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품' 윤진이·'넝쿨당' 박수진, 남자들 로망 or 착각

[김관명칼럼]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2.07.16 09:11 / 조회 : 12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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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왼쪽), 윤진이 ⓒ스타뉴스


영화 '건축학개론'을 보면서 많은 남성 관객은 행복했다. "맞아. 나의 첫사랑은 지금도 날 잊지 못하고 언제든 찾아올 것이야. 그것도 배수지이자 한가인 급인 첫사랑이.." 하지만 스스로도 알았다. 이런 행복이 자신들의 쓸데없는 로망이자 어처구니없는 착각이란 것을.


요즘 TV드라마에서도 이러한 남성 시청자들의 로망과 착각을 부추기는 여성 캐릭터가 즐비하다. 인기 드라마에서만 꼽아 봐도 2명이다. SBS 주말드라마 '신사의 품격'의 임메아리(윤진이)와 KBS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송수지(박수진). 각각 최윤 변호사(김민종)와 닥터 방귀남(유준상), 공교롭게도 순수총각이 아닌 남자 2명을 향한 이들의 해바라기 사랑은 분명 두 드라마의 빼놓을 수 없는 시청유발 포인트다.

우선 임메아리. 임태산(김수로)의 여동생인 메아리는 어렸을 적부터 오빠의 친구인 최윤을 좋아했다. 강남 필 가득한 이정록(이종혁)도 마다하고, 두 팔 좌~악 벌린 친오빠 임태산도 멀리하고, 오로지 최윤을 향해서만 해맑게 "오~빠"라며 뛰어가(아니 뛰어와) 와락 안기던 그 메아리의 모습은 나이가 많건 적건 남성 시청자들의 영원한 로망이었다.('건축학개론'의 배수지가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이런 캐릭터의 캐스팅은 더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상큼 발랄 혹은 귀여움 정도일 줄 알았던 메아리의 외사랑이 헤아릴 수 없이 깊고 깊었던 것임은 지난 15일 방송에서 확실해졌다. 최윤 아내의 기일, 고인의 영정 앞에서 메아리가 오열했다. "언니, 너무 죄송한데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왔어요. 이런 말 하면 나쁜 년인 거 알아요. 제가 윤이 오빠 좋아하는 거 허락해주시면 안돼요?" 목구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온 이들은 비단 이 광경을 본 최윤 등 만이 아니었을 게다.

최윤도 이런 메아리가 좋다. 다만 아내와 사별한 자신의 처지와 무려 17살의 나이차, 그리고 친구의 여동생이란 점 때문에 애써 '꼬마' 취급을 하고 있을 뿐. 그래도 점점 빠져드는 본심은 숨길 수 없었다. 임메아리가 자신을 발견하고 막무가내로 차도로 뛰어들었을 때 최윤이 보여준 그 더 막무가내 스타일의 차도 뛰어들기! 그래서 시청자도 알고 임메아리도 알고 심지어 최윤도 안다. 결국엔 '윤메커플'이 서로가 서로에게 넝쿨당이 되리라고.


이번엔 국민드라마로 등극한 '넝쿨당'의 송수지다. 자칭 "일곱살 때부터 좋아한" 미국 살던 동네 오빠 유준상을 유부남이 돼서도 좋아한다. 지난 14일 방송에선 어린 자폐환자를 찾기 위해 유준상과 단 둘이 강화도를 가 윤희(김남주)의 애를 태우더니 급기야는 혼자 술 마시다 전화해서 유준상을 불러냈다. 아내 윤희 혹은 여성 시청자 입장에서야 '눈엣가시'이고, 남편 방귀남 입장에서야 '외로운 대학후배'이면 그뿐이지만, 원래가 욕심 빼면 건질 것 하나 없는 대개의 남성 시청자들 생각은 좀 다르다.

그리고 이런 남성 시청자들이 듣고 싶은 수지의 대사는 마침내 15일 방송에서 터져 나왔다. 유준상의 동생 말숙(오연서)이 혹시라도 세광(강민혁)이 이 술에 취해 '천방지축'인 수지와 눈이 맞을까봐 자신의 방에서 재운 다음날. "왜 유부남인 우리 오빠를 좋아하냐?"고 따져 묻는 말숙에게 수지가 답했다. ""짝사랑도 불법이에요? 나도 노력하고 있다고요!"

이런 수지와 메아리 스타일의 여성들이 계속 드라마에 나오는 한, 귀 얇고 세상 물정 모르고 여자 생리는 더더욱 모르는 일부 남성 시청자들의 착각 혹은 로망은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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