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빅뱅·우싸이·남에픽·북2NE1..양현석, 지금부터다

[김관명의 스타오딧세이]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2.11.1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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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스타뉴스


기자가 아끼는 CD 중에 'YG패밀리2'라는 음반이 있다. 2002년에 나온 것으로 제목 그대로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총출동한 2장짜리 음반이다. 재미있는 것은 속지 사진에 찍힌 아티스트들의 의상인데 상의는 야구 유니폼, 하의는 청바지 혹은 트레이닝복이다. 자세도 그렇고 의상도 그렇고, 당시 YG 색깔 그대로 모두 힙합 스타일이다.

등번호 3번과 11번은 지누션의 지누와 션, 0번과 17번, 23번, 91번은 원타임의 테디와 오진환, 대니, 송백경, 2번은 프로듀서 페리 등이다. 당시만 해도 데뷔 전이었던 렉시와 세븐이 각각 초절정 동안의 모습으로 등번호 47번과 7번으로 등장한 점이 흥미롭다. 또한 당시 14세였던 지드래곤이 등번호 4번을 달고 자그마한 키에 두 팔을 격하게 벌리고 포즈를 잡은 것도 귀엽고 새롭다.


그러면 등번호 1번은? 눈치 채셨겠지만 YG 수장 양현석이다. 흰 모자를 푹 눌러쓴 10년 전 양현석 사진 밑의 속지에는 이렇게 써있다. '최고의 댄서에서 최고의 가수로. 그리고 이제 다시 최고의 제작자로 거듭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양현석. 그의 음악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열정이 있는 한 국내 가요계에서의 그의 역할은 더욱더 빛을 발할 것이다'

지난 1996년 겨울 성균관대 유림회관에서 치러진 벼락같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은퇴 기자회견을 취재했던 기자로서는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는 소중한 CD이자 그 주인공 양현석인 셈이다. 더욱이 1998년 'Yang Hyun Suk'이라는 이름으로 정규 1집을 냈으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양현석이고 보면, 이 음반이야말로 '제작자'로서 YG패밀리의 미래 조감도를 당당하게 제시한 격한 선동이자 독한 자기최면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꼭 10년이 흘렀다. YG는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CD 속지 표현을 다시 빌리자면 '국내가요계에서 그의 역할이 빛나는' 메이저 기획사로 자리 잡았다. 14세 소년 지드래곤은 잘 자라 아이돌그룹 빅뱅을 이끌고 있고, 2006년 데뷔한 2NE1은 국내 최고의 파워 걸그룹으로 인정받고 있다. 올해 합류한 에픽하이 역시 힙합패밀리로서 초창기 YG의 야심과 색깔에 방점을 찍었다. 이제는 마돈나와 '말춤' 추는 사이가 된 월드스타 싸이는 말할 것도 없고, 솔로 이하이도 올해 최고의 여자신인상 자리는 이미 예약해놨다.


하지만 양현석이 진짜 승부를 걸고 경계를 해야 할 지점은 지금부터다. 혹시라도 싸이의 월드와이드급 인기에 취해, 아니면 빅뱅과 2NE1의 안정 궤도, 혹은 이하이의 '될성부른' 분위기에 느슨해져 수성(守城)의 자세로 간다면 이는 이미 진 게임이다. 사실 싸이는 21세기 뉴미디어 유튜브 덕이 크고, 이미 과포화 상태인 아이돌그룹 시장은 그 상대가 빅뱅 혹은 2NE1일지라도 조금의 방심조차 용납지 않으며, 이하이 역시 지난해 큰 인기를 끈 'K팝스타' 지분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지난 2002년 CD 속지는 또 한 번 옳다. '음악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열정이 있는 한' 그리고 '최고의 제작자로 거듭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한'. 이 문구야말로 바로 양현석과 YG가 언제까지나 지켜야 할 초심인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기자가 사사로운 술자리에서 그리고 먼 낚시터와 가까운 사무실에서 접해 깨닫게 된 이 양현석이라는 워크홀릭은 다행히 국내외 가요팬들을 쉽게 실망시킬 위인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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