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심장부에 스시 대신 '상추쌈'

[창간기획: K-컬쳐, 세계를 흔든다ⓛ-4]

파리=김건우 기자 / 입력 : 2011.06.17 08:30 / 조회 : 20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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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코리아의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아시아의 '한류'로 출발한 한국의 문화콘텐츠는 이제 중동, 아프리카, 미국, 유럽 세계 구석구석에서 국경,인종,종교를 초월하는 'K-컬처'로 씨뿌려지고 있다. 머니투데이 엔터산업팀이 K-컬처 '퀀텀 점프'의 현장을 찾아간다.

신바로크 양식(Neo-baroque)을 대표하는 프랑스 파리 심장부의 오페라(Opera)극장.

역 주변에는 일본인 거리라는 별칭답게 일본 음식점이 즐비하다. 하지만 6년 전부터 한국 음식점이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귀빈' '항아리' 같은 한국 음식점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ACE마트, K마트 등 한국 식료품점 가게들도 성업중이다.

K-컬처열풍은 이곳을 '한국인의 거리'로 변화시키고 있다. 프랑스에서 한류 확산을 체감하고 있는 많은 교민들은 "한류 덕분에 매출이 늘어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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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혜경(45)씨는 남편과 함께 한국 식료품점 ACE마트 3곳과 음식점 ACE 구르메 등을 운영 중이다. 6월 말에 새로운 지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진 씨는 1997년 처음 식료품점을 시작한 뒤 K-컬처가 퍼지기 시작한 6년 전부터 영역을 확대했다.

진 씨는 "6~7년 전부터 한국 음식이 붐을 일으키기 시작해 지금은 파리에 한국 음식점이 100개가 넘는다"며 "처음에는 한국 사람이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지금의 손님의 70%가 프랑스인"이라고 말했다.

한국음식은 K-컬처 열풍과 함께 가장 매력적인 '콘텐츠'로 급부상하고 있다. 프랑스인들에게 웰빙 바람이 불면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불고기나 김치 등 한국 음식을 맛 보면 다시 찾게 되는 매력도 있다. 밋밋한 프랑스 음식과 달리 매운 맛도 인기 요인이다.

진 씨는 프랑스인들이 다른 나라보다 문화에 개방적이고, 가족이 함께 앉아 음식을 나눠먹는 한국의 문화가 신선하게 다가갔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 중국 음식점들의 비위생적인 조리 방법이 문제가 된 점도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그는 "프랑스 사람들은 전식, 본식, 후식 등을 차례로 먹는 수직적인 식사를 하지만 한국 문화는 한 상에 모두 차려놓고 먹는 수평적인 식사라는 점이 신선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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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E 구르메의 한국음식들


ACE 구르메의 주력 메뉴는 한국식 '도시락'이다. 8유로를 내면 불고기, 제육볶음, 오징어볶음 등을 선택할 수 있고 반찬도 다섯 가지와 과일 디저트도 준다.

점심에만 매일 200개가 넘게 나갈 정도로 잘 팔린다. 프랑스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비빔밥과 잡채이다. 프랑스인들은 여러 가지 야채를 조리해 순식간에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는 점을 신기해한다고 한다.

최근 K-컬처 확산으로 다양한 음식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 과거에는 불고기, 떡볶이 등 한국의 대표적 음식을 좋아했지만 깻잎 김치 등 새로운 음식을 찾는 프랑스인들이 부쩍 늘었다.

진 씨는 "과거 식료품점에서 프랑스 사람들은 김치, 라면, 김 등을 주로 찾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음식의 이름을 적어와 물어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복을 입고 한국 음식을 전파하는 음식점도 있다. 5년 전에 문을 연 '귀빈'은 종업원들이 한복을 입고 손님들을 맞이한다. 한국의 전통 한정식집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도 손님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불고기와 떡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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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의 한식당 귀빈


'귀빈'의 윤덕희(30)씨는 "프랑스인들이 고기를 상추 등에 싸먹는 문화를 신기해 했다"며 "한복을 입고 고기를 직접 구워주는 문화에 감동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K팝의 인기와 함께 청소년 손님들도 증가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주로 가격이 저렴한 점심시간에 식당을 찾는다. 주말에는 커플이 함께 식당을 찾아 데이트도 즐긴다. 한국 드라마 속의 음식을 직접 먹고 싶어 식당을 찾는 손님이 늘어났다고 윤 씨는 전했다.

한국 식당이 늘어나면서 주변 상권에도 변화가 생겼다.

오페라역 근처의 어학원 AAA는 올해 한국어 강좌를 증설했다. 작년에는 15명 2개 반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5개 반까지 늘어났다. 어학원 입구에는 올해 '한국 문화 알기' 행사를 했던 사진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AAA 관계자는 "지난해 일주일에 한 번 씩 초보 강좌를 개설했는데 수요가 늘어나면서 고급반을 개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한국 서적이나 음반을 살 수 있는 전문 상점은 찾아보기 힘들다. 현지 교민들은 K팝을 시작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상점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1~2년 전부터 식료품점과 음식점을 찾는 현지인들이 급증하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한 교민은 "오페라역 부근은 상권이 가장 활발한 곳으로 임대료도 매우 높은 편"이라며 "이곳이 한국인의 거리로 조금씩 바뀌는 점이 K-컬처의 인기를 실감케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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