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드러난 '고영욱 사건' A·B·C..진실은?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3.03.28 10:42 / 조회 : 26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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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인기 그룹 룰라의 멤버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고영욱(37)의 인생이 꼬인 것은 지난해 3월이었다. 2년 전 우연히 길에서 만난 여중생과 술을 마시고 '동침'한 것이 화근이 됐다.

고영욱은 27일 서울서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성지호)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로부터 징역 7년을 구형받았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청구됐다.

검찰은 고영욱이 연예인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상습적으로 나이가 어린 여성들을 성추행 및 성폭행한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 중형을 구형했다.

법원의 심리가 진행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그 사이 각종 추측과 의혹들이 쏟아져 나온 가운데 베일에 가려있던 사건의 내막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치열한 진실공방을 벌였다.

불기소 처분된 김모양(2012년 3월 최초 고소인)을 제외한 A양과 B양, C양 등 3명 피해여성은 "고영욱이 강제로 몸을 만지거나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고, 고영욱은 합의 하에 이뤄진 성관계라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고영욱은 이제 법원의 최종 판결만을 기다리고 있다. 선고기일은 다음달 10일이다.

고영욱과 피해 여성들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는 가운데 그동안 세 번에 걸친 공판에서 밝혀진 피고인 및 증인 진술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해봤다.

#사건A

2010년 여름 새벽, 고영욱은 당시 만 13세였던 A양을 클럽들이 밀집한 홍대 근처에서 처음 만났다. 일행과 함께 있던 A양은 "연예인이다", "고영욱이다"며 반겼고, 고영욱도 호감을 갖고 자신의 연락처를 건넸다.

A양은 TV에 출연하는 연예인을 만난다는 것이 신기해 고영욱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다. 고영욱은 A양이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고 생각했고, 며칠 뒤 그녀를 자신의 오피스텔로 유인해 성관계를 맺었다.

관계 직전 그는 A양에게 럼을 섞은 칵테일을 건넸고, A양은 술을 받아마셨다.

A양은 성관계 이후에도 고영욱과 두 차례 더 만남을 가졌다. 고영욱은 이후 A양과 한 차례의 성관계와 한 차례의 구강성교를 했다.

고영욱은 이 과정에서 물리력 행사가 전혀 없었다는 주장하고 있지만, A양은 "한 손으로는 내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옷을 벗겼기 때문에 거부하기가 어려웠다"고 반박했다.

고영욱은 자신의 휴대폰 주소록에 A양을 이름 대신 첫 만남 장소인 '삼거리'로 저장해뒀다. A양이 수시로 번호를 바꿔가며 연락을 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첫 만남 당시 A양에게 나이를 묻자 '18세'라고 말해 의심치 않고 만났다고도 했다.

A양은 김양이 고영욱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접한 뒤 고영욱을 같은 혐의로 서울 용산경찰서에 고소했다. 그는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당시엔 어떻게 대처해야 할 줄 몰랐다"며 "그래서 곧바로 고소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건B

당시 17세였던 B양은 2010년 3월께 자신의 할머니와 서울 인사동 거리를 거닐던 중 고영욱을 만났다. 당시 할머니가 먼저 고영욱을 알아보고 반가워서 사진을 찍자고 요청했다.

당시 애견 쇼핑몰을 운영 중이던 고영욱은 B양에게 "애견에 관심 있으면 연락 달라"며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다음날 B양은 연락을 해보라는 친구들의 제안에 약속까지 잡게 됐고, 자신의 친구, 고영욱, 사진작가 1명, 연기자 1명 등과 함께 놀면서 친분을 쌓았다.

B양은 당시만 해도 고영욱을 이성이 아닌 '좋은 사람' 정도로 여겼다. 며칠 후에는 고영욱의 차에서 고영욱과 만나 얘기를 나눴고, 같은 해 7월께 다시 만나 고영욱의 오피스텔에 가게 됐다.

고영욱은 이 과정에서 B양이 자신에게 어느 정도 호감을 느끼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B양의 생각은 달랐다. B양은 "나이 많은 사람이 자신을 이성으로, 여자라고 느낄 것이라 보지 않았다"며 "그래서 그의 집으로 갔는데 가는 와중에 고영욱이 내 허벅지에 손을 올리며 '나는 너무 마른 여자보다 적당히 살이 있는 여자가 좋다'고 말해 손을 뿌리쳤다"고 말했다.

고영욱은 자신의 오피스텔에서도 B양의 허벅지를 몇 차례 주물렀고, B양은 그의 손을 뿌리쳤다. 고영욱이 키스를 시도하자 역겹다는 생각에 휴지에 침을 뱉기도 했다. 건네준 술은 거부했다.

사건이 있은 뒤 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았던 B양은 2011년 여름 홍대 인근에서 고영욱을 우연히 만나게 됐다. B양은 당시 사건 이후에도 너무 멀쩡해 보이는 그의 모습을 보고 분노했다.

그 다음해 고영욱이 김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입건됐다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졌다. B양은 네티즌들이 김양을 '꽃뱀'으로 몰고 가자 "진실을 밝히겠다"며 고영욱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사건C

C양에 대한 접근은 조금 달랐다. 이번엔 고영욱이 과감하게 먼저 다가갔다.

2012년 12월, 고영욱은 서울 홍은동 M대학교 인근 거리를 이동하던 중 마음에 쏙 드는 여성을 발견했다. "전화번호를 달라" "집이 어디냐 데려다주겠다"며 계속 말을 걸었다. 자신을 '음악인'이라고 소개한 고영욱은 당시 만 13세였던 C양을 결국 설득해 자신의 BMW 승용차에 태웠다.

이미 성추행 및 성폭행 혐의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던 중 벌어진 일이다. 고영욱은 차안에서 C양과 스킨십을 시도했다. 태권도를 했다는 C양의 말에 C양의 허벅지를 만졌다.

차안에서 벌어진 일을 두고 고영욱과 C양의 진술은 엇갈렸다. 고영욱은 "'태권도를 배웠다'고 해서 다리를 눌러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C양이 키가 크고 외모가 끌렸으며 옷을 춥게 입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C양은 "차안에서 강제로 허벅지를 만졌고, 강제로 입맞춤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C양은 당시 중학생이라고 나이를 밝혔다고도 했다. 하지만 고영욱은 "당시 장소가 대학교 근처인데다 C양의 키가 173cm정도여서 대학생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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