 다녀도 되냐"고 했더니 "저 잘 걸어다녀요"라며 웃더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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