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前부인 피살사건 동석男이 밝힌 '그날'의 전모①

김수진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2.10.1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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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새벽 서울 강남의 한 술집에서 가수 김성수의 전 아내 강모(36)씨가 숨졌다. 채리나 등 일행과 함께 있던 강씨는 이날 옆자리 있던 남성이 휘두른 칼에 찔렸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은 이날 사건에 대해 "서로 다툼 끝에 벌어진 일"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강씨의 지인들은 "어둠 속에서 우리 쪽이 일방적으로 당했다"고 주장했다. 즉 '쌍방과실'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는 게 피해자측의 주장이다.


현장에 있다 피의자 J씨의 칼에 찔려 갈비뼈에 금이 가는 중상을 입은 이모(36)씨와 손목을 칼에 찔려 30여발 이상을 꿰매는 응급수술을 받은 김모(42)씨를 18일 새벽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 인근에서 만나 '그날'의 일을 들어봤다.

#1. 술 먹고 시끄럽다고 해서 다퉜다?

이씨는 "경찰이 '술 먹고 시끄럽다고 해서 서로 다퉜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경찰조사에 그런 말조차 한 적이 없는 데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고 강씨와 이씨, 김씨는 17일 자정께 서울 강남 신사동의 오퍼스바에서 만났다. 이 세 사람은 평소 잘 알던 사이로 이 바에서 트랜스젠더쇼를 한다고 해서 공연을 보기 위해 갔다.

이어 채리나가 오전 1시40분께 왔고, LG트윈스 소속 프로야구 선수 박용근이 오전 2시께 바에 도착, 합류했다.

이씨는 "채리나와 박 선수 등 연예인과 운동선수가 있어 일부로 바 구석에 앉았다. 우리 세 사람(고 강씨, 이씨, 김씨)은 룸에 있다 2시 쇼를 보기 위해 바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바 테이블이 좀 더러워 바텐더에게 형님(김씨)이 '물티슈 좀 달라'고 했는데, 옆에 있던 J씨가 갑자기 욕을 했다"고 사건의 발단을 설명했다.

이씨는 "당시 물티슈를 달라고 했던 여성 바텐더는 밥을 먹는 중이었는데 J씨가 이를 듣고는 우리를 보고 '야 이 XX야, 밥 먹는 거 안보여?'라고 욕을 했다. 형님(김씨)이 '왜 욕을 하세요'라고 했더니 생전 처음 들어보는 심한 욕을 계속했다. 형님(김씨)이 다시금 '왜 욕을 하냐. 나이도 어린 사람 같은데'라고 하면서 일어나려는 걸 내가 막았다. 연예인과 프로야구선수가 있는데 상식적으로 저희가 뭐가 득 될게 있다고 싸우겠나.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내가 계속해 '죄송하다, 죄송하다'고 했다. 그런데 계속 우리에게 욕을 했고, 결국 웨이터들이 J씨를 만류해 끌고 갔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런데 웨이터들을 뚫고 다시 오더라. J씨가 만취한 상태도 아니었다. 또박또박 전라도 사투리로 욕을 했다. 하도 욕을 하니까 옆에 있던 분이 '술 먹고 왜 그러냐'고 했고 그 두 사람이 다투는 모양새가 됐다. 소란스러우니까 웨이터가 J씨를 데리고 나갔다. 나갈 때 욕을 하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그냥 나갔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사건은 오전 2시 트랜스젠더 쇼가 시작되자마자 발생했다. 쇼를 위해 바 내부는 무대를 제외하고 암전이 됐고, 그 순간 J씨가 들어와 이씨 일행에게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씨는 "자리에 앉아 있는데 J씨가 저희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 내 멱살을 잡았다. 그 순간 웨이터들이 J씨를 막았는데 제 옆구리 쪽으로 무언가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너무 아팠다. 순간적으로 나무 막대기나 병인 줄 알았다. 컴컴해서 보이지 않았다. 제가 비명을 지르니까 다른 분들이 J씨를 말렸다. 박 선수가 자신의 몸으로 J를 막아섰고, 박 선수가 쓰러졌다. 박 선수는 가슴에서 피를 흘렸고, 이를 본 사람들이 다들 도망하가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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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거된 살해 용의자


#2. 박용근 선수가 늦은 시간에 연예인과 술 마시며 어울렸다?

이날 박 선수는 J씨가 휘두른 칼에 복부를 찔리는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18일 오전 현재까지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간을 심하게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일부에서는 "프로야구 선수가 늦은 시간에 연예인과 술자리에서 어울렸다"며 그를 비난하기도 했다. 이씨는 이에 대해 "인터넷에서 박 선수에 대해 '야구 쓰레기'식으로 몰고 가는데 그는 내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씨에 따르면 이날 박 선수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 오전 2시가 다 돼서 바에 도착, 합류했다. LG트윈스 소속 박 선수는 지난 3일 군 제대했다. 이씨는 "박 선수는 그날 운동을 하다 친분이 있는 형, 누나들이 부르니까 왔을 뿐이다. 술을 마시지도 않았다. 부친이 간암으로 돌아가셔서 평소 술, 담배를 하지도 않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이씨는 "J씨가 저를 찌르고 제가 비명을 지르자 박 선수 입장에서는 내가 맞은 줄로만 알았던 것 같다. J씨가 계속 나를 공격하려 하니까 내 앞으로 나와 자기 몸으로 나를 보호해줬다. 그런데 J씨가 박 선수를 찔렀다. 박 선수가 찔린 부위를 손으로 만져보더니 피가 나는 것을 보고 내 몸을 다른 쪽으로 밀치며 '형님 도망가세요'라고 한 뒤 바닥에 쓰러졌다"고 말했다.

박 선수는 간을 40% 이상 절제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병원으로 옮겨진 뒤 쇼크로 인한 심장마비가 두 번이나 올 정도로 위중한 상태다.

이씨는 "박 선수는 그날 자리에 오자마자 그 일을 당했고, 결국 나를 구하려다 칼까지 맞고 말았다. 제대하고 복귀에 대한 의욕이 강했는데 이번 일로 사경을 헤매고 있어 정말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3. 강씨가 칼을 들고 나온 J씨를 쫓아 나와 서로 다투다 칼에 찔렸다?

경찰은 "J씨가 흉기를 휘두른 뒤 바 밖으로 나왔고 강씨가 뒤를 쫓아 나와 말다툼이 있었고 이어 J씨가 강씨의 머리카락을 잡아챈 뒤 허리 부위를 찔렀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씨는 "누나(강씨)가 뒤쫓아나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씨는 "경찰이 강씨가 칼을 들고 있는 그 사람을 쫓아갔다고 하는데 경찰이 무슨 근거로 말하는지 모르겠다"며 "누나가 J씨보다 먼저 나와 있었고 J씨가 이보다 뒤에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 안에서 칼부림이 있자 사람들이 다 밖으로 뛰어 나갔다. 저 역시 웨이터의 보호 속에 제일 먼저 밖으로 나갔고 누나(강씨)와 채리나도 밖으로 나왔다. 누나는 놀라니까 순간적으로 맥주잔을 들고 밖으로 나간 거고. 칼에 찔린 저도 나무젓가락을 들고 있을 정도로 그 순간, 다들 경황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강씨는 J씨가 무엇을 휘두른 건지 그때까지 몰랐고 궁금한 상태에서 바가 있는 지하쪽 계단을 보고 있다 J씨와 마주쳤다. 이 때 강씨가 "뭐야, 칼 들고 있어"라는 소리쳤고 J씨가 강씨를 찔렀다.

이씨는 "저는 처음에 칼로 찌른 게 아니고 머리를 잡고 쓰러지는 줄 알았다. 누나가 저희 쪽으로 오면서 '나 아파'라고 하기에 '왜? 왜?'하면서 부축했다. 앞은 멀쩡했는데 옆을 보니 온통 피였다. 채리나가 울면서 119에 전화했다. 누나(강씨)는 처음에는 그래도 아프다는 말은 했는데 나중에 점점 의식을 잃어갔다"고 말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강00씨 맥주잔 들고 J씨 따라 나갔죠? 깨진 맥주잔이 발견됐어요. 이것도 증거입니다'라고 말했다. 쌍방과실로 몰아가는 뉘앙스였다. 그래서 그런 식으로 몰아갈 거면 조사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누나(강씨)가 왜소한 체격이다. 남자도 아니고 왜소한 여자가 다른 무기도 아니고 칼 든 남자에게 '너 이리와' 하면서 싸우겠다고 나서는 게 말이 되나. 이런 식으로 쌍방으로 모는데 이는 엄연한 난동 사건이다"고 말했다.

이씨는 "3대 1로 옥신각신하다 싸움이 났다고 하는데 어제 잡힌 범인 J씨 얼굴을 보라, 멍하나 없다. 칼을 들고 있더라도 남자 3명이 그대로 당하고만 있었겠나. 우리는 욕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바 분위기는 총기난사 같은 분위기였다. 저희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에게도 칼을 막 휘둘렀다. 불과 20분 만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조용히 하라'고 해서 싸움이 났다고 하는데 당시 쇼를 시작하기 위해 음악 소리가 울리고 있을 때여서 그런 말을 할 상황도 아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연예인이나 프로야구 선수가 있는데 옆에서 뭐라고 그러는데 같이 싸우겠나"라고 반문했다.

손에 자상을 입은 김씨는 "우리가 엄연한 피해자인데 범인 잡았다는데 전화조차 안 왔다. 어제(17일) 저녁쯤 전화 와서는 '박용근씨가 야구선수 맞냐'고 물어본 게 전부였다"고 이번 사건을 대하는 경찰의 태도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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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발생한 강남의 한 주점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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