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위' 장철수 감독 "죄없는 청춘들 이야기..김수현 대단"(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3.06.03 17:13 / 조회 : 7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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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오는 5일 개봉을 앞둔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예매율 80%를 넘겼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가운데 최고 수준. 지난 몇 년을 돌이켜 봐도 이 같은 기대감 속에 개봉한 작품이 몇 되지 않았다. 꽃미남 간첩들을 등장시킨 인기 웹툰 원작에 김수현 박기웅 이현우 등이 뭉친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는 시작부터 남달랐다.

연출을 맡은 장철수 감독 역시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었다. 김기덕 사단으로 출발한 그는 B무비의 정서가 넘실되는 선혈 낭자한 복수극인 첫 장편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로 호쾌한 연출력을 과시했다. 칸 감독주간에서 호평을 받은 데 이어 국내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그가 웹툰 원작의 꽃미남물을 연출한다 했을 때 의아해 했던 이가 비단 한둘은 아니었으리라. 이제야 그의 변을 들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보며 전작과는 너무 달라 놀랐다.

▶그럼 성공했네.(웃음) 가늠할 수는 없지만 한 작품에 스스로 갇히고 싶지 않았다. '장철수는 이런 사람일 거다' 하는 걸 깨고 싶었다. 두 번째 영화로 예상을 깨는 걸 하고 싶었다. 누군가의 요구에 의해서나 우연히 된 게 아니라 큰 계획 안에 포함됐던 행보랄까. 한 가지 취향의 영화만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그렇지 않은 감독이 되고 싶었다. 늘 새롭게 시도하면서 비슷한 거 말고 늘 신상을 갖고 나오는 사람이고 싶다.

-아무리 그래도 꽃미남이 단체로 나오는 웹툰 원작 영화를 할 줄이야. '은밀하게 위대하게' 웹툰은 미리 알았나.

▶제안받기 전에는 제목만 알았는데 일단 제목이 좋더라. 또 스파이가 동네에서 바보 역할을 하면서 숨어있다는 설정이 재미있었다. 또 늘 아저씨 위주로 공작원이 나오다가 젊은 애들을 다뤘다는 게 신선했다. 그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이 들더라. 늘 시대의 비극 때문에 가장 고통받는 건 죄 없는 청춘들이구나. 영화로나마 분단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내고 싶더라. 구시대적인 이야기로 보이더라도 지금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죄다 꽃미남들로?

▶그냥 예뻐 보이긴 하지만 꽃미남이라는 건 관객에게 흥미를 끌기 위한 설명이고, 배우들도 얼굴만 가지고 캐스팅한 건 아니다. 꽃미남에 집착하지 않았다. (웃음) 분단 현실에서 꽃다운 나이의 젊은이들이 희생되고 소모되고 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누가 나와도 꽃미남으로 보이는 나이, 그런 사람들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젊은 남자배우 위주로 캐스팅했다.

-공교롭게도 김기덕 사단 출신 감독들이 차례로 남과 북을 영화로 다뤘다. 장훈 감독의 '의형제', 전재홍 감독의 '풍산개'도 그렇고 장철수 감독 본인까지 세 사람 모두 2번째 영화 소재가 겹친다.

▶우연일 수도 있는데 우연 치고는 재밌는 결과다. 저도 하면서 의식하지 못했다. 각기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다들 계획했던 건 아닐 거다. 첫 영화가 개인이나 주변의 이야기였다면 두번째 영화에서 외연을 넓히다보니 그런 게 아닐까. 조금만 눈을 돌리면 남과 북이라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까. 또 분단국가를 넘나들며 사선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영화적이어서 비슷하게 다루게 된 것도 같다. 남북의 비극을 다뤘다는 게 우연이라 신기하지만 그만큼 슬픈 이야기로 들린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전작과 전혀 다른 이야기기도 하지만 스타일도 완전히 다르다. 달라진 시스템의 영향인가.

▶전작이 수공업에 가까운 이야기라면 이번엔 완전히 할리우드 같지는 않더라도 충무로 영화의 시스템 안에서 만들어지다 보니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만들어졌다. 그러다보니 투박한 맛은 줄고 매끈해진 게 아닐까. 전작의 10배 정도 규모였으니 자연스러운 결과인 것 같다. 이 영화가 태생적으로 지닌 특성을 생각했다. 그것을 잘 살리려면 감독 색깔이 너무 두드러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진부해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10대 취향인 원작의 느낌, 15세 이상 관람가도 영향을 끼치던가.

▶15세가 생각보다 차이가 크더라. 그래도 맞춰야지, 안 하고 싶어 안하면 모를까, 못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원작의 젊은 느낌은 애써 거부하거나 제 색깔로 덧칠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작품에 충실해 재밌는 영화를 만들려 했다. '김복남'도 '김복남'의 색깔에 충실했다면 이번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색에 충실했다. 나중에 여러 작품을 한 뒤에 장철수라는 사람의 색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작품 자체에 가장 충실한 감독으로 생명력을 갖고 멀리 보며 작품을 하고 싶다.

-영화가 앞과 뒤가 전혀 다른 스타일, 분위기를 지녔다. 굳이 얘기하면 '김복남'도 그랬다.

▶북에서 온 명령 이후에 모든 이야기가 확 뒤틀린다. 거기서부터는 결코 가벼울 수 없는 이야기가 되는 거다. 그러니 더욱 앞은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분위기 속에 여러 해프닝을 담았고 뒷부분에서는 아무도 갈피를 못 잡는 가운데 암울한 이야기를 그리게 되더라.

'김복남'에 이어 한 영화에 두 가지 스타일을 담게 됐는데, '스크린에서 눈을 떼게 하면 안된다'는 김기덕 감독님의 가르침 영향이 큰 것 같다. 한국 영화적인 특성이 반영된 것도 같고. 관객이 다양하고 풍성한 맛을 얻고 싶어하지 않나. 비빔밥처럼 이런 저런 맛을 다 담고 싶은 마음인 거다. 여유가 없어서 그럴까요?

-김수현 인기가 개봉 전부터 상종가다. 시사회에서 김수현을 호날두에 비유했는데.

▶함께 있다보니 그렇더라. 김수현은 드라마 한 편으로 엄청 주목받은 배우라기에 그렇겠거니 했는데 이 친구가 여기서 그칠 배우가 아니라는 걸 크게 느꼈다. 일단 본인이 야심이며 야망이 크다. 지금도 인기 스타지만 거가에 안주하려고 하지 않는다. 준비도 철저히 해 오더라. 페이지마다 꽉꽉 찬 분석 노트가 있어서 캐릭터를 현미경처럼 분석하더라. 분석만 하고 표현을 못하면 소용이 없는데 표현까지 잘 하니까. 촬영하러 가면 '오늘은 뭘 볼 수 있을까' 기대가 될 정도였다. 판에 막힌 틀 안에서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벗어나려고, 뛰어나가려고 하는 모습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스스로를 굉장히 다그친다. 첫 주연을 하면서 그렇게 영화를 끌고가는 역량은 아무나 갖고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다가 또 달리 보이는 순간이 있었나.

▶촬영 와중에 날씨가 너무 추워서 촬영을 못하고 김수현도 한 4박5일 태국으로 CF를 찍으러 갔다 온 일이 있었다. 돌아와서는 한다는 이야기가 며칠 떠나 있었더니 불안하다고 하는 거다. 그 떨리는 눈빛이, 큰 작품을 잘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이상하게 그 배우가 멋있어 보였다.

-김수현이 맡은 원류한과 이현우가 맡은 리해진의 오묘한 코드를 그대로 살렸더라. 여자 캐릭터와의 러브라인은 원작에도 없는데 굳이 더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면.

▶자칫 동성애로 보일까봐 조금 경계를 했다. 둘 사이의 묘한 감정이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를 설명하려 했다. 리해진이 많은 걸 겪고 어떤 걸 선택했다기보다는 처음 자신에게 체온을 느끼게 해 준 사람에게 느끼는 남다른 감정이라는 느낌을 담았다. 마치 새끼오리가 알에서 나와 처음 만난 어미를 따라가는 것처럼.

남녀 러브라인은 또 다른 재미를 줄 수 있겠지만 또 딴 길로 샐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사랑이 뭔지도 모르거니와 해서는 안되는 사람들이었다. 오래 훈련을 하다보니 감정을 어떻게 해야하는 지도 모르는. 뭔가 해보지도 못하는 청춘들의 애틋한 모습을 담았다.

-영화 조짐이 심상치 않다.

▶이 영화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어차피 다 만들고 제 손을 떠나게 되면 그 때부터는 본 사람들의 영화가 되는 게 아닌가. 특별한 의미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생겼으면 좋겠다. 흥행은? (웃음) 그냥 작은 의미를 갖는 작품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멀리서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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