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 당신을 예능MC로 캐스팅하고 싶습니다

21일 종영, SBS '고쇼' 무엇을 남겼나①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2.12.19 08:00 / 조회 : 3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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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SBS>


배우 고현정의 9개월간의 예능MC 오디션은 끝났다. 이제, 그녀를 캐스팅하고 싶다.


고현정의 SBS 예능 프로그램 'Go Show(고쇼)'는 진행자들이 영화 제작사 직원이 돼 게스트 가운데 주연으로 적합한 인물을 캐스팅하는 독특한 콘셉트로 주목을 받았다.

'고쇼' 진행자로 나선 고현정 또한 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예능MC로서 진행력을 검증받는 오디션이 된 셈이다. 초반 고현정의 토크쇼 진행은 연기에서 보여준 것만큼 자연스럽지는 못했다. 시청률 면에서도 기대했던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고현정의 용기 있는 변신은 고현정이 대중에게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며, 그녀 또한 초반 리액션 위주의 조심스런 모습을 벗고 한결 안정적인 진행력을 보여줬다.

그녀를 만난 스타들의 말에 박장대소하고 때론 아파하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던 그녀의 모습은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었다.


고현정 '정수리 리액션' 딛고 공감의 MC로

고현정은 '고쇼' 초반 주로 게스트의 말에 정색을 해 흐름을 깨거나, 진행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윤종신, 정형돈, 김영철 등 다른 MC들이 주로 게스트에게 질문을 하고 고현정은 고개를 숙이고 있어 '정수리 리액션'이라는 말과 함께 진행자라기보다 시청자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없듯이 고현정 또한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점차 게스트를 대하는 모습에서 변화를 보였다. 고현정은 초반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게스트의 이야기에 자신의 사연을 덧붙여 공감을 표하거나, 이야기에 오해의 소지가 있을 때 이를 정리해 주는 등 차분한 진행을 엿보였다.

게스트로 나온 제국의 아이들 광희가 "각종 악성 댓글로 인해 상처 받는다"고 말하자 "나는 '선풍기 아줌마 같다'.'이혼녀가 어디 나가서 이러냐' 이런 댓글이 있기도 했다. 댓글로 너무 신경 쓰지 마라"라고 조언했다.

가수 윤하가 "너무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하니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도 어떻게 노는지 모르겠더라"라고 고백하자, 고현정은 "나도 그랬다. 어렸을 때 어른인척 하는 건 쉬웠다. 약속 잘 지키고 일하면 됐다. 하지만 막상 놀아야 할 때는 노는 걸 모르겠더라"며 눈시울을 붉혀 시청자들로부터 가슴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김종민이 충고를 요청하는 윤도현에게 "세상 혼자 살지 마세요"라며 너무 정중해서 후배로서 섭섭한 마음을 토로하자, 고현정은 "너무 신사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윤도현에게 좀 더 친근하게 대해 달라는 것"이라고 정리해 주며 오해가 없도록 진행하기도 했다.

이 같은 변화에 힘입어 게스트들도 전보다 자신의 감춰진 사연을 편하게 털어 놓게 됐으며, '고쇼'가 더욱 진정성 있는 토크쇼로 거듭나는데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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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SBS>


뭐든지 다 한다...'친절한 고MC'

이처럼 게스트의 말을 경청하고 자신이 직접 겪은 일화를 거리낌 없이 공개하며 공감을 표현한 고현정은 토크쇼MC로서 기본적인 자질을 갖춰갔다. 여기에 방송이 진행될수록 감춰왔던 예능감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연기자의 본분을 살려 윤상과 실감나는 부부 싸움을 재연해, 윤상이 "진짜 내 아내랑 얘기하는 줄 알았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고현정은 재연의 과정에서 여자의 입장에서 느낀 점을 솔직히 전하며 게스트가 몰랐던 부분에 마음을 열게 했다.

최근 씨엔블루 편에서는 이종현이 가방 10개를 드는 엉뚱한 유머를 선보이자, 고현정은 이종현의 어깨에 걸린 가방을 자신의 어깨로 옮기며 "내가 살렸다"라고 말해 어색할 수 있었던 상황을 유머로 승화시켰다.

고현정은 달라졌다. 자존심 센 여배우의 이미지가 강했던 그녀는 '고쇼'의 진행자로서 꿋꿋하게 프로그램을 이끌면서 친근한 예능 MC로 거듭났다. '고 대표 요즘 뭐든지 다 한다'라는 제작진의 자막이 이를 대변했다.

여배우로서 멋졌던 고현정이 MC로서도 훌륭하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는지, 그 시작은 조금 험난했다. 그러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점차 변화된 모습으로 MC의 이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고쇼'는 오는 21일 전현무, 현영, 박은지가 출연하는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계약된 분량이 끝나고 '고쇼'는 떠나지만, 고현정은 MC의 이름을 얻고 배우로서 시청자와 다시 만난다. 배우로서도, 예능MC로서. 또 앞으로 보여줄 새로운 모습까지도 모두 기대되는 그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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