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지금 가장 '저질' 음악을 듣습니다"

韓엔터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김창환 작곡가 KMP 미디어라인 대표이사

김동하 기자 / 입력 : 2011.03.24 16:49 / 조회 : 16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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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음악·영화·드라마·뮤지컬·게임…' 엔터테인먼트는 우리 삶에 점점 깊숙이 침투하고, 한류열풍은 전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하지만 '산업'으로서의 엔터는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기업과 돈, 스타의 운명적 만남. 그 궁금증을 머니투데이 엔터산업팀이 하나둘 풀어본다.

"여러분은 지금 가장 값싼 '저질'음악을 듣고 계십니다. 팔다리 잘리고 몸통만 있는 음악만이 유통되고 있는 거죠"

KMP대표를 맡고 있는 김창환 미디어라인대표. 김건모 신승훈 박미경 클론 이효리 등 한국최고 스타들의 곡을 작곡하고 발굴한 '히트메이커'가 1년전 후배 음악제작자들을 모았다. 한국의 '비정상적' 음악유통구조를 개선해보자는 취지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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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가 지휘봉을 잡은 KMP는 미디어라인, {에스엠}, YG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피엔터}테인먼트, 스타제국, 캔엔터테인먼트, 뮤직팩토리 등 7개사 합자해 설립한 합작법인, 1년간의 담금질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김 대표는 현재 한국 음악시장의 잘못된 유통구조로 인해 대중들은 '팔다리 다 잘리고 몸통만 남은', '저질(低質)'음악만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LP레이블이 가진 아날로그 음악의 '따뜻함'은 사라진 지 오래죠. LP에서 CD로, CD에서 MP3로 음악을 잘라내면서 '고급음악'의 깊은 소리를 듣고 싶은 대중의 권리는 박탈당했습니다"

음악을 듣는 '미디어'중 가장 용량이 크고 소리가 깊은 건 LP다. CD는 LP의 초고음과 초저음을 잘라내 버렸고, MP3는 CD음악에서도 사람이 잘 듣지 못하는 부분을 자르고 압축했다.

실제 MP3는 CD음질을 반영하는 WAV파일 크기의 10분의 1수준이다. {SK컴즈}의 싸이월드 배경음악 같은 경우 MP3보다도 용량이 3분의 수준으로 훨씬 작다.

김 대표는 현재 이동통신사의 계열사들이 장악한 온라인 음악유통시장의 '비정상적'구조가 대중의 '선택의 폭'을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이동통신사 계열 서비스사들이 복합형 상품으로 MP3만을 서비스하면서, '고급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수요는 충족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실제 중장년층은 듣고 싶은 음악을 찾을 수도, 원한다고 살 수도, 바깥에 나가 듣기도 쉽지 않다.

현재 음원유통시장은 {SK텔레콤}의 자회사 {로엔}이 운영하는 멜론, {KT뮤직}이 운영하는 도시락, {네오위즈인터넷}의 벅스뮤직, {CJ E&M}계열 엠넷뮤직이 과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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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또 현재 유통구조는 음악을 소비하는 대중들 뿐 아니라 음악을 공급하는 제작자들의 열정도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비스업체들이 월당 5000원~1만원 전후의 돈을 내고 무제한으로 서비스하는 '복합형 상품'으로 음악가격은 '헐값'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 그나마도 로엔과 엠넷 등이 수익의 70%를 가져가면서 제작사로 들어오는 돈은 스트리밍 1곡당 약 1.2원정도에 불과하다. 스트리밍과 다운로드가 복합형으로 깔리면서 곡당 평균 6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개별 곡을 다운로드해 듣는 시장은 거의 사라지고 있고, 그나마 SK컴즈의 싸이월드가 개별곡당 제작사에 돈을 지불하면서 상대적으로 후한 가격을 매겨주고 있다. 애플 아이튠즈의 경우 곡당 1달러. 우리 돈으로 1500원 전후이며 이중 70%인 1000원 정도를 제작사가 가져간다.

"수년간 심혈을 기울인 음악도 1.2원, 몇시간만에 기계로 만든 음악도 1.2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뮤지션들이 '고급'음악을 열정적으로 만들어 시장에서 가격을 평가받아야 한국 음악도 발전할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현재 유통구조는 '시장논리에도 어긋난다'며 음악을 제작하는 '공급자'들이 가격결정에 참여하는 길이 열려야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만든 음악의 가격을 판매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납품하기 위해 판매자 눈치를 봐야하는 원가개념도 없는 시장이 돼 버렸다는 설명이다.

한국 음악계의 이 같은 현실 때문에 여러 음악제작사들이나 기획사에서 KMP에 거는 기대는 크다. 당장 {에스엠}, {제이와이피엔터}테인먼트, YG 등 엔터업계 메이저 업체들이 집단행동을 할 경우 멜론과 벅스 현재 서비스업체에는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그러나 현재 서비스업체들과 '대항'하기 위한 시도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선적으로 WAV와 같이 고음질의 음악,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서비스업체들과 협력해 나가는 데 1차적 목표를 두고 있다.

"한국은 불법다운로드로 음악이 유통되기 시작했는데, 유료화가 정착된 것 만해도 다행스런 일이죠. '고급' 음악의 따뜻함, 그 웅장함을 듣기 위해 소비하는 것. 바로 소비자의 권리를 찾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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