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1980년 1집 vs 2013년 19집, 모두 핸즈업!

[김관명칼럼]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3.04.2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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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용필 1집, 19집, 공연모습


그러니까 33년 전 일이다. 기자가 중학교 2학년이던 1980년 가을,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다. 가는 버스, 오는 버스에서 학생들이 좁은 버스통로에서 몸을 비비고 춤을 추던 노래는 당시 유행하던 둘리스의 'Wanted', 아이린 카라의 'Fame' 같은 해외 팝송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해 3월 나왔던 조용필 정규 1집 수록곡 '단발머리'였다.

까까머리 중학생들은 '단발머리'에서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던 신시사이저 그 신기한 소리에 숨이 턱턱 막혔다. '그 사람 데려간 세월이 미워라'라는 가사도 왠지 이제 막 사춘기가 시작됐던 15세 소년들의 가슴을 아련케 했다. '단발머리'에 등장하는 소름끼치는 가성이 과연 조용필 본인의 것이 맞느냐는 제법 심각한 논쟁도 있었다. 그만큼 '단발머리'의 여파는 세고도 셌다.


청소년들이 '단발머리'에 열광하고 있을 때 어른들은 다른 노래에 빠졌다. 그것은 라디오 드라마 주제가로 취입했던 '창밖의 여자'였고, '가왕'의 가창력이 절정에 달한 '한오백년'이었으며, 곧바로 트로트의 정석이 된 '대전블루스'였다. 어른들은 대마초파동으로 몇 년을 쉰 그의 과거를 들먹이며 "조용필이 다시 돌아왔다"며 수군거렸다. 여기서 '다시'란 물론 1976년에 나와 전국을 들썩이게 만든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후속타라는 의미였다. '한오백년'을 제대로 부르기 위해 심지어 그가 '똥'을 먹고 득음의 경지에 올랐다는 믿기 힘든 소문도 돌았다. 이 조용필 1집을 어른들은 LP로 샀고, 청소년들은 카세트테이프로 샀다.

그리고 2013년 4월23일 조용필의 정규 19집 'Hello'가 음반과 디지털음원으로 나왔다. 가왕이 10년만에 내놓은 정규앨범에 대한 반응은 장난이 아니다. 이미 지난 16일 선공개된 1번 트랙 'Bounce'는 멜론 같은 디지털음원차트에서 1, 2위를 오르락내리락했던 터. 이날 본 모습 전체를 공개한 19집은 'Bounce'보다 강했다. 새벽부터 음반매장이 있는 서울 영풍문고 종로점에는 수백명의 중장년 팬들이 줄을 섰고, 매장에서 'Bounce'가 흘러나올 때는 그 나이 든 팬들이 입을 모아 따라 부르는 가슴 벅찬 진풍경까지 펼쳐졌다. 음원차트에서는 타이틀곡 'Hello'가 단숨에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수록곡 10곡 전곡이 톱100에 줄줄이 진입했다. '월드스타' 싸이도, '오디션스타' 로이킴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33년 동안 변한 것은 진정 없었다. 전 세대가 가왕의 노래에 열광했고 두 손을 번쩍 치켜 들었다. 우선 디지털음원차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점에서 알 수 있듯 팝 록 스타일의 타이틀곡 'Hello'는 'Bounce'처럼 어쩌면 조용필 노래를 제대로 못 들어봤을 10~20대에 제대로 먹혔다. 3번 트랙 '걷고 싶다'는 중저음 부분을 완전 장악한 조용필의 숨 막히는 가창력만으로도 젊은 세대를 열광케 한다. 버벌진트는 "소름이 끼친다"고도 했다. 이에 비해 조용필이 작곡하고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가 작사한 '어느 날 귀로에서'는 전형적인 중장년층을 위한 힐링송이다. 주로 앨범 전반부가 젊은 세대, 후반부가 나이든 세대들의 감성에 딱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조용필이 이처럼 33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장르, 강한 보컬과 편한 보컬, 과거와 미래, 국내와 해외 트렌드를 총동원한 앨범의 다층적 구성 때문이다. 1집에는 신시사이저를 동원한 강렬한 비트의 댄서블 팝 '단발머리'가 있었고, 선명한 멜로디와 감상적 가사가 특징인 70년대 한국가요(Korean Pop) 스타일의 '너무 짧아요', 구수하면서도 한 서린 목소리로 열창한 민요풍의 '한오백년', 애잔하기로는 비할 데 없는 트로트 '대전블루스'가 함께 있었다. 일부에서는 이를 '영리한 상업성'이라 불렀지만, 당시 남녀노소 대중은 이런 '비아냥'에 상관없이 앨범을 듣고 또 들었다.

이는 19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세련된 팝 록 곡인 'Hello'에는 요즘 인기절정의 작곡가 겸 싱어송라이터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버벌진트의 빠른 랩이 들어갔고, '걷고 싶다'는 어느새 거의 멸종되다시피 한 발라드 구성이며, '충천이 필요해'는 빠른 업템포의 팝 록 곡이다. 후크는 또 어떤가. 아이돌그룹도 2,3년차만 되면 "성숙하고 진지한 우리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다"며 후크를 버리는 판에, 가왕은 오히려 'Bounce'와 'Hello'에서 중독성 강한 후크를 과감히 집어넣었다. 여기에 '그대가 돌아서면 두 눈이 마주칠까/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두근대 들릴까 봐 겁'난다('Bounce')는, 오히려 젊은 청자가 따라가야 할 정도의 파릇한 감성까지.

2013년 4월 63세의 조용필이 내놓은 19집은, 그래서 33년 전 중학생의 가슴을 다시 뛰게 만든다. 바운스, 바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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