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건강하다" 외치던 故임윤택을 보내며

[김수진의 ★공감]

김수진 기자 / 입력 : 2013.02.12 09:55 / 조회 : 25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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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11월 22일 열린 울랄라 세션의 첫 단독 콘서트 무대에 선 故 임윤택 ⓒ스타뉴스


지난 2011년 11월 11일 밤 12시가 임박한 시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무대 위. 4명의 사나이가 뜨거운 조명을 받고 서 있었다. 이들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고, 유독 한명은 눈물 대신 웃음을 지었다. 케이블 채널 엠넷 '슈퍼스타K3'(이하 슈스케3) 파이널 무대에서 울랄라세션(박승일(베이스보컬), 김명훈(보컬), 임윤택(리더, 보컬, 랩), 박광선(보컬))이 대상을 차지하던 순간이다. 임윤택은 울지 않았다. 펑펑 눈물을 쏟아내던 박승일, 김명훈, 박광선을 다독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임윤택이 유독 기억에 남았다.


무대의 조명이 꺼진 뒤 대상 수상자 기자회견에서 임윤택은 웃고 있었다. 여유와 생동감이 넘쳤다. 무대 위에서 모든 열정을 쏟은 직후였지만 에너지는 충만해 보였다. '위암 4기 환자 맞아?'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임윤태의 말기 암 투병 소식은 '슈스케3'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알려졌고, 무대 위에서 펄펄 날아다니는 그의 모습을 보고 혹자는 근심어린 시선을 보냈고, 혹자는 거짓이라고 손가락질하기도 했다.

임윤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부에서 제기된 의심 어린 시선에 대한 취재진의 조심스런 질문에도 의연했다. "난 건강합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임윤택은 "난 얼굴이 원래 하얗다. TV화면에서 아프게 보였던 것 같다"면서 "지금은 건강이 좋아진 상태다. 시간이 나면 지금도 운동을 한다. 나를 치료해주셨던 교수님도 (항간에서 제기된 내가 아프지 않다는 시선에 대해) 속상해 할 정도로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암도 극복할 수 있는 원천에 대해 긍정이라고 말했다. 임윤택은 "딱 하나다. '긍정'이다. 처음에 (암)진단을 받았을 때 휠체어를 타고 하도 놀러 다니니까 '애가 이상해진 것 아니냐'고 정신과 진단도 받았었다"고 말했다.


임윤택은 "저나 여러분들이나 인생이라는 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루를 살더라도 마지막처럼 주위 분들에게 '사랑한다'고 긍정의 힘을 발휘하다면 아프신 분들도, 걱정이 있으신 분들도 다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년 3개월 정도 흐른 지난 11일 임윤택의 비보가 들려왔다. 임윤택이 11일 오후 8시 30분께 사망했다는 것.

고인은 지난달 15일 공식 무대에서 동료의 부축을 받으며 뼈만 앙상한 모습으로 나타나 충격을 안겼다. 당시 고인의 소속사 대표는 건강이 더 좋아질 수는 없는 단계지만 새 앨범 준비에 열정을 쏟고 있고, 가족에 대한 뜨거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슈스케3'이후 임윤택의 건강문제는 간간히 불거져 나오기도 했지만, 꾸준히 콘서트 등의 음악활동을 펼쳐왔기에 이런 비보를 접할 것을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기우는 현실이 됐다.

결국 고 임윤택은 지난해 결혼한 아내 이혜림씨와 딸 아이 임리단을 세상에 남겨둔 채 32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비보에 업계 안팎은 허망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누구보다 긍정적으로 열정적인 삶을 살아온 젊은이였기에, 충격은 배가 됐다. 연예계 안팎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무대를 사랑한 '딴따라 임윤택'을 그리워하고 있다.

만약, 고인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는 이들에게도 웃음을 보일 것 같다. "내가 세상에 없지만 슬퍼하지 말아요, 하루를 살더라도 마지막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긍정의 힘을 믿으세요"라고.

고인은 이 와중에도 '가짜 암'이라는 비상식적 발언을 일삼는 일부 악플러에게도 웃음을 보일 것 만 같다. "인생이라는 게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요. '사랑한다고' 말하세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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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32세의 꽃같은 나이로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故 임윤택 영정 ⓒ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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