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빛낸 ★]①김종도 "나무엑터스란 이름, 문근영이 지어"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0.03.01 12:43 / 조회 : 68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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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tjdrbs23@


시작은 한 매니저의 넋두리 때문이었다. 10년차가 넘은 그는 "결혼할 때 장인어른에게 직업이 매니저라고 떳떳이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자연 사건이 사회를 흔들었다. 드라마 '온에어'가 방송됐다. 매니저는 대한민국 연예산업을 책임지지만 여전히 오해와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

스타뉴스는 3월7일 고 장자연 1주기를 맞아 연예산업을 이끄는 매니저들을 릴레이 인터뷰했다. 연예인을 꿈꾸든, 연예산업 종사자를 꿈꾸든,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는 새겨들을 만하다.

김종도 나무엑터스 대표(44)). 험상궂게 생겼다. 김 대표와 10년을 함께 한 김주혁도 "처음 봤을 땐 사기꾼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뚝배기보단 장맛이다.

지금 나무엑터스에는 문근영 신세경 김주혁 김지수 지성 한혜진 김소연 송지효 김효진 김혜나 유준상 홍은희 전혜빈 등이 소속돼 있다. 로보트태권브이와 마를린 먼로, 비틀스 초상권도 대행한다.


스타보단 배우라 불리는 사람들이 더 많다. 어정쩡한, 혹은 배우가 되고 싶은 연예인들이, 이곳에서 거듭나곤 한다. 그래서 나무엑터스는 재활공장으로도 불린다.

-매니저를 어떻게 시작했나.

▶동아대 금속공학과를 다녔는데 졸업 즈음인 1992년 도서관 앞에 붙은 MTM 구인광고를 보고 보조출연자 반장으로 시작했다. 캐스팅 디렉터도 했고. '마지막 승부' 때 이상아 친구 역으로 심은하를 추천하기도 했다.

그곳은 얼마 안다녔다. 연기자 매니저로서는 1세대였던 고 배병수씨를 우연히 본 뒤 매니저에 대한 꿈을 품기 시작했다.

김희선 권오중 등이 소속됐던 칠월기획에서 이창훈 로드매니저로 시작했다. 당시 월급은 10만원이 채 안됐다. 얼마 있다가 김종학 프로덕션에 들어갔다 다른 작은 회사에 다니기도 했다. 혼자 회사를 차렸다가 말아먹고 아이스타즈에 들어갔다가 2004년 나무엑터스를 차렸다.

-현재 일하는 배우 중 김주혁과 인연이 가장 오래 된 것 같은데.

▶10년이 넘었다. 내가 차도 없었을 때였다. 영동호텔 커피숍에서 처음 만났다. 내 외모가 좀 그렇잖나. 주혁이가 처음에는 사기꾼이라고 생각했단다. 그 때 계약하자고 했으면 일을 못했을 것이다. 같이 일하고 괜찮으면 함께 하자고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다른 배우는.

▶아이스타즈에서 김민정과 권상우를 만났다. 김민정은 어린 시절부터 봤고, 권상우는 '말죽거리잔혹사'까지 일을 같이 했다. 문근영도 아이스타즈 시절에 만났다. '가을동화' 막 끝날 무렵이었고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아이스타즈가 부도나고 나무엑터스를 창립했다. 당시 창립멤버는.

▶이은주가 있었고 문근영, 김주혁, 김민정, 도지원, 김혜성, 신세경 등 9명으로 시작했다. 나무엑터스란 이름은 문근영이 지었다. 깊은 뿌리를 내고 커다란 그늘을 만들어 그늘에서 쉴 수 있고, 또 열매를 맺자고 했다. 우리 회사 이념이 됐다.

-매니저란 직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박봉에 밤낮이 없다. 희생안하면 못하는 직업이다. 책임감도 커야 하고. 대신 나도 커간다는 느낌, 성취감과 희열이 있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있는데 이 일에 한 방은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자기 배우가 스타가 되는 일은 없다. 그리고 매니저가 자신이 키운 배우와 혼동해서도 안된다. 물론 배우도 혼자서는 안되지만.

-매니저에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가.

▶디테일이다. 제품은 고장 나면 고칠 수 있지만 배우는 사람이다. 뒤에 고칠 수는 없다. 촬영장에서 머리카락 떨어지는 것까지 챙겨야 한다.

-그런 생각은 이은주 때문인가.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더 깊게 생각하게 된 것은 맞다. 신인 때부터 같이 했던 배우니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우울증도 앓았다. 매니저는 프로모션도 중요하지만 내면까지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 관리라기 보단 신뢰라는 표현이 더 맞겠지만.

-2~3년 전 우회상장 열풍이 한창이었을 때 참여하지 않았는데.

▶뻥튀기 같단 생각도 들고, 배우를 이용하는 것 같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매니저 사업만으론 수입구조가 어려운 게 현실인데. 우회상장을 했다면 드라마 제작 같은 부가사업을 하는 데 더 쉬울 수도 있었을 텐데.

▶나무엑터스가 미국의 윌리엄 모리슨처럼 100년을 이어 가려면 중심은 매니지먼트여야 한다. 부가사업은 중심에서 파생되는 것이고.

-나무엑터스는 재활공장으로 불린다. 위기나 권태기에 빠진 연기자들이 이곳에서 되살아나는 경우가 많은데.

▶배우들을 보고 돈을 쫓지 않고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한다. 보통 연기자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배우가 되는 것이다. 그걸 들어줘야 하는 게 매니저라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면 이익도 생긴다. 문근영이 '어린신부'를 할 때 터진다고 생각해서 한 게 아니었다. 김소연이 '아이리스'를 한 것도, 신세경이 '지붕킥'을 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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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tjdrbs23@


-매니지먼트 산업이 한창 어려워졌는데.

▶영화 시장이 어려워졌다. 거품이 일던 시대가 지났고. 수익구조 다변화는 우리의 숙제다. 해외 비지니스도 모색 중이고. 하지만 한류 열풍을 로또처럼 이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연예인을 시켜준다고 사기치는 매니저도 있고, 오해도 많다. 장자연 사건도 있었고.

▶악덕은 일부다. 천직이라 생각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드라마 '온에어'에서 이범수가 연기했던 매니저 모습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매니저란 직업은 3D다. 힘들고 더럽고 고되다. 그래서 책임감과 인내심, 희생정신이 필요하고.

-드라마와 영화에서 매니저들이 접대하는 모습이 왕왕 소개되는데. 성상납이나 스폰서 이야기도 떠돌고.

▶사람을 깍듯하게 대하는 것은 예의다. 결코 비굴한 게 아니다. 난 지금까지 돈을 요구한 사람도 못 봤다. 또 성상납이나 스폰서 이야기로 업계가 더럽혀지는데 정말로 화가 난다. 힘들게 현장 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다시 말하지만 악덕은 일부다.

-오래 매니저를 하다 보니 언론과 악플 등으로 힘도 들었을텐데.

▶펜이 칼보다 강하다고 하지 않나. 책임감 있게 써줬으면 한다. 보복성 기사는 너무한 것 같고. 악플은 장난으로 던진 돌이 개구리를 죽인다는 것을 좀 알아줬으면 한다. 연예인은 관심이 대상이 되는 특정직업군일 뿐 똑같은 사람들이다.

-연예인들이 사건 사고에 휘말리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배우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직업인 만큼 대중이 싫어하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태안 기름 유출 사건 때 소속 배우들이 현장을 두루 찾았다. 지난해말에는 어린이 환자돕기 프로젝트인 러브트리 앨범도 발매했고.

▶마찬가지다. 사랑을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

-신인배우를 뽑는 기준이 뭔가.

▶많이 찾아오는데 누구나 안된다는 보장은 못한다. 의지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신세경은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봤는데 그 때부터 배우가 되고 싶은 의지가 강렬했다.

-김태희가 독립했다. 에이전시를 나무엑터스에서 맡기로 했는데. 한국 매니지먼트산업에서 에이전시가 가능한가.

▶배우들이 더 돈을 벌기 위해 독립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중요한 것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특정 배우에 의해 산업이 좌지우지되는 게 아니라 시스템이 갖춰져서 움직여야 한다. 당장은 어렵지만 매니지먼트협회 차원에서 노력하는 만큼 조금씩 체계적으로 변할 것이다.

-목표가 있다면.

▶나무엑터스 하우스를 만드는 것. 배우든 매니저든 이곳에서 시스템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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