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이보영, 삐뚤어진 자존심에 누가 돌을 던질까

[김수진의 ★공감]

김수진 기자 / 입력 : 2013.01.1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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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청담동앨리스' 문근영(왼쪽)-KBS 2TV 주말극 '내딸 서영이'의 이보영


삐뚤어진 자존심의 두 여인이 주말 오후 시청자를 브라운관 앞으로 잡아끌고 있다. SBS 주말극 '청담동 앨리스'(극본 김지운, 김진희·연출 조수원, 신승우)의 문근영과 KBS 2TV 주말극 '내딸 서영이' 이보영이다. 문근영과 이보영은 드라마에서 가장의 몰락과 함께 어려워진 가정 형편을 겪으며 세상에 대한 엇나간 적개심을 지닌 주인공들. 묘하게 닮은꼴인 두 여인에게 누가 돌을 던질 것인가.

태생이 서민인데 청담동 사모님을 꿈꾸는 허영심 많은 여자 한세경(문근영 분)은 '청담동 앨리스'의 주인공이다. 가정형편이 기울면서 한세경은 청담동 입성의 꿈을 더욱 더 확고히 했다. 처음에는 그럴 마음은 아니었다. 평생을 함께 할 것이라고 믿었던 애인은 돈 앞에서 사랑도 저버리며 배신을 했고, 이는 한세경이 살아갈 유일한 희망은 재벌 사모님이 되는 것이라는 타당성을 부여했다.


일반적으로 동화나 영화에서 등장하는 백마 탄 왕자님은 우연히 만나게 되지만, '청담동 앨리스'가 그리는 '신데렐라 성공기'는 의도적으로 백마 탄 왕자님에게 접근한다는 점에서 색달랐다.

신선함과는 달리 회를 거듭할수록 한세경은 시청자들에게 밉상으로 낙인 찍혔다. 의도적 신데렐라 판타지에 대한 부작용일 수도 있을 테고, 성인이 된 '국민여동생' 문근영에 대한 거부감일 수도 있다. 문근영은 '청담동 앨리스'에 출연하며 동안외모로 인해 배역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일부 시청자들의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혹자는 함께 출연중인 청순가련형 소이현이 '청담동 며느리'에 적합하다는 평가도 내렸다. 결국 의도적 신데렐라 판타지의 부작용과 문근영에 대한 반감은 상보작용을 일으키며 시청자들에게 '한세경' 아니 '문근영'은 제대로 미운털이 박혔다.

신데렐라 판타지는 왜 우연이 필연이 되어야 하는지. 착하고 예쁜 여자주인공은 우연히 등장한 백마 탄 왕자로 인해 위기를 모면하고,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며 잘 먹고 살았다는 공식에서 벗어나면 반감을 사는 걸까. 우연이든 필연이든 가식이든 거짓이든, 지금 한세경은 백마 탄 왕자 차승조(박시후 분)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왜 사람들은 다 지나간 얘기만 하죠? 중요한 건 내일인데"라는 김태희의 CF속 대사가 스친다. 시청자들은 왜 한세경의 의도적 필연에 집착하는 건지, 백마 탄 왕자를 차지한 한세경의 내일이 온갖 훼방꾼들로 인해 안 그래도 불안하기만한데.


이제는 이보영이라는 이름보다 이서영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해져버렸다. '이서영', 이 이름을 떠올리면 가슴부터 저미어 온다. 이서영, 수재로 자랐지만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생활고에 시달렸고 고등학교도 자퇴했다.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을 들어갔고, 고시에 합격해 판사가 됐다. 남에게 손 한번 벌리지 않았고,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만했다. 눈물도 흘리지 않을 정도로 자신에게 냉정해져야만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됐지만, 그 상대가 재벌 2세라서 망설였고, 포기했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사랑하는 남자의 부모님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을 고아라고 했다. 아버지가 일용직 노동자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재벌 며느리에다 법조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서영이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정작 서영이는 자신이 한 거짓말 때문에 스스로를 파국으로 몰아넣었다.

자초한 일이라고 박수 칠 사람 누가 있을까. 서영이가 처음부터 많은 사람들의 측은지심을 유발한건 아니다. 아무리 무능하지만 살아있는 아버지를 죽은 사람으로 만들까 싶어 미움을 샀다. 사실 서영이의 거짓말을 알게 된 남편 강우재(이상윤 분)도 서영이의 사랑을 의심했다.

서영이가 남모르게 흘린 눈물만큼은 진심이었고, 회를 거듭할 수록 서영이 진심은 동정심을 유발했다. 시청자들은 서영이를 이해했고, 동정했다. 동정은 감정이입이 됐다. 우리 모두 한번쯤은 서영이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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