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장백지·이재용,雨中토크..관객들 살아있네!

부산=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10.0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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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허 감독(왼쪽부터)과 장백지, 이재용 감독 ⓒ사진=이기범 기자


허진호 감독과 이재용 감독, 그리고 중국배우 장백지가 비가 촉촉이 내리는 해운대 앞바다에서 관객들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300여 관객들도 한 무리는 우산을 받쳐 들고, 한 무리는 비를 맞으며 조용히 이야기를 경청했다.

6일 오후4시40분 부산 해운대 피프빌리지에서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행사의 일환으로 영화 '위험한 관계' 오픈토크가 열렸다.


'위험한 관계'는 서로 사랑하면서도 사랑을 게임처럼 생각하는 두 남녀가 정숙한 한 여인을 유혹하자는 게임을 벌이면서 점차 파멸로 치닫는 이야기. 18세기 말 프랑스의 쇼데를르 드 라클로의 서간체 소설로 수차례 영화화됐다. 한국에서는 지난 2003년 배용준 전도연 주연의 '스캔들'로 리메이크됐다.

허진호 감독이 1930년대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메가폰을 잡은 이번 프로젝트는 장동건과 함께 중국 톱스타 장쯔이와 장백지가 출연, 한국과 중국에서 화제를 샀다.

이날 오픈토크에는 허진호 감독과 장백지, 그리고 '스캔들' 이재용 감독이 나란히 참석했다.


허진호 감독은 "처음 '위험한 관계'를 1930년대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이재용 감독과 제일 먼저 상의를 했다"고 말했다. 허진호 감독은 이재용 감독의 '스캔들'을 기자 시사회 때 봤다고도 설명했다. 허 감독은 "이재용 감독이 왜 나에게 제안을 하지 않았냐고 했다"고 전하는 등 이재용 감독과 돈독한 친분을 드러냈다.

허진호 감독은 "원작을 바탕으로 한 훌륭한 영화들이 있었기에 부담이 됐다"며 "이재용 감독보다 못 만들면 어떻게 하냐는 고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용 감독이 원작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원작은 프랑스 혁명 직전을 배경으로 당시에는 연애교과서로 불릴 만큼 심리묘사가 탁월했다. 장동건과 결혼 전에 읽었으면 연애의 고수가 됐을 것이라는 농담도 했다"고 전했다.

이재용 감독은 "88년 버전을 호주로 여행 갔다고 우연히 봤다"며 "사극이 많이 만들어지지 않던 시절에 어떻게 하면 새롭게 아름답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 작품을 떠올렸다"고 당시 '스캔들' 기획할 때를 떠올렸다. 이어 이재용 감독은 "나는 원작과 거의 동시대 조선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떨까란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이재용 감독의 '스캔들'은 조선 정조 때를 배경으로 천주교 박해와 관련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에 반해 허진호 감독은 "1930년대 중국 상하이가 배경이라는 게 너무 매력적이었다"며 "중일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중국인들의 생각과 동양의 파리라 불렸던 상하이, 그리고 빈부격차가 인상 깊었다"고 설명했다.

두 감독의 이야기가 깊어지는 동안 빗방울이 제법 굵어지기 시작했다. 영화제 관계자들이 세 사람에게 우산을 씌어줬다. 빈틈없이 백사장을 메운 관객들은 우산을 펼치거나 비를 그대로 맞았다.

장백지는 그런 관객들의 모습에 감동한 듯 통역에게 물어 한국어로 "추위 조심하세요"라고 말했다.

장백지는 "허진호 감독이 나를 만나기 위해 차를 4시간을 몰고 새벽5시에 찾아왔다"며 "이런 열정이 있는 감독이 나를 찾았다는 게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맡은 역할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강하게 살아가는 게 내 실제 모습과 비슷하다는 점이 끌렸다"고 설명했다.

장백지는 "사실 나는 귀여운 이미지가 있어서 이 카리스마 있는 역할과 맞지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그래도 현장에 가서 그 배역의 옷을 입으면 그 사람으로 변신하기에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촬영 초반은 적잖이 힘들었던 것 같다.

장백지는 "첫 촬영에 담배 피는 장면에서 허진호 감독이 40~50번을 다시 찍자고 했다. 나중에 뭐가 문제냐고 했더니 아직 위험한 느낌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 장면은 결국 영화에선 편집됐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스타도 없이 빗속에서 진행된 오픈토크는 깊이 있는 이야기로 40여분을 꼬박 채웠다. 환호가 터지지 않아도, 드레스가 찢어지지 않아도, 관객들은 비를 맞으면서 영화 이야기를 만끽했다.

부산영화제는 관객의 영화제라는 걸 새삼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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