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부터 베인까지..'배트맨'의 악당들 총정리②

[★리포트]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2.07.17 06:30 / 조회 : 57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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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3부작 완결편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19일 개봉을 앞뒀다.

1989년 팀 버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배트맨' 이후 총 8번째 영화로 만들어져 관객을 만난 배트맨 시리즈는 범죄 집단이 창궐한 도시 고담의 외로운 영웅 배트맨의 활약상을 담은 DC코믹스 만화가 원작. 최고의 갑부이자 도시의 외로운 수호신인 배트맨의 원맨쇼를 그려온 이 영화들은 각기 다른 주제와 연출자,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늘 주인공 배트맨만큼, 혹은 그보다 더 돋보이는 악당을 선보여 왔다. 원작 만화에 대한 이해와 재해석을 바탕으로 3번째 '배트맨' 시리즈의 연출을 맡은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또한 예외가 아니다.

조커부터 베인까지, 주인공 뺨치는 매력의 소유자인 '배트맨'의 악당들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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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의 조커(사진 왼쪽)과 '다크 나이트'의 조커


◆ 조커(Joker)

화학 약품에 빠져 망가진 얼굴이 활짝 웃는 표정대로 굳어버린 악당 조커는 '배트맨'이 영화화하며 가장 먼저 등장시킨 악당이다. 배트맨 보다 더 인기가 많은 악당이기도 하다. 배트맨에 쫓기다 평생 굳은 얼굴을 하게 된 그는 배트맨을 증오하며 끈질기게 괴롭힌다.

광대를 연상시키는 총천연색 의상, 초록색 머리카락과 분칠한 듯 하얀 피부, 빨간 입술은 조커의 트레이드마크. 1989년 팀 버튼 감독은 연기파 배우 잭 니콜슨을 캐스팅해 만화에서 그대로 살아나온 듯한 조커를 스크린에 옮겼다. 정교한 분장과 기괴한 표정,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는 배트맨 1편을 배트맨이 아닌 조커의 영화로 기억하게 했다.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기괴한 웃음소리를 멈추지 못했던 조커는 1·2편의 팀 버트, 3·4편의 조엘 슈마허에 이어 메가폰을 잡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 의해 스크린에 되살아났다. 그는 2005년 '배트맨 비긴스'에 이은 2008년작 '다크 나이트'에서 히스 레저에게 조커의 중책을 맡겼다. 만화적 캐릭터가 살아있었던 잭 니콜슨의 조커에 비해 히스 레저의 조커는 사실적이고도 서늘했다. 조커의 하얀 피부, 빨간 입술은 그대로지만 물감을 마구 찍어 문지른 것 같은 그의 얼굴은 그 자체로 불안한 광기를 발산했다.

둘 모두 압도적이었다. 조커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데 수년을 고생해야 했던 잭 니콜슨과 달리, 히스 레저는 광기어린 모습 속에서도 연민을 자아내는 조커의 모습을 지우지 못한 채 짧은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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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2'의 캣우먼(사진 왼쪽)과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캣우먼


◆ 캣우먼

영웅의 이야기에 섹시한 여성 캐릭터가 빠질 리 없다. '캣우먼' 샐리나 카일은 배트맨 시리즈에 딱 적역인 기괴하고도 매력적인 악당이다. 다양한 번외편을 자랑하는 '배트맨'의 원작에서는 캣우먼의 과거가 들쭉날쭉. 어머니가 자살한 뒤 학대받으며 소년원으로 직행, 거리의 여자로 살아가다 악당으로 변신하는가 하면, '배트맨' 브루스 웨인 버금가는 엄청난 갑부로 등장하기도 한다. 공통점이 있다면 속을 좀체 알 수 없는 고양이처럼 선인지 악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정체성, 그리고 섹시한 매력이다.

1992년 팀 버튼이 연출한 '배트맨2'(Batman Returns)에서 처음 등장한 캣우먼 샐리나 카일 역은 당대 최고 미녀스타로 꼽힌 미셸 파이퍼가 맡았다. 하얀색 실로 기운 검정 에나멜 의상을 입고 늘씬한 몸매를 숨김없이 드러내며 적을 내리꽂고는 가만히 혀를 날름거리던 그녀의 캐릭터는 '배트맨'의 골수팬들을 열광케 했다. 조력자인지, 적인지 알 수 없는 독립적인 모습으로 배트맨 곁을 오가며 목숨 9개 달린 요물의 매력 또한 맘껏 발산했다.

그 인기에 힘입어 할리 베리가 주연을 맡은 다른 영화 '캣우먼'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미셸 파이퍼의 캣우먼과는 엄연히 족보가 다른 캐릭터.

미셸 파이퍼의 뒤를 잇는 것은 19일 개봉을 앞둔 '다크 나이즈 라이즈'의 앤 해서웨이다. 놀란 감독이 되살린 조커가 그러했듯, 전작에서는 기괴하고도 만화적이었던 캐릭터가 보다 현실적인 악녀로 탈바꿈했다. 비록 뾰족한 고양이 귀나 섹시하게 흔들거리던 긴 꼬리는 사라졌지만, 늘씬하고 섹시한 차세대 액션 스타의 활약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청순녀 앤 해서웨이의 변신도 썩 괜찮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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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2'의 캣우먼(사진 왼쪽)과 펭귄맨


◆ 펭귄맨

펭귄맨은 1992년 팀 버튼의 '배트맨2'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개조한 우산이 주무기이며 새를 범죄에 이용하는 그는 펭귄과 똑같이 닮은 외모 때문에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자란 뒤 악당 맥스(크리스토퍼 윌켄)에게 속아 고담시에서 악행을 저질렀던, 슬픈 악당이었다. 데니 드 비토의 열연 덕에 이 애정결핍의 측은한 악당이 더욱 인상적으로 그려졌다. 실제로 캣우먼 셀리나 카일과 함께 그 존재감에서 배트맨을 압도했다. 원작의 펭귄맨은 영화 속보다 훨씬 날렵하고 깔끔한 모습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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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3-배트맨 포에버'의 리들러


◆ 리들러

리들러는 이름 그대로 퍼즐과 수수께끼에 매료된 컴퓨터의 천재로, 초록색 의상과 붉은 헤어스타일로 시선을 집중시킨다. 1995년 팀 버튼의 뒤를 이어 메가폰을 잡은 조엘 슈마허 감독이 연출한 3탄 '배트맨 포에버'에 등장해 새 배트맨 발 킬머를 괴롭혔다. 영화에서는 웨인 엔터프라이즈의 괴짜 과학자로 설정이 바뀌었지만 극과 극을 오가는 짐 캐리의 연기는 원작과 흡사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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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3-배트맨 포에버'의 투페이스(사진 왼쪽)과 '다크 나이트'의 하비 덴트


◆ 투페이스

두가지 얼굴을 지닌 악당인 투페이스는 원래 고담시의 의로운 형사 고든이 부임하기 전 고담의 검사관으로 일하던 배트맨의 친구다. 그러나 악당과 대립하다 반쪽 얼굴에 심각한 흉터가 생긴 뒤 '투페이스'로 명성을 날리며 악당이 되어 배트맨과 대립하게 된다. 동전을 던져 그 결과에 따라 의인이 되었다가 악인이 되기도 한다.

앞서 배우 토미 리 존스가 투페이스 역할을 맡아 1995년 '배트멘 포에버'에 출연했다. 원작과 흡사한 캐릭터와 분장에도 불구, 리들러 짐 캐리의 활약 때문에 2등 악당으로 밀려나면서 그 존재감이 미비하다.

자존심을 구겼던 투페이스를 화려하게 부활시킨 것이 놀란 감독의 2008년작 '다크 나이트'다. 애런 에크하트가 고담시의 희망으로 불리는 의로운 검사이자 주인공 브루스 웨인이 사랑하는 여인 레이첼(매기 질렌홀)의 연인이기도 한 하비 덴트로 등장한다. 원작의 팬이라면 그의 이름을 듣자마자 무릎을 쳤을 것이다. 악당 투페이스가 되기 전 그의 본명이 바로 하비 덴트다. '다크 나이트'는 덴트의 예정된 변심과 어둠의 기사 배트맨을 연결시킨 재해석이 탁월하다. 바로 그 하비 덴트의 죄과를 짊어지고 배트맨이 사라진 지 8년 뒤의 고담시를 배경으로 신작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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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4-배트맨과 로빈'의 미스터 프리즈(사진 왼쪽)와 포이즌 아이비


◆ 미스터 프리즈 / 포이즌 아이비

일명 '아이스맨'으로 불리는 미스터 프리즈는 원작과 영화 모두에서 냉동 슈트에 몸을 감싼 미치광이 과학자다. 불치병에 걸린 아내를 구하기 위해 냉각 기술로 아내를 얼려놓은 로맨티스트이기도 하다. 배트맨 시리즈의 저주로 불린 1997년 조엘 슈마허 감독의 '배트맨4-배트맨과 로빈'에 등장했는데,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푸른 빛 도는 육중한 분장을 하고 나타나 연기했다. 당시 그는 할리우드 사상 최초로 출연료 2000만 달러를 넘겨 화제를 모았다.

함께 '배트맨4'를 이끈 악당이 우마 서먼이 맡은 포이즌 아이비다. 원작에서는 식물 연구를 하다 실험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만 열혈 여학생이지만, 영화에서는 그 전사를 지우다시피 한 채 섹시한 악당 캐릭터만을 살렸다. 우마 서먼이 맡아 독성분이 든 향수와 립스틱을 주무기로 하는 섹시한 악당을 그려냈다.

그러나 두 인기 악당이 등장한 '배트맨4'는 1억 달러를 훌쩍 넘는 제작비와 현란한 화면에도 불구, '망작'이었다. 얼기설기 꿰어 맞춘 스토리와 캐릭터 덕에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혹평을 받으며 시리즈 자체를 암흑에 몰아넣었다. 이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배트맨 비긴스'로 시리즈를 부활시키기까지 무려 8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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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의 라스 알 굴(사진 왼쪽)과 닥터 크레인


◆ 라스 알 굴 / 닥터 크레인

원작의 라스 알 굴은 배트맨과 서로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는 적이다. 자신을 신으로 믿고 따르는 비밀 조직을 이끌며 지구를 자연의 상태로 되돌려놓겠다는 욕망으로 고담을 파괴한다. 검술의 달인으로, 생명력을 연장하는 능력까지 지녔다.

놀란 감독의 '배트맨 비긴스'에서는 와타나베 켄이 라스 알 굴을 자처하지만 곧 리암 니슨이 그 자리를 꿰찬다. 원작상의 이미지도 리암 니슨과 더 맞아떨어진다. 그는 브루스 웨인을 훈련시켜 전사로 키워내지만 악의 처단에 대한 방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대립하게 된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볼 배트맨의 팬이라면 그의 존재를 한번쯤 되새길 것을 추천한다.

'배트맨 비긴스'에 잠깐 등장하는 또 다른 악당이 바로 닥터 크레인이다. 원작에서는 깡마른 체구와 얼빠진 얼굴생김 탓에 허수아비로 불리는 심리학과 교수지만, '배트맨 비긴스'에서는 심리 공포에 정통한 심리학자 대신 라스 알 굴을 따르는 정신과 의사로 변모했다. 외양도 크게 바뀌어 미남 배우 킬리언 머피가 닥터 크레인 역을 맡았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도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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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4-배트맨과 로빈'의 베인(사진 왼쪽)과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베인


◆ 베인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배트맨과 맞설 최강의 적으로 등장하는 이가 바로 베인이다. 원작에서는 감옥에서 태어난 혁명가의 아들로, 실험 대상이 됐다 평생 둔중한 튜브가 달린 마스크를 쓰고 화학 물질을 흡입하게 된 악당이로 설정돼 있다. 덕분에 얻은 가공할만한 위력과 함께 배트맨을 능가하는 지능적인 면모까지 지녔다.

영화에서는 '인셉션'의 톰 하디가 베인 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새 악당의 면모를 보여준다. 대머리에 튜브 마스크는 원작과 비슷하지만 작업복 같았던 의상은 밀리터리 룩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과거 영화에서 평가절하 됐던 악당 베인에게 15년만에 제자리를 찾아준 영화이기도 하다. 사실 베인은 1997년 '배트맨4-배트맨 포에버'로 영화에 처음 데뷔했다. 그러나 당시 베인은 둔중하고 무식한 포이즌 아이비의 똘마니로 등장해 배트맨에게 대굴욕을 당했다. 타고난 책략가로 배트맨을 농락하던 그에게 못할 대접을 한 셈.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는 제 자리를 찾아 존재감을 발하는 베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영화스틸 및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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