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지 "저도 '후앓이' 중..'이모 어디가' 찍고파"(인터뷰)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3.02.21 08:22 / 조회 : 6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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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윤지 ⓒ구혜정 기자 photonine@


데뷔 10년에 접어든 배우 이윤지(29)에게서 이토록 강렬한 모습은 아마도 처음 발견한 것 같다.


이윤지는 최근 종영한 SBS 사극 '대풍수'에서 왕의 아들을 낳았지만 끝내 태후가 되지 못한 욕망의 화신 반야로 분해, 파란만장한 여인의 삶을 펼쳐냈다. 그간 드라마 속에서 지적이고 명랑 쾌활한 역할을 주로 맡아왔던 그녀이기에, 스스로의 운명에 맞서 싸운 고려 여인으로 분한 모습은 대중들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스스로도 "반야로서 한바탕 살고 떠났다. 인생 공부를 많이 한 것 같다"라고 말하는 그녀에게 반야의 못 다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반야, 한복 입은 블랙스완."

극중 반야는 야망을 쫓으며 사랑조차도 이용했지만, 마지막엔 꽃배를 관으로 모두의 배웅 속에 조용히 삶을 마감하는 최후를 맞았다. 이윤지 또한 반야의 그런 마지막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원래 반야라는 인물이 물에 빠져서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드라마에선 마지막에 한 사람으로, 한 여자로 돌아왔다. 하염없이 운동장을 뛰다가 종점에 다다른 것처럼 와야 할 곳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비록 칼을 맞아서 죽음을 맞고 그 과정까지 역경이 많았지만, 평탄하게 죽을 거라고 기대를 안 했다. 반야가 극으로 치닫다가 끝났으면 더 아쉽고 서운하고 찝찝했을 것 같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서 죽은 것 같아 속이 후련했다."

마지막 장면 촬영을 앞두고 막상 꽃으로 꾸며진 관(꽃배)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고. 반야로서 온 힘을 다해 극중의 삶을 살았던 이윤지기에 느낄 수 있었던 감정일 것이다.

"내가 살면서 내 관을 볼일이 언제 있겠나. 현장에 갔더니 온 스태프들이 모여서 제 관을 꾸미고 있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 숨이 턱 막히더라. 보통 클로즈업 부분만 배우가 찍고 전경을 찍을 땐 대역이나 인형을 쓰는데, 배를 타고 강을 떠다닌 장면도 전부 제가 직접 누워있었다. 고요히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데 격한 삶을 살고 떠나는 순간이 잘 마무리가 된 것 같았다. 폭풍이 지나 간 뒤 엄청 고요한 것처럼."

'대풍수'의 반야는 대중들에게 이윤지에게 이런 색깔도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줬다. 평소와 조금 다른 색깔이기에 첫 출발에 어떤 식으로 반야에 접근했을지 궁금했다.

"잡지나 화보를 활용해 캐릭터 이미지를 뽑아내는데 이번엔 '블랙스완' 속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했던 니나의 느낌을 머릿속에 형상화 했다. 수단과 방법을 어느 정도 가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극중 니나가 이루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를 하겠더라. 니나와 반야가 발레복과 한복의 차이일 뿐 짙은 욕망은 같더라. 연기를 본다기보다는 찰나의 느낌을 찾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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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윤지 ⓒ구혜정 기자 photonine@


"공주, 왕비 역할 전문? 그러나 평범치 않은 인물들."

그렇다면 '대풍수'가 종영한 지금, 처음에 그렸던 느낌을 얼마나 표현해 냈을까. 이윤지는 "그래도 스스로 애썼다고는 해주고 싶다. 낮은 점수 말고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라고 수줍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부족한 점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래도 그때 잡았던 나만의 콘셉트 작전들을 펼쳐보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더라도 처음 반야가 입었던 의상을 마지막 수장 장면에서 입는다던지 하는 것이다. 사실 계절에 안 맞는 얇은 옷이어서 주위에서 춥지 않겠느냐 걱정도 했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을 맺고 싶었다. 다시 돌아오는 삶, 같은 옷을 입었지만 달라진 반야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또 음원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막바지에 제 테마곡으로 쓰인 노래를 제가 직접 불렀다. 반야로서 느낀 감정을 담아 불렀기에 더 각별했다."

극중 세 명의 남자와 호흡을 맞췄던 이윤지. 그녀를 첫사랑으로 간직한 지상(지성 분)과 야망을 위해 품었던 공민왕(류태준 분), 그리고 마지막 사랑 정근까지. 이윤지는 이 가운데 반야가 진정 가슴에 품은 것은 정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렸을 때 풋사랑은 지상이지만, 우정이랑 첫 사랑이 겹친 것 같다. 나중엔 가족 같은 느낌으로 됐고. 공민왕은 미안한 마음이지만, 철저하게 반야의 삶의 목표를 위해 이용한 것 같다. 정근은 시작은 그렇지 않았지만, 점점 아끼고 걱정하고 반야가 여자인 것을 깨닫게 해 준 사람이라서 마지막 사랑인 것 같다. 외할아버지가 '대풍수'를 정말 열심히 보셨는데 한 번은 저한테 대체 반야는 남편은 누구냐고 물으시더라. 하하."

번 작품에선 왕의 아들을 낳았으되 태후가 되지 못한 반야. 그러나 앞서 '궁', '더 킹 투하츠' 등 현대극에서 흔치 않은 공주 역할을 도맡았던 그녀는 앞서 '대왕세종'에서도 왕비를 맡는 등 왕족 전문이라고 불릴만한 필모그래피를 보유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생각해 보면 왕족 캐릭터를 많이 만났지만, 전부 평범하지는 않은 역할이었던 것 같다. 공주이나 어떤, 왕비이나 어떤. 그런 평범하지 않은 역할이었다. 전작 '더 킹'에서의 재신이의 경우 신체장애에 사랑하는 이까지 잃는 등, 현대판에서 겪을 수 있는 비극을 굉장히 많이 겪었다. 빤하게 잘 갈 수 있는 인생인데 그 안에서의 반전 과 비극들을 연기하는 게 재밌다. 그런 다른 면을 가지고 있어야 스스로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 하면서 할 수 있는 것 같다. 언제든지 또 왕족 캐릭터가 온다면 기꺼이 연기하고 싶다, 그런 개성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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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윤지 ⓒ구혜정 기자 photonine@


이윤지, 그녀는 행동파 여배우

이윤지는 지난해 SBS '강심장'에 출연 당시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하고 싶어 보고서까지 작성한 적이 있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주저 않고 제작진에 먼저 전화를 걸고, 공공연히 라디오 DJ를 하고 싶다고 밝히는 그녀. 많은 연기자들의 성공에 운이 따른다. 이윤지에게는 스스로 만들어낸 기회가 운이 된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토크쇼와 라디오는 언젠가 꼭 해보고 싶다. 나이도 있고, 이제 또 한 번 보고서를 쓸 때가 됐다.(웃음) 저는 드라마 제안이 들어오면 바로 캐릭터 분석을 한다. 캐스팅이 된 뒤에 준비하는 것보다 미팅을 할 때도 준비가 되면 더 많이 보여드릴 수 있고. 작품을 안 하게 돼도 재산이 된다고 생각한다. 실생활에 있어선 허점도 많지만 일에 대해선 욕심이 많은 편이다."

최근 눈에 들어오는, 혹은 욕심나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물으니 '후앓이'(MBC '아빠 어디가'에 출연 중인 윤민수의 아들 윤후) 중임을 고백하는 이윤지.

"저도 요즘 '후앓이'를 하고 있다. 하루쯤은 '이모 어디가'를 하고 싶다. '누나 어디가'는 나이 차이가 너무 커서. 하하. 제가 아이들을 너무 좋아한다. 또 어렸을 때부터, 실은 배우가 되기 이전부터 라디오는 너무 꿈꾸고 있던 장르다. 행동파의 효과가 있는지 연락이 있는 것 같지만, 제가 어느 정도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 때 해야 할 것 같다. 옆에서 도와주는 게 아니라 제 욕심대로 끌어가려면 좀 더 많은 내공이 필요한 것 같다."

'후앓이'와 라디오 얘기를 하면서 나이와 내공을 말하는 이윤지는 올해로 딱 서른 해를 맞았다. 20대까지도 초조함과 두려움이 있었다면 2013년에는 오히려 그런 것들이 모두 기대로 바뀌었다고. 행동파 여배우 이윤지이기에 앞으로 배우로서뿐 아니라 라디오와 토크쇼MC 등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리란 약속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계획이 너무 많다. 우려보다는 기대가 더 커졌다. 초조한 것들이 모조리 기대로 바뀌면서 편안해 졌다고나 할까. 작품적으로도 앳된 시기에 못했던 것들을 많이 만나고 경험하고 싶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 것 같다. 틀리면 고치면 된다. 뭐든지 맞이할 준비가 됐다고 할까. 거침없이 작품을 만나고 싶고, 몸을 쓰는 역할도 해보고 싶다. 서른이 돼 더욱 내 길에 매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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