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판에서 '갑질'은 진정한 야구팬들만 하자!"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3.05.2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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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26일 잠실구장. 임찬규의 '물벼락 세리머니'가 정인영 아나운서에게 쏟아졌다.

사건이 터진 후 해당 중계 방송사인 KBS N 스포츠의 담당 PD는 트위터에 "너네 야구 하는데 누가 방해하면 기분 좋으냐. 야구선수들 인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비난했다. 다음날 이효종 KBS N 스포츠 편성제작팀장은 "앞으로 LG 선수들에 대한 인터뷰는 볼 수 없을 것"이라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김성근 감독의 아들인 SBS ESPN 김정준 위원은 "왜 당신(방송인)들은 그렇게 인성적으로나 지식적으로나 수준 낮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 내는 프로야구라는 상품을 무엇 때문에 버리지 못하는 것인가. 또 그것과 관련된 프로그램에 무엇 때문에 나오고,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되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프로야구 선수협도 사과했다. 사과문 중엔 "전체 야구선수들과 야구인들을 매도하고 무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 (중략) 대중들을 선동하는 것은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다"는 표현이 들어있었다.

결국 한 선수의 '지나친 세리머니'가 야구계-방송계 간의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감전의 위험, 인사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세리머니였기에 임찬규 선수의 행동은 분명 지적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쿨하게 끝낼 수 있었던 사안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팬들이 화가 나기 시작했다. 'LG선수들의 인터뷰를 볼 수 없을 것'이란 방송국의 입장이 불쾌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선수협의 입장이 거슬린다는 의견들이 빗발친다.

김정준 위원의 발언이 담고 있는 "야구라는 상품이 잘 팔려서 아닌가?"란 뉘앙스도 불편하게 다가온다. 야구, 잘 팔리는 상품 맞다. 그 성과가 야구인이란 생산자만의 개가일 순 없다. 그럼에도 순수한 사과로만 끝내지 못한 선수협의 입장에 담긴 '단호한 대처'란 표현 속엔 그 같은 착각이 엿보인다.

'안전을 위해서' LG선수들의 인터뷰를 볼 수 없을 거라는 방송국은 또 뭔가? 안전을 확보하는 건 스스로의 몫 아닌가? 왜 방송을 소비해주는 LG팬들이 그 덤터기를 써야한다는 건가?

방송국이든 선수협이든 야구의 소비자, 야구팬들에 대한 고려가 없다. 해프닝으로 끝낼 수 있던 사안이 비화된 데는 양 당사자의 그 같은 오만이 한 몫을 단단히 한 셈이다.

이번 진흙탕 싸움을 지켜본 야구팬들은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다. 한 야구팬은 "분명 우리 선수가 잘못한 것은 맞고, 그것을 알지만, 그래도 너무 힘이 드네요. 상처가 너무 큽니다"라며 아픈 심정을 드러냈다. 또 다른 야구팬은 "서로가 한 발짝 양보하며 진심을 담아 표현을 하면 끝날 일을, 참 답답하네요. 프로야구 판만 커졌을 뿐 수준은 참 한심합니다"라고 일갈했다. 이제 '국내 프로야구 경기는 보지 않겠다'는 등의 식으로 팬들이 보이콧을 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 인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의 관중이 감소했다. 올해 KBO가 세운 목표인 750만 관중 돌파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WBC 참패'와 '경기력 저하 논란', '야구장 입장료 인상' 등으로 팬들의 불만은 점점 늘어만 가는데 프로야구 판마저 한국사회를 연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갑을문화'의 구태를 재연하고 있어 참 답답하다.

이들이 진짜 '갑'인 야구팬들을 한 번이라도 존중하고 무섭게 여겼다면 과연 이번 사안이 이렇게까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수 있었을까. 야구계와 방송계는 지금이라도 서로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한 발짝 물러나 야구팬들을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야구판에서의 '갑질'은 진정한 야구팬들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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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올스타전 모습. 팬들이 있기에 이들이 존재한다.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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