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 장신영 "신혜라, 원래 죽는 역할이었다"(인터뷰)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2.07.22 07:30 / 조회 : 19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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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신영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야망과 욕심과 꿈, 희망이 많았던 여자였다."


배우 장신영(28)이 최근 화제 속에 막을 내린 SBS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에서 연기한 신혜라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핫한 스타도 없고, 자극적인 러브신도 없는 소박한 드라마 '추적자'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한채 출발했다. 그러나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탄탄한 극본과 제작진의 뛰어난 연출력, 연륜 있는 배우들의 열연이 결국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장신영은 '추적자'에서 욕망으로 똘똘 뭉친 보좌관 신혜라 역할로 이제까지와는 다른 면모로 시선을 모았다. 그녀는 서지수 대신 PK준과 사건의 공범으로 자수를 하며 희생양이 되는가 하면 강동윤의 심복인 듯하다가 서회장과 결탁하는 등, 숨겨진 야심을 드러내며 거듭되는 반전으로 사건의 흐름을 좌우했다.

스스로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면을 보게 됐다는 주변의 반응이 많았다"는 장신영은 "지금까지 주로 연기해 온 캐릭터와 달라서 그렇게 보인 것 같다. 기존에 울기도 하고 감정이 드러났다면, 이번에는 울음보다는 그것을 참으면서 나아가는 냉정한 역할이다보니까. 캐릭터 자체가 표현하지 않는 면이 있었다"라며 "그래서 처음엔 혜라 캐릭터를 잡기가 어려웠다"라고 고백했다.


"어려웠다.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조용한 성격이면서 눈빛과 표정으로, 강한 인물을 표현해야 하니까. 뭔가 혜라를 드러내고 싶은데 어떻게 표현을 해야할지 몰랐다. 그럴 때 김상중 선배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뭔가를 만들어 내려 하지말고 가지고 있는 걸로 만들어보라'고. 그때부터 욕심보다는 대본에 충실하면서 나름대로 혜라라는 인물을 그려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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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신영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사실 '추적자'에서 신혜라라는 인물은 시한부 캐릭터였다. 애초 기획단계에서 신혜라는 강동윤을 대신해 백홍석의 총을 맞고 죽음을 맞는 역할이었다. 장신영 역시 캐스팅 단계에서 조남국PD로부터 12부께 하차한다는 설명을 들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신혜라로 분했다.

"작품이 좋고 출연진이 너무 훌륭하셔서 믿고 작품을 선택했다. 사실 '추적자'를 다른 감독님을 통해 알게 됐다. 조남국 감독님이 저를 생각하긴 하셨지만 역할이 작아서 말을 못하고 있었다더라. 다른 감독님으로부터 얘기를 듣고 제작진과 미팅을 했는데 한 번도 도전해 보지 못 한 역할이라 많이 끌렸다."

드라마가 10회 정도 촬영을 진행했을 때도 장신영은 신혜라가 곧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음을 가다듬고 남은 분량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다고. 그러나 10부가 지나고 12부가 지나도 죽지 않았고, 결국엔 반전의 핵심이 되며 극의 흐름에 큰 역할을 했다.

"끝까지 가서 영광스럽다. 죽었더라면 저의 색다른 연기를 못 보여줬을 수도 있었을 텐데. 끝까지 살아서 반전에 반전을 가하는 역할을 했으니까. 신혜라의 장수 비결? (장신영의 연기가 작가와 제작진의 마음을 돌린 것이냐는 물음에) 그건 아니고요. 죽을 시기를 놓쳤다더라. 하하."

신혜라는 드라마 내내 '추적자' 속 여느 남성 캐릭터보다 강직하고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신혜라였기에 강동윤을 향한 충성심이 사랑이었는지, 아니면 야망을 위해 부여잡은 동앗줄이었는지. 미묘한 감정선을 보여줬다.

"10년이나 함께 하면서 동경의 대상으로서 믿게되고 기대게 되고, 여자로서도 느껴지는 감정도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강동윤을 인간적으로 동정도 하고, 사랑하려고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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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신영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신혜라는 강동윤의 편에서 백홍석과 가장 강하게 맞선 인물이었다. 재판에서 끝까지 야망을 위해 거짓말을 하기도 했던 그녀의 처절함이 선과 악의 대립을 극대화하며 드라마에 긴장감을 부여했다. 그러나 장신영은 "혜라를 그저 악역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했다.

"백홍석은 힘없고 어려운 사람이었다. 강동윤은 권력과 힘이 있고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사람. 혜라가 그런 동윤을 보좌하다보니 백홍석을 어렵게 만들게 됐다. 그것이 악역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선택사항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추적자'는 선과 악보다는 그런 것을 이야기 했다는 게 달랐던 것 같다."

그런 혜라의 심경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 15회에서 동윤과 나눈 대화. 강동윤이 대선 낙선 후 혜라를 향해 ‘나는 침몰한다. 내 배에 모두 실어라'라고 하자, 혜라는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가 우릴 그렇게 만든 거다'라고 했다. 선과 악보다는 닥친 상황에서 선택에 대해 고민했다던 장신영은 이를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다.

"제 입장에서 신혜라가 비운의 여인이라기 보단 오히려 강동윤이 동정이 갔다. 불쌍했다. 누구한테도 사랑받지 못하고 이겨내야 하기 때문에. 강동윤이라는 사람이 인간 대 인간으로 봤을 때 연민이 많이 간 것 같다."

장신영에게 있어 악인도 연민의 대상도 아니었다는 신혜라. 그녀에게 신혜라는 어떤 여자였을까.

"야망과 욕심과 꿈과 희망이 많았던 여자 같다. 그것을 위해서 강동윤을 지지하고 믿고 옆에서 많이 따랐던 것 같다. 실제로 나와 비슷한 점도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글쎄. 연기 욕심이 많다는 점? 꿈이 많고 연기에 대한 욕심이 크다는 점은 닮았다. 다른 건 잘 모르겠다.(웃음)"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끝까지 진실을 묻으려 했던 신혜라는, 살인죄를 덮어 쓸 위기에 처하자 결국 최후의 카드를 내놓고 말았다. 욕망의 전차 신혜라가 포기를 해야 했던 상황. 그것은 반성과 참회는 아니었다. 장신영이 말했듯이, 그저 혜라는 또 한 번 자신의 앞에 놓인 상황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추적자'와 혜라를 오롯이 이해했기 때문인지, 장신영은 드라마의 결말에 대해 일말의 아쉬움도 없다고 말했다.

"달리 상상했던 결말은 없다. 신혜라도, 드라마 속 이야기도 적절하게 잘 끝난 것 같다. 대본이 나올 때마다 그 상황이 이해가 됐다. 연기자들도 대사를 보면서 우리가 이렇게 움직이는 게 맞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인물들에게 각자 의미를 부여해 줬던 결말이기 때문에 만족한다."

'추적자'의 신혜라는 시청자에게도, 스스로에게도 장신영의 재발견이 된 작품이었다. 장신영은 그저 "하차시기를 놓쳤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그녀의 열정과 노력이 신혜라라는 캐릭터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더 빛을 발하게 한 것이 아닐까.

"다른 면들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다음엔 밝고 웃음이 많은 역할로 만나 뵙고 싶다. 변화가 많은 배우, 연기력으로 다져진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장신영의 포부를 지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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