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아일랜드·씨엔블루에 어떤 편견 있나요?"①

[K팝열풍 다크호스 기획사 주역 릴레이 인터뷰①FNC엔터테인먼트 한성호 대표]

박영웅 기자 / 입력 : 2012.04.03 14:17 / 조회 : 16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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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C엔터테인먼트 한성호 대표


K팝 열풍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 중이다. K팝의 주목받고 있는 데는 SM, YG, JYP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가요 3사의 힘이 컸다. 그렇다고 이들만 K팝 열풍 확산에 힘을 불어 넣고 있는 것은 아니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지 않았고 규모는 빅3 회사들보다 작지만, 알찬 기획과 탄탄한 실력으로 K팝 확장에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는 가요사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스타뉴스는 이른바 K팝 열풍의 다크호스 기획사로 불리는 이들 회사의 주역들을 만나, 성장 배경 및 향후 계획을 자세히 들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씨엔블루, FT아일랜드 등 인기 아이돌밴드를 탄생시킨 FNC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인 한성호 대표. 한 대표는 유명 작곡가이기도 하다.

"아이돌 록 밴드를 만든다고?"

처음엔 주위의 반대도 심했다. 밴드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인 데다가 댄스 가수들이 판치는 가요계에서는 아무도 엄두 못 낼 새로운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인디밴드 열풍은 거세게 불고 있지만, 현재 밴드 음악 시장의 사정은 그리 녹록치 않다.

FT아일랜드, 씨엔블루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이하 FNC)는 끊임없는 도전 끝에 치열한 아이돌 시장에서 자리를 구축했다. 아이돌과 뮤지션의 경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봤고, 이젠 해외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댄스 음악이 독식하는 K-팝 시장에서도 밴드 음악은 분명 눈에 띄는 행보다.

FNC가 그리는 K-팝의 새 그림은 어떨까. 현지화 전략은 필수다. 해외 현지 라이브 클럽을 충분히 돌며 언더그라운드부터 차근차근 무대 경험을 쌓고 메이저 시장에 데뷔하는 식이다.

"밴드 음악이라 해외 팬들이 더욱 친근하게 느낍니다. 단순히 K-팝 열풍에 편승하는 것이 아닌, 철저히 언더그라운드부터 여러 무대를 거치며 쌓은 기초 체력이 최우선이죠."

◆ 가수 출신 제작자.."밴드가 성공할까? 처음엔 모두 다 반대"

한성호 대표는 가수 출신 제작자다. 1990년대 조성모의 히트곡을 만든 작곡가 이경섭과 음악을 시작했던 그는 가수 활동을 통해 가요계의 쓴맛을 본 뒤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전향했다.

학창시절 밴드로 활동했던 그는 몇 년씩 춤 연습을 한 뒤 데뷔하는 아이돌 그룹들을 보며 '그 시간에 악기를 가르치면 밴드도 가능할 텐데'라고 떠올렸다. 그래서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가 시작됐다. 조용필의 '위대한 탄생' 선배들은 이렇게 격려했다. "아이돌 록 음악 한다고 기죽지 마라."

-작곡가로 활동하다 기획사를 직접 차리게 된 계기는?

▶ 처음엔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활동하다가 여러 가수에 곡을 주다 보니 한계에 부딪혔다. 물론 창작과 표현하는데 있어 내 목소리를 낼 수 없어서다. 제작자들이 원하는 음악적 기호에 맞추다 보니 내 음악적 의견이 개입될 틈이 없었다. 고등학교 때 스쿨밴드 활동을 한 것이 음악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는데 이후 밴드 음악 위주의 기획사를 차리는 시작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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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C엔터테인먼트 한성호 대표


-밴드음악을 선택한 이유는? 어떠한 가능성을 보았는가.

▶ 작곡가로 활동할 90년대 당시 발라드 내지는 댄스 음악이 활발하게 인기를 얻던 때였다. 이때 힙합 음악을 토대로 한 YG엔터테인먼트의 행보를 보며 밴드 음악의 가능성을 봤다. 일본 프로듀서들과 교류하면서부터 해외 록 시장에 대한 다양한 활동 반경도 경험했다. 어렸을 때부터 춤, 노래를 가르치는 것을 보며 악기를 연주하는 아이들을 발굴했다. 주위에서 모두들 말렸지만 자신감에서 시작한 일이 해를 거듭할 수록 성과를 거두는 것 같아 뿌듯하다. 특화된 아이돌 밴드 음악이 통했다고 본다.

◆ "아이돌 밴드? 밴드면 다 같은 밴드 아닌가요?"

일각에선 따가운 시선으로 아이돌 밴드를 대할 때도 있다. 신해철은 씨엔블루의 데뷔곡 '외톨이야'가 표절논란에 한창 휘말릴 당시 이들을 겨냥해 노골적인 표현으로 날카로운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곡을 스스로 작곡하는 데도 불구하고 꽃미남 밴드란 이유로 생겨나는 상처도 많았다.

하지만 한 대표는 "기존 가요계에 밴드 시장이 없기 때문에 처음엔 편견을 갖고 볼 것이고, 화살도 돌아오겠지만 하다 보면 좋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아이돌 록 밴드란 의미, 어떻게 생각하는가.

▶ FT아일랜드, 씨엔블루는 전 앨범을 리얼 레코딩한다. 물론 밴드로서 당연한 거다. 하지만 아이돌 록 밴드란 이미지에 무대에서도 실제로 연주하지 않는다는 등 괜한 오해도 불거졌었다. 분명 잘못된 시선이라 생각한다. 일본의 경우만 보더라도 록 밴드는 그냥 밴드다. 아이돌 이미지라고 실력이 없을 것이라고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없다. 결국 밴드 문화에 대한 잘못된 시선이라고 본다. 결국 록 음악이 시장성을 가지기 위해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의 등장이 분명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소속 가수들이 밴드 활동과 더불어 연기 활동도 한다.

▶일단 멤버들이 연기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그리고 스스로 큰 관심이 있다. 밴드 음악을 하는 이가 왜 연기를 하냐고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재능이 있다면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리고 밴드 시장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더 활발하게 활동해야 한다. 스타성을 겸비한 두 팀의 활동이 밴드 시장의 확대에 분명 어느 정도 큰 역할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타이틀곡을 외부에서 받는 이유는?

▶ 해외의 많은 밴드들도 외부에서 곡을 받곤 한다. 씨엔블루의 경우는 정용화가 타이틀곡을 제외한 모든 곡들을 작곡했다. 예전에도 그랬고, 일본 앨범도 전곡을 스스로 만들었다. 타이틀곡을 외부 작곡가가 썼다고 해서 밴드로서 자질을 의심당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리고 씨엔블루처럼 히트 작곡가의 곡을 받아 자신의 스타일로 소화할 수 있는 밴드 역시 많지는 않다고 본다. 멤버들의 색깔이 묻어나올 수 있도록 자작곡만을 담은 앨범이 차례로 발매될 계획이다.

-아이돌 록 밴드가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나

▶ 오디션 문화가 크게 달려졌다. 예전엔 오디션 참가자들이 노래와 춤을 주로 했지만 요즘엔 악기를 들고 찾아온다.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FNC는 자생적으로 음악성 있는 밴드를 키우는 것이 목표다. 밴드음악에 대한 관심이 조금은 커진 것 같아 뿌듯하다.

◆ "K-팝 열풍과 해외진출..기초체력부터 다져야"

씨엔블루는 데뷔와 동시에 음악 프로그램 1위를 거머쥐며 대형 신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다양한 무대 경험을 쌓기 위해 한국이 아닌, 일본의 언더그라운드 공연을 택했다. 이들은"충분한 무대 경험을 쌓은 뒤 데뷔해야 한다"는 한 대표의 고집 때문에 국내 데뷔를 1년 미루고 일본 인디즈 무대에 먼저 올랐다.

이처럼 한 대표는 해외진출에 있어 철칙이 있다. 현지의 문화를 몸소 느끼고 여러 언더그라운드 공연을 섭렵하며 팬들과의 만남, 그리고 각 나라의 분위기를 직접 체험하면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조만간 선보일 신인 보이밴드 역시 일본으로 먼저 보내 무대 경험을 쌓게 할 계획이다.

-FNC가 그리는 해외활동 계획은?

▶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는 하반기에 아시아 투어를 돌 예정이다. 영국과 프랑스에 가서 한국 록 음악을 알릴 기회도 있을 것 같다. 최근 미국 공연을 가진 뒤 확신이 들었다. K-팝의 대부분이 댄스 음악인 반면, 밴드 음악을 하는 두 팀에 해외 관계자들이 큰 관심을 갖는다. 밴드 음악이기 때문에 해외에 진입하기도 수월하다. 친근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아시아를 기반으로 점차 영역을 넓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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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C엔터테인먼트 한성호 대표


-댄스음악 홍수 속에서 밴드음악이 갖는 한류 돌파구는?

▶앞서 말했듯이 현지화 전략이다. K팝 열풍에 편승해서 곧바로 해외에 앨범을 발매하는 것은 위험하다. 해당 가수는 물론 K팝 이미지는 물론, 한류 전체 시장을 위협하는 일이다. 현지 시장성을 당연히 이해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밴드만의 강점이 있다. 밴드이기 때문에 해외 구석구석을 돌며 공연이 가능하다. 관객이 몇 명이 되었든 간에 현지 팬들과 소통하는 거다.

-K-팝 시장에서 FNC만의 강점은?

▶밴드라는 것이 자생적으로 생겨 오랜 시간 다듬어 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FT아일랜드나 씨엔블루는 분명 FNC란 회사를 통해 구성된 팀이지만, 더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타 밴드들 보다 성장속도가 빠르다고 자부한다. 다른 아이돌 관련 기획사가 춤, 노래에 특화된 트레이닝 시스템이 있다면 FNC에는 밴드 음악을 하기엔 최적의 환경이다. 대부분의 스태프가 음악 선생님들로 구성돼 있다.

분명 유튜브가 K-팝 열풍에 일조했다. 최근 미국에서 공연했을 때 백인 팬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을 보고 벅찬 감동을 느꼈다. 현지 관계자들은 이렇게 얘기했다. 젊은 밴드의 패기가 느껴지는 최고의 무대였다고. 나라마다 경계가 없는 밴드 음악이라 더 큰 가능성을 봤다.

-아시아가 아닌, 미주 유럽 등 나라에 대한 차별화된 전략이 있나.

▶다양한 해외 진출과 관련해서는 소속 가수와 회사가 함께 겪어야 할 것 같다.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의 성공 가능성은 친근함과 신선함에 있다. 록 음악에 대한 넓은 선호도에 K-팝이란 신선한 충격이 더해진 셈이다. 일본에서는 꽃미남 밴드란 스타성도 더해진 경우다. 어느 나라에서 활동을 하게 되든지 현지 라이브 클럽을 돌며 충분한 무대 경험을 쌓은 것이 최우선이다.

-K-팝의 수명이 향후 3-4년이란 얘기가 있다. 장기 생존 전략은?

▶전 세계에 부는 K-팝은 몇 년 안에 끝날 수도 있고 지속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드라마로 한류 붐이 일었을 때 다들 얼마 못 갈 거라 했지만 K-팝으로 관심이 옮겨졌다. 전 세계에 주목하는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티스트와 소속사의 한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지금의 K-팝 열풍에 편승해 눈앞의 돈벌이를 노린다면 금세 한류는 끝이 날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한류 콘텐츠가 쏟아져서도 안 된다. 씨엔블루가 일본 메이저 기획사의 러브콜을 받으면서도 인디 활동을 지속했던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당장 이익을 원했다면 그런 기획은 하지 않았다.

FNC는 FT아일랜드, 씨엔블루 외에도 신인 가수들을 준비 중이다. 일본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인 여성 솔로 가수 쥬니엘과 8인조 여성 그룹의 데뷔 준비에 한창이다. 많은 기획사들이 댄스음악을 위주로 한 K-팝 인기몰이에 나선 가운데 FNC의 행보는 분명 독특하다.

한 대표는 올해 밴드를 내세운 FNC의 색깔을 확고하게 다지는 해가 될 거라고 했다. 올 가을에는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대형 사옥으로 이전할 계획도 있다. 밴드 음악을 중심으로 한 엔터테인먼트로 영역을 확대하는 시기다.

"아무도 걷지 않겠다고 한 길을 선택한 만큼, 장점도 단점도 분명 있습니다. 아이돌 밴드란 태생에 겪어야할 오해도 많죠. 올해는 편견과 맞서 한발 더 도약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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