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진 "심은진·윤은혜 잘해서 연기데뷔 부담됐다"(인터뷰)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2.10.1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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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희진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배우 이희진(32)이 연기하는 인물은 어딘가 그녀와 닮았다.

지난해 MBC '최고의 사랑'속에서 걸그룹 출신의 화려한 과거를 뒤로한 레스토랑 사장 제니로 눈도장을 찍었던 이희진이 이번엔 SBS '내 사랑 나비부인'에서 톱스타 남나비에게 늘 당하면서 할 말 다하는 당돌한 여배우 연지연이 됐다.


제니에게서 여성그룹 베이비복스 출신으로 홀로선 그녀의 과거가 겹쳐보였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연기자로 자리매김하는 연지연의 얘기가 현재 이희진의 상황과도 맞닿았다. 자신의 경험이 녹아내려 그녀의 연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최고의 사랑' 때 감독님이 '베이비복스의 뒷이야기라고 상상해보라'고 하시더라. 국보소녀로 연기했을 때, 제가 베이비복스를 했기 때문에 꾸미지 않고 대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한 두 마디라도 알고 할 수 있었달까. 연지연 경우도 무시당하면서 채여가면서 그런 경험이 아주 없었다면 이입하기 힘들었을 것. 오기라도 대들고 누르려고 하는 지연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연지연은 늘 남나비(염정아 분)에게 당하는 인물이다. 남나비를 이기고 싶어 모진 애를 쓰고 대들지만, 되로 주고 말로 받기 일쑤. 이희진의 등장부분은 대부분 따귀를 맞거나 코피가 터지거나, 의상으로 망신을 당하는 굴욕적인 장면이었다.


"맞는 게 때리는 것 보단 속편한 것 같다. 염정아 선배님도 촬영 후 아프진 않은지 항상 걱정하신다. 그럴 때마다 '전 맷집 세서 괜찮다'고 한다. 재밌다. 당하기만해도 기대를 하게 된다. 이번엔 뭐가 있을까하고. 더 재밌게 하려는 욕심이 생긴다."

극중 연지연의 단골 대사 중에 "데뷔 15년"이 있다. 15년차 연기자인데도 변변한 대표작 하나 없는 이름만 배우 남나비를 비꼬는 대사. 97년 베이비복스로 연예계 입문한 이희진도 어느덧 15년께에 접어들었다.

"대사 할 때마다 움찔한다. 데뷔이후를 돌아보면 남나비처럼 운도 있었고, 연지연처럼 노력도 했다. 죽을 만큼 영화보고 대사를 외우고 그런 것은 아니다. 자기혼자만의 공간에서 죽을 만큼 해야 노력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정도는 못했다. 아직까지 운이 70~80%였던 것 같다. 드라마 전에 공연을 먼저 했기 때문에 돈을 받으면서 연기 수업을 한 셈. 캐릭터도 다양한 만났다. 대학로에서 뮤지컬 연극하면서 배고파도 봤고, 울어도 보고, 무시도 당해보고, 희노애락을 겪어봤다. 그때만큼 어렵고 무섭고 슬픈 적이 없었다. 그런 걸로 보면 또 나름 노력은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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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희진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연예계 생활 동안 실제로 극중 남나비와 연지연처럼 갈등을 빚었던 동료나 선후배도 있었을 것. 이희진은 "예전엔 몰랐는데 서른이 넘어가면서 안 좋게 보이는 부분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안하무인 스타일은 별로라고 생각하는데 이제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조금 잘 나간다는 친구가 급을 가려가며 인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것을 보면 화가 나더라. 강자한테 약하고 약자한테 강한 스타일 너무 싫어한다. 저한테는 안 해도 상관없지만, 그럴 때 얘기는 하고 싶은데 나이 들어 선배대접 받으려고 한다고 할까 싶고. 현재 진행형인 친구들이 그런 실수를 할 땐 안타깝다. 연예계는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데, 지금 보이는 울타리밖에 모르는 것 같아서."

15년이라는 연예계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으리란 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극중 남나비가 오페라를 좋아하는 척했던 것처럼, 연예인이라 어쩔 수없이 참았던 연기를 해야 할 때도 있었다.

"제가 연예인을 '삐에로'라고 했었다. 아무래도 높으신 분들, 관계자들 앞에서는 싫어도 좋은 척해야 되는 일들도 많죠. 제 감정을 50 정도 표현했다면 나머지 50은 연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도 있다. 저는 그런 거짓된 말을 하는 게 불편하고 싫더라. 싫으면 싫다고 얘기하는 게 낫겠다. 그렇게 돼 버리더라. 허황되고 허영에 빠진 삶은 살고 싶지 않다."

가수에서 연기자로 변신이 예전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 된 요즘이지만, 이희진은 부담이 없지는 않았다고 고백했다. 특히 앞서 베이비복스 멤버들이 성공적으로 배우 전향을 한터라 더욱 부담이 됐다고.

"(윤)은혜나 (심)은진이가 연기를 시작하고 평이 좋아서 부담이 됐다. 멤버들과 비교 당하면 마음 상할 거라고 생각도 하시더라. 그런 것은 전혀 없다. 다만 은혜양이 스타트를 잘 끊어서 저한테도 기대감이 있었던 것 같더라. '베이비복스 출신이 연기를 잘 했는데 이희진도 잘 할까' 그런 시선이 있어서 부담감과 불안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희진은 윤은혜와 심은진에 이어 안정적인 연기자 변신을 보여줬고, 자신만의 색깔로 시청자들의 인정을 받고 있다.

"한 작품에서 베이비복스를 만난다면 좋을 것 같다. 베이비복스 이후로는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이 없었기 때문에. 경쟁의식은 있겠지만, 함께 한다면 재밌을 것. 제가 악역이나 얌체 역은 제일 잘 할 것 같고, 은진양은 털털해서 의리파, 마당발, 오지랖 그런 여장부 스타일. 은혜는 귀여운 막내 역할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지금은 여성스럽고 섹시하지만, 그룹의 막내라서 그런지 제 눈엔 마냥 귀여움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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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희진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그 전에 그녀가 먼저 연기를 통해 해보고 싶은 것, 또 해야 하는 것은 바로 '멜로'. 드라마 속에서나 드라마 밖에서나 이희진에게는 로맨스가 필요하다.

"어느 순간부터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멜로를 해보고 싶다. '괜찮아 아빠딸'에서 결혼도 했지만 신세대의 쿨 한, 딱 저희 나이또래 남성 여성들의 얘기를 해보고 싶다. 원하는 상대역? 어릴 때부터 고수씨의 팬이었다. 이상형에 가까운데다 성실하시고 착하고 배려심 많고 자기보다 주변 사람을 먼저 챙긴다고 익히 들었다."

드라마 속의 로맨스에 대한 바람은 그러하고, 베이비복스 멤버 김이지가 아이까지 낳았는데 이희진도 결혼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사실 제가 생각했던 결혼 시기는 지났다. 이상대로라면 시기쯤이면 애가 하나 있어야했는데.(웃음) 연애도 하고 싶고, 빨리 시집가서 안정적으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아직 뭔가 확실하게 해 놓은 게 없어서 일만 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현재 만나는 사람은 없다. 나만의 사람이 있었으면 싶다."

공교롭게도 이희진이 출연한 '최고의 사랑'과 '내 사랑 나비부인'은 연예계 출신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톱스타에서 비호감으로 전락하거나, 연예계를 벗어나 다른 삶을 사는 인물, 뒤늦게 대성한 대기만성형 스타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녀, 이희진은 어떤 연예인으로 기억되고 싶을까.

"우선 베이비복스는 제게 평생 갈 이름 같다. 베이비복스를 했기 때문에 지금 연기를 할 수 있는 거라 정말 감사해야 할 일이고 그로인한 혜택도 많이 받았다. 저는 한 방에 뜨거나 한 방에 이루고 싶진 않다. 연기가 됐든 뭐가 됐든 조금은 돌아가고 힘들고 아프더라도 조금은 천천히 가고 싶다."

"지금 워낙에 예쁘고 잘 생긴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제가 따라갈 수는 없다. 조연은 조연에서 주인공까지 할 수 있지만, 주인공만 하던 사람은 그렇지 않다. 운이 좋으면 제 인생에 지금보다 비중이 큰 캐릭터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욕심을 부리지는 않는다. 그냥 TV에서 저를 보셨을 때 채널 돌리고 싶은 게 아니라 '노래했던 친구지만 연기 못하지는 않네' 정도로 봐 주실 수 있으면 좋겠다."

"캐릭터의 마음만 전달할 수 있으면 조연이든 조조연이든 마다않고 꾸준히 가고 싶다. 연기할 때보면 정말 예쁘고 잘 생겨 보이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 연기자 이희진이라는 타이틀을 갖는 게 가장 큰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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