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문근영 눈 멀었다..10년 전 '대장금' 반복?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3.08.27 10:43 / 조회 :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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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여신 정이' 문근영 / 사진=방송화면 캡처


10년 전 미각을 잃었던 수라간 나인이, 시력을 잃은 사기장으로 변해서 안방극장에 나타났다.

지난 26일 오후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에서는 그릇을 만들다가 눈에 화상을 입고 눈이 멀게 된 유정(문근영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유정이 유을담(이종원 분)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강천(전광렬 분)은 정이를 분원에서 쫓아내기 위해 계략을 세웠다. 정이는 인빈 김씨(한고은 분)의 명령으로 화병을 만들게 됐고, 강천은 가마에서 그릇을 구울 때 쓰는 장작 속에 몰래 폭약을 넣어 놨다.

이런 이강천의 계략은 너무도 엉성하게 전개됐다. 원래 분원에는 가마에 불을 지피는 화장이 따로 있어 항상 그가 불을 피운다. 평소 여자가 가마 근처에 가면 '가마신이 노한다'고 생각하는 이강천은 이날은 어찌된 일인지, 특별히 정이가 직접 불을 피우도록 만들었다.

강천의 계략을 몰랐던 정이는 가마 앞에서 장작을 넣어가며 불을 지피기 시작했고, 가마 안에 있던 화병이 깨지자 도망갈 생각은커녕, 가까이 다가가서 가마 속 화병을 사수하려다가 결국 가마 전체가 폭발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이어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두 눈이 멀어서 환한 대낮에도 "아직 밤인가요?"라고 묻거나, 앞이 보이지 않아 손으로 더듬으며 길을 걷는 정이의 모습이 그려졌다.

조선시대 최초로 여성 사기장에 오르게 된다는 스토리를 가진 '불의 여신 정이'에서 주인공 정이가 눈이 멀게 된 상황은 비슷한 스토리로 전개됐던 또 다른 드라마를 떠올리게 한다.

정확히 10년 전인 지난 2003년 방송 된 MBC '대장금'에서 수라간의 나인 장금이(이영애 분) 역시 미각을 잃었었다. 정이가 시력을 잃고, 장금이가 미각을 잃은 것처럼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감각을 잃는다는 스토리는 전혀 새롭지도, 재미있지도 않다.

이런 드라마 속 기시감은, 익숙하지만 신선하지 않은 느낌이 들어 재미를 반감시킨다. 10년 전에는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던 스토리인지 몰라도, 현재 2013년에는 통하지 않는다. 또한 입맛을 잃은 장금이와 달리 시력을 잃은 정이는 도자기 만드는 일뿐 아니라 일상생활 자체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캐릭터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물론 앞으로 유정이 시력을 찾게 되고, 가장 큰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리며 '대장금'과는 다른 전개와 설득력 있는 스토리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유정이 스스로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곁을 지키는 두 남자 태도(김범 분)와 광해(이상윤 분)의 도움으로 고난을 극복한다면 재미가 반감 될 것이다.

유정이 사기장이 되기 위한 인생 최대의 위기에 봉착하며 드라마는 제 2막을 열었다. 이 위기가 현재 침체기에 빠져있는 드라마에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지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가마신이 노했다'는 말로 유정을 속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시청자를 속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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