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 "'발리'로 연기 알았고 '미사'로 좋아졌다"(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0.06.28 16:05 / 조회 : 1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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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소지섭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이명근 기자 qwe123@


배우 소지섭(33)에게선 '사내 냄새'가 물씬 난다. 쌍꺼풀 없는 긴 눈, 굵은 얼굴선과 다부진 몸 탓만은 아닐 것이다.


'발리에서 생긴 일'(2004)의 강인혁,,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의 차무혁, '영화는 영화다'(2008)의 이강패, '카인과 아벨'(2009)의 이초인…. 상처입은 남자, 그 가운데서도 순정을 간직한 남자의 모습을 그려온 그의 필모그래피는 그의 '사내 냄새'를 신뢰하게 만든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MBC 수목 특별기획 드라마 '로드 넘버 원'(극본 한지훈·연출 이장수 김진민)에서 소지섭은 자신의 고유한 향취를 그대로 이어간다. 그가 맡은 이장우는 평생의 사랑이라 믿었던 여인을 두고 사지로 떠난 남자, 그것도 두 번이나 다시 사지로 떠난 남자다.

소지섭은 바로 옆에서 폭발물이 터지는 위험천만한 촬영 현장을 오가며 열정과 순정으로 그 남자를 그려냈다. 방송도 하기 전 이미 촬영이 끝났건만 아직 소지섭은 그 남자 이장우를 떠나보내지 못했다. 아직도 사복이 어색한 그다. 다만 소지섭은 "그런 처절한 사랑을 해보고 싶다"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시청률이 기대보다는 덜 나왔는데.


▶저는 괜찮다. 믿고 있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애정 때문인지 걱정이 안 된다.

-첫 방송은 누구와 봤나. 주변 반응은?

▶집에서 혼자 봤다. 원래 드라마 첫 방송은 집에서 혼자 본다. 객관성 있게 봐야 되는데 그게 안 되더라. 주관적으로 되고. 찍은 상황이랑 장면이 너무 와 닿으니까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슬펐다. 측근들은 다 재미있다고 한다. 그 외에 가장 첫 반응은 '진짜 고생했구나', '괜찮니?' 하는 것들이다.

-본인은?

▶내 눈이 그렇게 큰지 몰랐다. 살까지 빠져서 더 그런 것 같다. 이장수 감독님이 그런 걸 좋아하신다. 살이 빠져서 더 그런가? 그땐 3kg 정도 빠졌다. 지금은 2kg 정도 회복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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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소지섭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이명근 기자 qwe123@


-시청자 게시판은 봤는지. 평가가 좀 엇갈린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 등과 비교하기도 하고.

▶봤다. 가슴이 아프다. 100억 드라마와 1000억 드라마가 같을 수는 없고. 저희는 벌어진 판에서 최대한을 살려 찍었다. 하지만 저희가 현저히 떨어진다고는 생각을 안 한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눈이 높아져서 그런 것일 거다.

저희가 봤을 땐 호흡이 괜찮았는데, 조금 빨라졌나보다. 요즘 작품들이 호흡이 워낙 빨라서 이해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 더 빨랐는지. 저희는 전쟁만을 그린 작품이 아니라 멜로와 다른 여러 것들이 함께 담겨있다. 그냥 '전쟁물'이라는 생각을 하신 분들이 많았나 보더라.

-앞으로 주목할 포인트가 있을까?

▶포인트보다는, 처음부터 봐야 이야기되는 부분들도 있어서. 이 드라마에서 하나를 집어 말하라는 건 가혹한 것 같다. 단순히 1회 나가는 걸로 판단하는 게 가슴이 아프더라.

-100% 사전제작이라 촬영이 모두 끝났는데. 실감이 나나?

▶전혀요. 방송이 다 끝나야 끝났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아직 끝났다는 생각을 안 한다. 아직 이장우 같다. 출동하면 바로 뛰어나갈 것 같고.(웃음)

-군복 말고 사복을 입는 건?

▶조금 어색하긴 하다. 한 6개월간 군복만 입다 보니 옷을 고를 때 뭘 입어야 할지 모르겠다. 별명이 '간지남'이라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웃음)

-'소간지'라는 별명이 이젠 좀 자연스럽겠다.

▶이젠 익숙하다. 그래도 민망할 때가 많죠. '소간지'라는 말을 계속 써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들고. 원래 '간지'가 일본말인데다, 느낌이란 뜻인데 '소 느낌' 이거 이상하지 않나.(웃음) 기분은 좋다. 감사할 뿐이다.

-이번 작품에 직접 1억원 가까이 제작지원을 했다는데.

▶정확한 금액을 말씀드릴 순 없고, 좀 다른 게 있다. 한 작품에 들어갔다 빠지는 게 아니라 그 일부분이 되고 싶은 느낌이라서. 몇 번 그러다보니 그게 좋더라. 빠져 나오면 다른 작품이 되는 게 아니라 내 몸의 일부분이 되는 것 같다.

◆"'발리'로 연기를 알았고 '미사'로 좋아하게 됐다"

-사전제작 드라마를 찍어 보니 어떤가.

▶촬영 여건은 비슷한데 느낌이 다르다. 이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연기하는 것과 모르고 연기하는 차이가 크다. 쪽대본 받아 촬영하다 보면 그게 연기인지, 순발력인지, 기교인지 저도 헷갈릴 때가 있다. 진실되게 연기해야 하는 데 가끔씩은 그럴 때가 생긴다.

-대표작이 어두운 캐릭터가 많았는데 특히 좋아하는지.

▶직접 고르긴 하지만 선호하지는 않는다. 잘 된 드라마들 중에 어두운 작품이 많다보니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하시는데, 예전에는 시트콤이나 망가진 역할도 많이 했다. 앞으로도 해보고 싶다. 아직은 몸을 움직이고 활동력이 많은 게 좋을 뿐이다. 코미디 장르를 좋아하기도 한다. 코미디가 재미있는 것 같다. 다음에 드라마를 찍게 되면 가볍고 재미있는 걸 하려고 생각중이다.

-그럼 남자다운 역할에 끌리나?

▶그런 것 같기는 하다. 그렇다고 코미디를 안 하는 건 아닌데. 영화라면 좀 더 캐릭터가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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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소지섭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이명근 기자 qwe123@


-지금껏 찍은 작품들 중에 기억나는 작품이 있다면?

▶'발리에서 생긴 일' 때 연기를 조금 알게 된 것 같고, '미안하다, 사랑한다' 때 좋아하게 된 것 같고, 그리고 이제 어떻게 해야 될지를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아직 다는 모르고. 작품을 찍고 나면 너무 힘들다.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카인과 아벨' 때는 내 연기가 바닥이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그 작품을 3년을 했는데, 더 이상 끄집어낼 게 없어서였다.

-'로드 넘버 원'은 그런 자신에게 새로운 자극이 됐겠다.

▶새로운 시각으로 연기를 볼 수 있는 눈이 열린 것 같아서 좋았다. 그 사이 땅과 정면을 보고 연기했다면 이제 '아 하늘도 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달까. 김진민 감독이 '연기가 바스트에 갇혀있지 말고 온 몸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점점 알게 됐다. 드라마는 화면을 타이트하게 잡으니까 얼굴로만 연기하려 할 때가 많다. 몸으로 표현을 하려니 굉장히 힘들었지만, 이런 방법이 있다는 걸 느꼈다.

작품 역시 제가 보지 못한 시각으로 보게 돼서 기분이 좋다. 이런 방법이 있고, 이렇게 비춰질 수도 있다는 걸 이번에 많이 느꼈다.

-극중 장우의 감정이 격해진 부분이 많다. 왜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나.

▶종합적으로 생각한다. '왜' 라고 생각하면 연기를 못한다. 믿고 따라가야지. '왜', '왜' 이렇게 고민하면 고민한다는 게 보인다. 맞다고 생각하면 그냥 따라간다. 사람 좋아하는 데 이유가 있나? 그런 식이다.

-극중 장우에게 제일 중요한 건 역시 연인 수연(김하늘 분)인가?

▶수연이를 한 여자로 생각할 수도 있고, 어머니라 생각할 수도 있고. 단순히 한 여자를 사랑한 거라면 그렇게 하기가 힘들 거다. 역시 종합적인 것 같다. 그렇게 처절한 사랑을 해봐야 하는데.

-그런 극한 사랑이 소지섭에게도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전쟁만 아니면 할 것 같다.(웃음) 이제는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다. 단순히 나만 좋아서는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고. 내 의지보다 조건이 많이 붙는 것도 같고. 좋은 사람 만나고 싶다.

-지난해에는 한지민씨와 열애설도 났는데.

▶그것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열애설도 아니고 결혼설까지 터져서, 아무 사이도 아닌데 참 뭐라 말하기가 애매했다. 오히려 그 친구에게 미안하더라. 여자배우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지 않나.

-이상형이 있다면?

▶그게 매일 바뀌지 않나. 지금은 좀, 편안하고 이해심이 많았으면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고, 또 워낙 바쁘다 보니까. 사랑을 몇 번 해봤지만,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보는 게 고작이라 미안한 부분이 컸다. 있다가도 작품에 들어갈 때가 되면 해어지고 그랬다. 잘 해주지 못할 바엔 아예 안 만나는 편이기도 하고.

사실 요즘엔 사랑보다 일이다. 그 영향도 크다. 사무실을 만든 지도 얼마 안 됐고. 그럴 때 참 마음이 아프다. 일이냐 사랑이냐를 고민해야 할 때.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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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소지섭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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