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기타를 치고 있을 승우군에게..

[김수진의 ★공감]

김수진 기자 / 입력 : 2012.11.12 18:28 / 조회 : 16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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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우 ⓒ'슈스케4' 화면캡처


승우군, 눈물을 멈춰요. 우는 얼굴보다는 뭔가 홀린 듯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이 더 어울려요. 톱4는 못 올랐지만 톱5잖아요.

"심청아 어서 인당수에 빠지거라 니 애비가 너를 젖동냥해서 힘들게 너를 키워놨으니. (중략) 너는 글을 쓰고 나는 떡을 썰고 석봉아~ 석봉아~ 석봉아~ 석봉아~ (중략) 나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들장미소녀 캔디~"

케이블 채널 엠넷 가수 선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즌4' 지역 예선을 보다가 깜짝 놀랐어요. "이거 누구 노래니?"라고 묻던 심사위원 이승철씨의 질문을 저도 속으로 했거든요.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이 부른 '석봉아'라는 걸 알지 못했다면, 승우군의 자작곡으로 알았을 거예요. 너무나도 멋진 무대였거든요.

16살, 작은 체구의 승우군이 기타를 치면서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덩달아 몸을 좌우로 흔들었으니까요. "(충남) 천안 성환읍에서 인재가 나왔다. 지금까지 본 역대 참가자 중에 가장 마음에 든다"는 이승철씨의 말에 대공감했죠. 승우군을 보면서 파이널 무대에 오른 모습이 마구 떠올랐으니까요.

승우군은 많은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어요. 슈퍼위크에서는 남성그룹 포맨의 'Hello'를 불러 심사위원 이승철씨, 윤미래씨, 싸이씨로부터 극찬을 받았으며 이미 생방송 진출은 확실시 됐죠.(9월14일 방송분)

무리한 연습 탓인지 라이벌 미션에서 연습을 심하게 한 탓인지 목소리가 아예 안 나와서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불렀을 때 마음 아팠어요. 라이벌 김정환씨도 걸그룹 2NE1의 'I love you'를 부르며 눈물 흘리는 승우씨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더군요.

"좋아서 계속 연습했는데, 너무 연습을 많이 해서 아쉽다"는 승우씨의 그 말이 더 마음 아프더라고요.(9월 28일 방송) 보는 사람들은 다들 그랬을 거예요. 그러니까 패자부활전 격인 '파이널 디시전'으로 살아남아서 생방송에 진출할 수 있었잖아요.

10월12일, 손꼽아 기다리던 승우군을 볼 수 있는 1차 생방송 시간이 왔어요. TV앞에서 숨죽여 기다렸죠. 승우군이 생방송에 진출한 TOP 12팀 중에 가장 마지막에 무대에 올라오더라고요. '짱 귀여운 승우가 오늘은 또 어떤 모습으로 날 기쁘게 해줄까'라는 사심 때문에 기다라는 동안 지쳤었거든요.

컨디션을 회복한 승우군의 무대는 최고였어요. 가수 김건모의 'MY SON'을 어찌나 잘 부르던지, 감히 '원곡보다 좋네'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이 무대 심사위원 총점은 275점. 277점을 받고 1등한 로이킴에 이은 2등이니까 안심했어요.

10월19일, 승우군을 볼 수 있는 날이라 행복했어요. 이날 두 번째 생방송 무대에서는 '우리 승우가 달라졌어요'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가수 세븐의 '열정'을 불렀는데, 가죽재킷에 스모키 화장을 한 승우군이 제법 남자답게 보였거든요. 하지만 심사위원들 눈에는 어색했나 봐요. 엇갈린 평가 속에 승우군이 총점 266점으로 하위권에 속했으니까요.(김정환 261점 뒤에서 1등 '꼴찌', 정준영 264점 뒤에서 2등)

괜찮아요. 승우군에게는 저와 같은 든든한 지원군이 있으니까요. 승우군이 사전 문자 투표에서도 1등 했잖아요.

또 일주일이 지났고 승우군이 다시 무대에 올랐어요. 승우군의 선곡은 처진달팽이의 '말하는 대로'였어요. 사실 이번 무대는 보는 내내 불안 불안했어요. 고음에서 불안했고, 이전 승우군이 지닌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이 아니었으니까요. '다음번에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 달라'는 심사위원들의 주문에 중압감을 느낀 듯했어요. 무대에서 기타를 자유자재로 연주하며 자신감 넘치던 승우 군이 아니었어요.

슬픈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죠. 심사위원들의 지적이 잇달았어요. 그래도 심사위원 총점이 나쁘진 않았어요. 홍대광씨와 김정환씨가 받은 가장 높은 점수인 278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273점이었잖아요. 꼴찌였던 정준영씨의 259점보다는 월등히 높은 점수잖아요. 방송이 끝나고 잠을 청하며 생각 했어요. '아 16살, 승우군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한 건 아닐까'

11월 2일이 됐고, 4차 생방송이 시작됐어요.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유승우군은 뮤지션 같은 느낌을 살려 제이슨 므라즈의 '버터플라이'를 불렀어요. 제 생각에는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이날 그 어떤 출연자보다 안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고 생각해요. 생방송 무대를 계속 경험하며 승우군은 관객에게 박수까지 유도하는 여유를 보여줬으니까요.

승우군은 심사위원들에게 각각 이승철 88, 윤건 90, 윤미래 96을 받으며 총점 274점을 얻었죠. 승우군은 딕펑스(280점), 로이킴(278점)에 이어 3위를 했어요. 1등은 아니지만 뭐 당연한 결과죠. 우리 승운데. 오늘은 누가 떨어질까, 궁금해 하면서 계속 지켜봤죠. (예상했던 대로) 김정환씨의 이름이 호명되더라고요.

그리고 정준영씨와 승우 군이 마지막 탈락자를 남겨둔 상태에서 무대에 섰죠.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전혀 불안하지 않았어요. "60초 후에 공개하겠습니다"라는 MC 김성주씨의 말에 앞서 "예상 밖의 탈락자입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마구 뛰었어요. 설마 했거든요. 아까도 말했지만, 슬픈 예감은 왜 틀리지 않는 걸까요. 승우 군이 탈락자로 호명됐죠. 사실, 상상도 못했어요. 당연히 승우군은 탈락하지 않을 거라는 굳은 믿음이 낳은 결과였으니까요.

미안했어요. 많이. 사실 고백하건대 전 생방송 문자투표는 김정환씨에게 했거든요. 승우군이 만약 사전 투표에서 불안한 결과였다면, 단순히 귀엽기만 했다면 아마도 전 '귀여운 승우군'을 보기 위해서 승우군에게 투표를 했을 거예요. 내 표가 아니더라도 당연히 승구군은 다음 무대에서 볼 수 있을 것이란 나태한 생각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 거였어요.

승우군의 무대를 볼 수 없어서 너무 슬펐어요. 제가 다 눈물이 날 지경이었어요. 어디 저뿐인가요, 가수 별, 허각, 연기자 유아인씨 등 승우군의 무대를 좋아하는 많은 이들이 허탈했어요. "너무 좋은 기회였다. 너무 재밌었고 너무 아쉬울 것 같다. 감사하다"는 눈물의 마지막 무대 소감을 끝으로 더 이상 생방송 무대에서 볼 수가 없네요. 그리워요. 아주 많이요.

어디선가 기타를 치고 있을 승우군, 더는 울지 말아요. 승우군은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들장미 소년이니까.

더 멋진 무대로 많을 이를 감동시킬 유승우군을 기다리고 있는 한 사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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