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휼' 조진웅 "피터지게 잘 했으면 된다" (인터뷰)

하유진 기자 / 입력 : 2012.01.14 07:00 / 조회 : 9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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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진웅ⓒ사진=이기범 기자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반포에 얽힌 미스터리를 퓨전사극으로 풀어낸 '뿌리깊은 나무'.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잡은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며 2011년 하반기를 뜨겁게 달궜다. 한석규, 장혁, 신세경 등 주연부터 윤제문 안석환 등 조연까지 완벽한 연기력으로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드는 데 공헌했다.


주연보다 더 큰 인기를 얻은 이도 있었다. 조선제일검이자 이도의 호위무사 역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무휼. 이도를 보좌하는 진중한 성품에 조선제일검이라는 카리스마까지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충분했다. 마지막까지 이도의 훈민정음 반포를 막으며 장렬한 죽음을 맞이했으니 유종의 미까지 거뒀다.

그런데 드라마 종영과 동시에 그의 모습을 만나기가 어려웠다.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도 볼 수가 없었다. 대신 스크린을 통해 야구선수 김용철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드라마에 이어 영화까지 연타석 홈런을 날린 조진웅을 지난 10일 오후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대구에서 영화 촬영을 끝내고 급하게 달려온 그는 무휼도 김용철도 아닌, 카리스마가 짙게 풍기는 영락없는 배우였다.

조진웅은 "무휼 역할 하면서 많이 배웠다"라며 "원래 성질이 급하고 예민한데, 여유로워졌고 삶이 신중해진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뿌리깊은 나무', '퍼펙트게임', '범죄와의 전쟁' 촬영이 같은 시기에 이뤄졌다던데, 역할에 혼선은 없었나.

▶ 어렸을 때부터 워낙 다작하는 스타일이라 혼선은 없었다. 더 잘 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어차피 작품 들어가기 전에 서브텍스트를 확고히 싣고 가는 편이라 어떤 현장을 가도 상관은 없다. 충분히 시간이 있기 때문에. 되레 조금 더 고민했었어야 되나 하는 생각은 든다.

-'뿌리깊은 나무' 결말에 대해 만족하나.

▶ 훈민정음을 반포했으니 만족한다. 송구한 마음이 계속 들었다. 마지막에 죽기 전에 감독님에게 죽는 놈이 대사가 너무 많다고 '송구하옵니다' 한 마디만 있으면 어떻겠냐고 했었다. 못 지켜서 창피하고 그 신 처음부터 끝까지 이도에게 정말 송구했다.

-한석규와의 완벽한 호흡 덕분인가. 베스트커플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 한 선배님이 많이 (지도)해주셔서 감사하고 고마웠다. '퍼펙트게임'이 고전하고 있을 때라 무대인사 때문에 연기대상에 가지도 못 했다. 죄송했는데 선배님은 오셨다더라. 한석규 선배님이 전화 와서 "진웅아, 왜 안 왔냐"하시며 "내 3보 곁을 지키라 하지 않았냐" 하시더라. 그래서 죄송하다고 했더니 "네가 생각나더라"라고 하시더라. 정말 감사하고 죄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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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진웅ⓒ사진=이기범 기자


-연기와 인기를 다 거뒀는데 무관이었다. 아쉽지 않았나.

▶ 내가 탈 게 아니더라. 인간적으로 상 생각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좋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연연하지 않았다.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그랬다. '정말 존경하는 선배님과 같이 작업하는 네가 부럽다'는 문자가 많이 왔는데, 그게 상보다 더 컸다. 윤제문, 한석규 선배님 상 받으셨고 혼자 뒤에서 잘 버텼다. 느낌이 좀 있었다. 어떤 상에 버금갈 수 없는 느낌이었다.

-시청자들이 한석규의 연기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직접 옆에서 볼 때는 어땠나.

▶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서 많이 배웠다. 힘을 주시는 것 같다. '진웅아 참 좋더라'라고 칭찬도 해주시고 많이 배려해주셨다. 연기가 맘에 들지 않아 다시 찍고 싶다고 말하면 제작진에게 직접 얘기해주셨다. 드라마에선 거의 없는 일인데 그만큼 많이 배려해주신 거다.

-실제로는 장혁과 동갑인데 극중에선 한석규보다도 위였다.

▶ 분장 콘셉트를 잡는데 감독님이 극중 역할이 너무 늙은 것 같다고 하시더라. 설정상 그렇다 하더라도 관객에게 이도의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설정과 괴리감이 생긴다 하더라도 파워풀하게 가려 했다. 그래서 3부에는 수염도 하얀데 갈수록 까매진다.

-장혁과 평소에서 친하다던데. 어떤 배우인가.

▶ 혁이도 고생 많이 했다. '추노' 때 처음 봤는데 살면서 그렇게 진중한 놈은 처음 봤다. 진지하고 액티브하고 에너지가 강하다. 무엇보다 진정성이 최고인 것 같다. 항상 집중하는 게 있어서 현장에서 놀라웠다. '다 뱉고 죽을래'라고 하길래 '이미 충분히 뱉었다'라고 했다.

-초반 송중기와의 호흡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겼다.

▶ 사실 연기자로서의 그런 게 어떨까 싶었는데, 가장 주안점을 둬야 될 포인트를 잘 잡은 것 같다. 송중기가 보여줘야 하는 이도는 이도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갖는 트라우마의 근원점인데 그 포인트를 잘 살리지 않았나 싶다. 그 뒤에 한 선배님이 왔을 때도 트라우마 여전히 남아있는데 그 바통을 너무 자연스럽게 넘겨줬다. 후배고 나이도 저보다 어리긴 하지만 분석력을 높이 봤다.

-지금도 무휼 말투 쓴다던데, 이제 역할에서 완전히 벗어났나.

▶ 완전히 벗어났다. 작품이 끝나면 버리는 작업이 제일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작업에서 골탕 먹을 수도 있다. 처음에는 '뿌리깊은 나무'하다가 영화 '완전한사랑' 리딩하러 갔는데 혼자 사극을 하고 있더라. 화장하고 지우는 것, 출발하고 서는 것 등 뭐든 버리는 작업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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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진웅ⓒ사진=이기범 기자


-조진웅에게 '뿌리깊은 나무'는 어떤 작품이었나. 많은 작품 중 하나였나.

▶ 많은 것 중 하나이겠거니 생각하는데, 팬도 생겼고 관심을 받는다는 의미에 대해 생각할 계기도 됐다.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에 조금은 진중한 면을 가지게 된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고.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뭔가. 언제 하고 싶다고 느끼나.

▶ 지금 시기에 꼭 해 볼만 한 이야기다 싶은 것. '완전한 사랑'도 마찬가지다. 현실적으론 말도 안 되는데 영화니까 의심을 갖고 들어간다. 그러다보면 서서히 빠져들게 되더라.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는 작품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나도 성장해 간다. 세상이 좋아질 수도 있는 게 배우들의 몫 아닌가 싶다.

-주로 강한 역할을 많이 한 것 같다. 어떤 역할에 매력을 느끼나.

▶ 제가 지향하는 부분하고 맞닿아있는 역할을 원하는 것 같다. 원체 휴머니즘이 없는 인간이라 휴머니즘을 지향한다. 예전에 2003년인가, 대구에서 연극할 때 대구 참사가 난 적이 있었다. '아우어 타운'(Our town)이라고 주제는 삶은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거였는데 대구 참사가 나서 많이 울었다.

-시청률이나 흥행에 신경을 쓰는 편인가.

▶ 연연하진 않지만 신경은 쓴다. 한석규 선배님은 드라마 오랜만에 하시다 보니 부담감이 있으신 것 같았다. 덕분에 나도 말도 안 되게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2회에 18% 나와서 한 선배님이 "이 정도면 면이 선 거냐"라고 하시더라. 열심히 하고 더 보좌를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연연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우리의 몫이 아니니까. 잘 나오면 다행이고 감사하지만 안 되면 다음에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답은 그거다. 할 때 잘 하는 것. 피터지게 잘 했으면 되는 거다.

-연기에 어떤 부분에서 희열을 느끼나.

▶ 모든 스태프와 배우가 '오~'하면서 박수칠 때가 있다. 공간이 몸속으로 쭉 들어올 때가 있다. 참 기분이 좋다. 그런데 매번 행복할 순 없지 않나. 즐거운 것보다 잃을 때가 더 많다. 컨트롤을 잘 해야 되는 것 같다. 일상에서 기복을 많이 없애려고 무던하게 한다.

-벌써 37이다. 결혼 생각은 없나.

▶ 6년 정도 만난 연인이 있다. 6살 연한데 처음에 고등학생과 대학생으로 만났다가 성인이 되고 나서 연인으로 발전했다. 잘 만나지 못 하는데 는데 부모님 잘 챙겨준다.

-스스로 어떤 색깔을 가진 배우라고 생각하는가.

▶ 진짜 색깔이 없는 것 같다. 그건 관객이 만들어주는 거다. 나는 되도록 색깔을 없애는 데 주력한다. 예전에 문소리 선배님이 다큐 프로그램에서 "백지이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해야 되고 맞는 것 같다. 백지라면 흰색이 존재하는 건데 아예 없는 색이었으면 한다. 더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살아온 성령이 어느 순간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그 색깔이 깊이 있게 조망되는 건 어디까지나 관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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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진웅ⓒ사진=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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