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오면' 인교진 "'명품 바보연기? 부담컸죠"(인터뷰)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2.05.07 08:30 / 조회 : 6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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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인교진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연기 생활 11년, 성룡 캐릭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배우 인교진(32)은 최근 인기리에 막을 내린 SBS 주말드라마 '내일이 오면'에서 보쌈집 막내아들 이성룡으로 분해 처음으로 지적장애 연기에 도전했다. 시들어버린 꽃이 불쌍하다고 식음을 전폐하고 개미들에게 과자를 나눠줄 정도로 순수한 캐릭터다.

"지적장애 연기가 공감이 안 갈수도 있고...부담이 많이 됐어요. 고민을 많이 하다가 촬영에 들어갔는데 하다 보니 제스처나 그런 것들이 나오더라고요. 그러면서 시청자들도 캐릭터에 조금씩 공감해 주셨고요. 길에서 저를 보면 알아보시고 손동작을 따라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전작들에서 카리스마 넘치고 지적인 역할을 주로 해 왔던 인교진이 어떤 인연으로 순수하고 여린 캐릭터 성룡과 만나게 됐을까.

그는 "공채 통과 뒤 제일 처음에 했던 작품이 '선녀와 사기꾼'이었는데, 그때 함께했던 감독님의 제안으로 '내일이 오면'에 합류하게 됐죠"라며 말문을 열었다.

"처음엔 부담이 많았어요. 지적장애 캐릭터가 근래 작품들에 속속 등장하고는 있지만, 기존에는 별로 없었잖아요. 대본을 봐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고민하다가 작가 선생님에 물어 봤는데, 제 의견을 물으셨죠. 제가 생각한 성룡에 대해 말했더니 '하고 싶은 대로 표현해 보라'고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기쁠 때 손가락을 여러 번 구부리거나, 고민 있을 땐 머리를 두드리거나하는 성룡만의 제스처들이 탄생했다. 특유의 손동작을 계속하다보니 어느새 몸에 배어, 연기자들과 함께 클럽에 놀러가 춤을 출 때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와 다 함께 웃었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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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왔던 '길버트 그레이프'를 봤던 기억을 떠 올려 힌트를 얻기도 했다. 또 시간대는 다르지만 같은 방송사의 주말극 '바보엄마'에서 지적장애를 지닌 김선영으로 열연중인 하희라의 연기도 인상 깊게 봤다고. 두 사람은 '명품 바보연기'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하희라 선배님이 연기하는 선영은 지적장애를 지닌 캐릭터라도 연기 스타일이 좀 달라요. 공통점은 한결 같은 사랑과 가족애, 순수함이더군요. 하염없이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는 점이 통하는 것 같았어요."

성룡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가족들이 힘들 때 웃음을 주고, 시청자들에게는 감동을 안겼다. 특히 마지막 회에서 그의 대사는 드라마의 여운을 더욱 짙게 했다.

"은혼식에서 아들들이 감동적인 말을 하는데 그 장면에서 성룡이 손을 들고 번쩍 일어나 '다음번에 태어날 때는 똑똑한 아이로 태어날 게요'라고 하자, 엄마가 '너는 자랑스러운 자식이야. 너무 착해'라고 했어요. 진짜 그 장면이 참 좋았어요."

마지막 은혼식 장면 외에도 그는 동생과 조깅 장면, 절친 다정이와의 이별 장면을 가장 인상 깊었던 신으로 꼽았다.

"제 동생으로 나왔던 (하)석진이와 조깅을 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숨이 너무 차서 주저앉았는데, 동생이 집을 나가야 되는 상황에서 '형은 몸이 굳으니까 계속 운동해야 돼'라면서 서로 눈물을 흘렸던 장면이 있었어요. 그게 너무 기억에 남아요. 또 절친인 다정이가 엄마가 나타나서 헤어지는 장면도요. 이별 장면이 절절한 로맨스를 방불케 했죠."

결코 적지 않은 연기 생활. 그는 '내일이 오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 다고 말했다.

"최근에 한 영향도 있겠지만, 가장 특징 있는 캐릭터를 맡았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기억해 주는 방식이 예전에는 '뭐 했던 사람' 이랬는데, 지금은 아주머니들이 손동작을 기억해 주시더라고요. 그게 기분이 참 좋았어요."

인교진의 얼굴이 익숙한 반면 이름이 낯설게 느껴지는 시청자들도 있었을 것. 전작까지 도이성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던 그는 이번에 본명 인교진으로 다시 바꾸고 연기 활동의 재도약으로 삼았다.

"도이성이라는 이름이 무협소설 등장인물 같죠. '선덕여왕' 같은 사극을 할 땐 잘 어울렸는데. 하하. 그런데 어쩐지 제 이름 같지가 않았달까요. '이성씨' 하면 대답은 하지만 매치가 잘 안 되는 기분이었어요. 최근 소속사를 옮기면서 자신을 다시 찾자 해서 본명으로 활동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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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인교진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고등학교 때 막연하게 연기자를 꿈꿨던 인교진. 대학교 시절 전혀 다른 전공을 택했지만 가슴 한 구석의 열정은 그를 탤런트 공채 시험으로 이끌었다. SBS에서 탈락 후 2000년 MBC에 재도전을 해 합격, '전원일기' 날라리 대학생 역할을 시작으로 어느새 여기까지 달려왔다.

"그때 15명 정도 동기들이 있었는데 다들 지금은 쉬거나 활동을 하지 않게 됐어요. 합격 하고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는데, 현실이 쉽지 않구나 생각했죠. 생계라던가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고, 그만 둬야할지 수 백 번 생각했어요. 그런 생각 속에 11년이나 연기를 해왔죠. 큰 포부나 꿈을 가지고 달려온 건 아니죠. 전 스스로를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라고 채찍질 하고 싶어요. 남들에겐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저는 그렇게 계속 해 왔고,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한다면 계속 연기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인교진은 처음에는 자신도 잘 나가는 스타를 꿈꿨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꿈과 롤 모델이 조금씩 바뀌더라"고. 그는 "30대가 넘어서는 조금씩 잘 자리를 잡아가는 연기자, 40대가 되면 가정이 있음에도 사랑받는 그런 분들을 모토로 하게 되겠죠"라고 담담하게 자신의 미래를 그려나갔다.

"제 이름을 본명으로 바꾸고 첫 작품을 했는데 나름 만족 할 만 한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성룡이라는 역할을 하면서, 캐릭터 설정에 동화돼 연기를 하는 것에 노력을 많이 했어요. 사실 그 동안은 대사를 잘 해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제 캐릭터를 창의적으로 표현하고 연구하는데 재미를 느꼈어요. 이렇게 작품을 통해 배워나간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은 더 나아지는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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