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홍석천 통해 힐링 토크쇼 진면목 보여줬다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3.02.0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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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SBS>


홍석천의 코믹하고 호들갑스러운 모습 뒤에 감춰진 눈물이 있었다.

지난 4일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는 국내 1호 커밍아웃 배우 홍석천이 출연해 자신의 성정체성과 삶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방송 시작 단계에서 MC 이경규는 "사실 제가 섭외를 좀 반대했다. 시청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기 때문에 위험성이 있지 않겠나. 그렇지만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먼저 홍석천에게 말을 건넸다.

지상파 방송에서 '퀴어개그'를 펼칠 정도로 방송환경이 많이 바뀌었지만 성 정체성에 대해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기엔 아직은 조심스러운 감이 없지 않기 때문. MC들은 이처럼 조금은 신중하게 홍석천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꺼냈다.

홍석천은 '힐링캠프'를 통해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여느 남자아이들과 다른 시각과 다른 애정관을 가졌던 점, 이를 가족들에게 털어 놓기까지 과정, 방송을 통해 커밍아웃을 하게 된 계기 등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그는 네덜란드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그가 이혼하고 자신에게 왔지만 끝내 지킬 수 없었던 사연을 공개하며 이를 계기로 "앞으로는 내 사랑을 지켜야겠다"라는 생각에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게 됐다고 말했다.

부모님에게 다른 아들들처럼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없는 데 대한 죄송함과 사춘기 조카들이 상처를 받을까봐 늘 조심스러웠던 행동들을 고백했다.

이날 '힐링캠프'에서 준비한 영상 메시지를 통해 부모님은 "솔직히 아직도 다시 다른 사람들처럼 돌아오지 않을까하는 희망도 있다"라면서도 "힘내고 용기내라. 사랑한다, 우리아들. 언제나 사랑하지"라고 맹목적인 부모의 사랑을 전했다.

어린 줄만 알았던 조카들도 처음으로 삼촌에게 편지를 썼다. 필리핀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조카들은 "내 친구도 삼촌과 같은 아픔이 있었는데 삼촌 방송을 보면서 자신감을 얻어 고맙다고 하더라. 삼촌이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멋진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희망전도사가 되길 바란다. 삼촌을 사랑한다"라고 편지를 전했다. 조카들의 편지에 홍석천은 결국 눈물을 쏟았다.

주변 어떤 눈초리보다도 가족에 대해 마음이 무거웠을 홍석천에게 '힐링캠프'가 가족들의 진심을 전해 주면서 진정한 힐링을 선사했다.

또한 이경규는 이 같은 주제가 다소 어려운 시청자를 대변해 조심스럽게 접근했고, 김제동은 홍석천의 이야기를 한결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설명해줬다. 한혜진은 친근한 이미지로 홍석천과 감성적이고 편안한 대화를 나눴다. 세 MC가 각기 다른 개성으로 이야기를 나눠 다양한 측면에서 토크가 진행될 수 있었다.

더불어 홍석천도 자신과 같은 고민으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을 이들을 위한 힐링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자신에게 종종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는 어린 친구들도 있고, 그런 친구들의 부모님이 찾아와 상담을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홍석천은 "아이가 그런 고백을 하면 부모들이 당황스러워하며 때리거나 혼내거나 그런 반응을 보인다. 사춘기에는 스스로도 혼동할 수 있다. 나무라지만 말고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줬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또한 커밍아웃 후 많은 악플과 힘든 시기를 겪으며 수차례 죽음을 생각하기도 했다던 홍석천은 "인생은 B(Birth)와 D(Death)가 있다면 그 사이에 C가 있다. C가 선택(Choice)다.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삶이 바뀐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길 바란다"라고 희망이 메시지를 전달했다.

방송 말미 이경규는 "솔직히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그러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모시길 잘했다"라고 말했다. 홍석천과 MC들은 물론 시청자들도 함께 소통한 진정한 '힐링캠프'였다.

한편 이 같은 홍석천의 진심어린 고백에 힘입어 이날 '힐링캠프'는 8.4%(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난 방송보다 상승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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