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스타, 꼭 필요한 때 걸그룹 위기론 잠재웠다

[김관명칼럼]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3.06.13 10:27 / 조회 : 6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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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스타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출발은 2007년 데뷔한 원더걸스와 소녀시대였다. 2008년엔 원더걸스의 'So Hot'과 'Nobody'가 유치원생들까지 따라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고, 2009년엔 소녀시대의 'Gee'가 음원차트의 정점을 찍었다. 이때부터 가요제작자들은 너도나도 '걸그룹'을 외쳤다. 2009년에는 f(x), 레인보우, 시크릿, 애프터스쿨, 티아라, 포미닛, 2NE1이 데뷔했고, 2010년에는 걸스데이, 나인뮤지스, 미쓰에이, 씨스타가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2010년 음원 퀸은 'Bad Girl Good Girl'을 들고 혜성처럼 나타난 미쓰에이가 차지했다.


이 무렵, 그러니까 걸그룹 열풍이 후끈 달아오르던 2010년 5월쯤이었다. 친하게 지내던 음반제작자가 "우리도 걸그룹을 2년 동안 준비했다"며 새 팀을 기자에게 소개해줬다. 어떻게 멤버 이름을 외우면 되는지, 멤버들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지 친절한 설명도 보태졌다. "이 친구는 다리가 예뻐요. 그래서 다리를 '보라'. 이 친구는 이미연 닮았죠. 그래서 별명이 '리틀 이미연'. 이 친구는 포미닛 연습생 출신이고, 그리고 마지막 이 친구는 가창력이 진짜 짱이고.."

맞다. 효린 소유 보라 다솜의 4인조 걸그룹 씨스타는 걸그룹 전쟁이 치열했던 바로 그 무렵에 탄생했다. 이들은 데뷔년도에 'Push Push' '가식걸' '니까짓게' 등 3곡의 히트곡을 내며 선전했지만, 역시 소녀시대('Oh'), 원더걸스('2 Different Tears'), 티아라('너 때문에 미쳐'), 2NE1('Go Away') 같은 쟁쟁한 '선배'들의 적수는 확실히 아니었다. 2011년 들어서도 비록 'So Cool'이 음악사이트 멜론의 연간차트에서 6위에 올랐지만, 이들 앞에는 '롤리 폴리'의 티아라(1위)와 '내가 제일 잘 나가'의 2NE1(3위)이 버티고 있었다.

그러다 2012년부터는 천년만년 갈 줄 알았던 걸그룹의 위세가 한 풀 꺾이기 시작했고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디션프로그램 출신 3인조 밴드 버스커버스커는 '벚꽃엔딩'으로 시즌송 사상 유례없는 인기를 얻었고, 한여름에는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를 한 방에 보내버렸다. 가을엔 나얼의 아날로그 감성음악이 아주 제대로 '먹혔다'. 올해 들어서도 정형돈, 리쌍, 허각, 백지영, 이승기, 배치기, 거미, 다비치, 더 원, 싸이, 케이윌, 이하이, 긱스, 조용필, 악동뮤지션, 이효리, 로이킴, 바이브 등이 음원차트 3일천하를 누리며 '걸그룹 시대의 종언'을 고하는 듯했다. 실제로 2011~2013년 데뷔한 수많은 걸그룹 중 지금 제대로 활동하는 팀은 5팀이 채 안될 정도다.

씨스타의 존재감은 바로 이 때, "이제 걸그룹의 시대는 끝났나?" 회의감이 가요계 안팎에서 몰아칠 때 비로소 드러났다. 싸이(1위)와 버스커버스커(3위) 틈바구니에서 '나혼자'(2위)와 '러빙유'(4위) 2곡으로 2012년 연간차트에서 걸그룹 자존심을 세운 거의 유일한 팀이 바로 씨스타였다. 올해 '있다 없으니까'라는 유닛(보라 효린) 곡으로 2월 월간차트 1위에 오른 팀도 씨스타였다. 그리고 이들이 지난 11일 발표한 정규 2집 타이틀곡 'Give It To Me'는 13일 현재 3일째 국내 9개 음악사이트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기세라면 6월 월간차트 1위는 거의 확정적이다.


씨스타의 선전이 반가운 이유는 이 때문이다. 싸이가 올해 '젠틀맨'으로 2년 연속 글로벌 인기를 끌자 "아이돌의 유통기한은 이제 끝났다"고 수군거리고, 조용필이 보란 듯이 컴백하자 "아이돌은 가왕에게서 배우라"고 훈계하며, 로이킴 악동뮤지션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 자작곡으로 득세하자 "아이돌의 댄스는 이제 지겹다"고 손사래 치는 이 변심 가득한 세상에서, 걸그룹의 존재이유를 그들만의 존재감과 실력으로 여실히 입증했기 때문이다. '이름이 뭐예요?'로 건재를 과시한 포미닛, 곧 컴백을 앞둔 2NE1이 반가운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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